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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2022)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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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큰 포스터!

 

0. 들어가며

 

5 / 10

광기와 주인공이 없는 대혼돈의 젤나가 맙소사

 

기다렸다.

아무리 영화관의 관람료가 오르더라도, 이것만은 보겠노라 하는 굳센 의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아끼는 인물들을 꼽으라면 핑거 스냅의 주인공 아이언맨과 돈 많고 머리 좋은 도련님 스파이더맨 정도 아닐까. 공동 1위로 두기엔 또 애매한 거리감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가는 최상단의 집단이 있다면 이 정도 구성이다. 누구나 선두 그룹이야 마음에 두고 있는 마블하면 떠오르는 인물들 하나 둘 있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그 다음 그룹이다. 그 다음의 순위롤 굳이 꼽아보자면, 그룹 내 누가 있을지 배치해본다면 누가 합당할까.

 

질문에 대한 적합한 대답은 만국 공통일 것으로 생각한다.

어... 음... 닥터..스트레인지?

이 여백의 미 가득한 대답이야말로, 본인이 마블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고 있고 어느 정도 배우에 대한 인식도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합당한 대답인 것이다. 마치 아메리카노 대신 양강 구도로 자리잡힌 에스프레소와 아이스 바닐라 라떼의 한 가운데를 아름답게 중계하는 랑데뷰 지점같은 아늑함. 닥터 스트레인지 하면 이런 아늑함 아닐까.

 

여기서 워머신이 나온다면 아재 개그 좋아하거나 본인이 부장급 연령인지 되짚어봐야 하고, 캡틴 아메리카가 나온다면 3대 500인지, 토르가 나온다면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면 된다. 이런 작은 사유, 작은 순위 변동의 근거와 개인 선호와 무관하게, 선호도 2진 그룹에는 반드시 닥터 스트레인지가 들어있다. 이게 바로 주인공의 숙명이다. 별 큰 이유 없이 선호도 순위에서 사랑받는 존재들. 나는 아직도 루피보다는 조로가 낫다 생각하지만,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빠 - 아들 - 외삼촌의 3강 구도. 다음 놀이기구가 저거라고...?

마블로 돌아와서, 저 위의 트리오가 갖는 공통점을 살펴보자.

돈 많은 공학 엔지니어이자 CEO, 무려 대도시에 집이 있고 과학고를 다니며 든든한 뒷배가 있던 공돌이, 그리고 뉴욕 한복판의 타운하우스와 3층 석조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부유(했던) 의사까지. 모두 공돌... 아니 모두 돈이 많다. 부유한 자산가와 뛰어난 두뇌. 그에 따른 프라이드. 이는 마블의 정체성이나 다름이 없다. 이게 없으면 이제 박쥐옷 입고 남을 스토킹하던가, 사회 시스템을 바꾸기보단 동굴, 검정차, 검정 헬기를 뽑은뒤 은닉하며 나는 복수다 하고 중얼 거려야 하는 것이다.

 

그 황금기의 정점 이후, 돈 많은 트리오는 이제 하나 둘 퇴장을 맞이하고 있다. 철가면의 거만한 CEO는 손가락을 튕긴 파동이 너무 컸던 나머지 고막이 터져 가족 품에서 최후를 맞이했고, 거만한 공대생은 테슬라의 텔레포트 시험을 재탕하다가 파산하고 검정고시를 치러 은둔중이다. 이제 그 마지막 순서다. 앞선 두 명의 퇴장은 다음 퇴장을 두근 거리며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하물며 마술사라니. 이 아저씨, Phase 4고 나발이고 일단 사라지는 마술은 보여주겠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우루릉 쾅쾅! 누가 모든 영화는 3편으로 완성된다던가, 2편 제목이 대혼돈인데! 혼돈과 파괴 다음에는 창조? 와. 홀리 지져스. 마법사 말고 father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리고 거짓말 같이 멸망했다.

작게 기록 남겨본다.

 

스포일러가 작게 담겨있다. 아마도.

 

 

 

1.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는다면... 안봐도 됩니다, 이번 영화는.

영화 제목이 가끔 혼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에피소드 1 (부제 : 매드맥스), 스타워즈 팰퍼틴 사가 - 레이의 역습 (부제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인공 이름 크게 박아두고는, 주된 서사의 전개나 가장 중요한 감정선을 앗아가는 인물이 있을 때, 이런 정당한 이름에 대한 고민이 보통 이어진다. 정말 이 영화는 제목에서 언급한 대상을 위해 작성되었는가? 혹은 언급한 대상을 지긋히 바라보고 있는가? 감정선이건, 사건이건, 서사건, 그 무엇이 되었건 간에. 이 이름과 내용의 합치성은 영화를 떠나서 중요하고, 관객과 독자에 대한 예우라 생각한다. 가끔 비틀고 정도껏 비틀어야 클리셰를 부순거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작은 아슬아슬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교만함, 독선의 주체로 비난 받으며, 영화의 가장 큰 내적 성장은 완다에게 이양된다.

결국 다크홀드를 사용해서 시체에 빙의하는 금기를 범한 닥터 스트레인지의 독선은 사실 크게 변함이 없다. 크리스틴의 도움을 구했다고? 1편에서도 그랬다. 아메리칸 차베즈를 마침내 믿었다고? 타노스 잡을 때 아이언맨을 믿고 마침내 찾아낸 해답을 선택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엔드 게임의 마지막에 타임스톤 들고 도망쳤으면, 타임 패러독스는 발생했을지언정 타임스톤을 지켰을 것이다. 부수는 희생, 선택,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한 믿음. 닥터 스트레인지가 빨리 너만 죽으면 된다고 시그널 보낸게 아닌건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손가락 빨리 튕기라고! 더 죽기 전에!

이번 작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보다 비참한 것은, 개인의 희생을 하고도 충분히 존중 받지 못한다는 지점이다. 시간을 통제하는 권능을 버리고, 다크홀드를 사용해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되었지만 결국 남은건 없다. 사실 이 정도 되면 마법사 보단 의사로서의 삶이 보다 행복했을 듯 하다. 의사였을 땐 돈도 많이 벌고 사람도 살려낸다는 실증 사례라도 있었지, 마법사가 되니 왠 젊은이가 브레인 워싱 해달라 요청하질 않나. 그런거지.

 

솔직히 말하자. 타임스톤을 제자리로 놓기위한 숭고한 희생? 그럴리가.묠니르를 들고 스톤을 사용하며 아이돌보기에서 탈출하는 흥미로운 모험일 뿐이다.

반면 완다는 비전의 희생을 강요받고, 남은 가족과 멘토들도 다 떠나간 채로 덩그러니 남겨진 상태에서 본작에 나타났다. 

이미 그 내면적 서사는 드라마로 차곡차곡 쌓여왔다. 그리고 그 결말, 짜잔. 지나온 처절한 삶의 흔적과 인간 범주를 넘어선 초월적인 인지 상태에서, 비로소 모성을 통해 인간적인 인식을 되찾고 숭고함을 선택했다. 익숙한 클리셰인건 둘째치고 감정과 서사를 쌓아온 길이가 다른 만큼 초점은 차츰 완다로 쏠려간다.

교만하다기 보단 매순간 최적해를 찾으려 했던 마법사의 자아성찰과 마녀로의 극적인 타락과 모성으로 하여금 인간성을 되찾는 희생의 여정. 어디가 더 극적인가? 영화의 무게추는 기울어지고, 잔해속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파편을 더듬어 맞춰야 하는 꼴이다. 

 

 

2. 살짝 B급, 살짝 익살, 차라리 코믹스였다면.

물론 샘레이미와 이블 데드를 들어보거나 본적이 있다면, 예상 가능한 지점이었다. 살짝 익살스럽고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장면들. 

한편으로는 CG를 너무 아메리칸 차베즈의 세계 관통 펀치에 몰아준게 아닐까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호러 영화를 쫓다보면 어딘가 많이 본듯한 장면들이 눈에 담겨서 좋았다.

 

특히 갈수록 기괴해지는 완다의 추격장면은 디즈니 산하의 마블에서 이렇게도 가능해? 이야. 싶은 감탄이 일렁이는 대목이었다. 어둠에서 눈이 번뜩이는 장면들도 마냥 무섭게 다루기 보단, 박자감 있게 줌을 당기며 락을 듣는 듯한 감각을 안겨준다.

반면 시체로 빙의한 스트레인지의 좀비 분장이 너무 저렴해보인다던지, 미러 디멘션으로 스파이더맨을 붙잡아 두려하고 타노스마저 농락하던 마법사들이 서로 싸우면서 에잇 가라 음파 공격! 그렇게는 안되지, 악보로 막고 더 큰 음파 공격! 하고 정리 되는 지점은 많이 안타까운 지점이었다. 

사실 이미 닥터 스트레인지는.. CG가 충분하다. 마법사들끼리는 진솔한 주먹격투를 내심 바라지 않았을까.

아마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미 CG가 과도하게 들어가지 않은 장면이라곤 도통 없었을 것이다. 크리스틴 팔머의 결혼식 장면 말고는, 모두 초당 어마어마한 예산을 갈아먹는 돈이 쌓인 장면들 아니었을까. 여기에 엔드게임급 마법 전투를 바라는 것은, 마블 스튜디오의 예산 부족으로 닥터 스트레인지3은 무기한 연기됩니다 이런 결론을 안겨주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저런 연유로 인해서인지, 화면 내 인물이 너무 그득가득 차는 느낌도 살짝 답답함을 주었다. 3D로 보세요! 하는 배우들의 소개도 있던 것으로 기억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닥터 스트레인지 1의 연장선 상에서 웅장함, 미러 디멘션, 우와아 디멘션이 쨍그랑 깨져버렸네, 광기의 다른 우주 도망치기! 이런걸 생각하고 왔더니. 그 쪽의 기대치는 없애고 보는게 맞았다. 처음 닥스가 나오며 슬링링으로 원형 통로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촌스럽지 않나 생각했는데 심지어 별모양 펀치! 별포탈! 은 선을 넘었지.

 

참, 비샨티의 책은 너무 빈티가 가득했다.

영화를 본 사람은 비샨티의 책을 집어드는 장면을 집중해주길 바란다. 책들고나면 빛들어갈 자리가 그대로 있는 플라스틱 조형물이, 너무... 마법공주 변신 세트에 나올법한 그런 느낌이다.

 

짧게 시각 요소를 요약하면, 굳이 실사영화로 만들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애매한 크리피함, 90년대 고어스러운 느낌, 작게 어설픈 조형물과 화려한 괴물들이, 전반적으로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싶다. 클로즈업을 이렇게 가차없이 당기는 영화들은, 씬이 잘게 쪼게지고 많아지게 되며 기억에 남을 때 한 장면 단위로 인상이 남게된다. 본작에서는 드림 워킹 직후의 눈이 붉게 빛나는 스칼렛 위치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이라던지. 운다고어가 무너지는 장면이라던지.

어딘가 2D의 만화책의 작은 컷들을 애니메이션을 건너 뛰고 실사 영화로 담아버린 느낌이 유독 강하게 들고,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만이 가질 수 있던 웅장함과 공허함, 우와아아 다른 세계 다이브 이런 느낌은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3. 결론 

클레아 복장과 모습은 제발 바뀌어지길 바란다.

너무 파워레인저 백터맨 이 무렵 어딘가에서 봤을 오호호 하고 웃을법한 마녀잖아.

닥스의 이마에 눈 반짝도 소름끼치기 보단 어라 생각보다.. 조잡한데? 이런 느낌이었고.

아, 울트론 봇도 눈크기와 색상 때문인지, 울트라맨인가 싶었다.

이 전반적인 B급 감성. 실사 영화로 넘어오기에는 쉽지 않은 지점들이 차라리 코믹스로 내지 그랬어 싶은 감각을 더해준 게 아닐까 싶다.

 

총체적으로 영화를 보기전에 기대했던 많은 요소들이 날아가버린 느낌이다.

-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인가?

- 미러 디멘션의 이미지에 감탄하게 되나?

- 웅장하고 규모있는 마법에 감탄하게 되나?

- 우와아ㅏ 광기, 혼돈, 파괴의 멀티버스인가?

 

넷 다 해당하진 않는다.

완다의 자녀를 찾아 떠다니는 혼돈의 인간성 회복 여정이 이 영화의 본질일 뿐이고, 제목은 다시금 강탈되었다. 더러운 디즈니놈들. 영화제목은 좀 정직하게 잘 뽑아야지, 꼭 이랬어야만 했나. 

조금 더 닥스의 내면을 짚어내거나 완다와의 대립을 수차례 구성했다면, 캡틴 아메리카 2의 느낌으로 둘 다 이해가 되지만 처절한 마법 혈투라는 구도라도 나왔을텐데. 정답은 짜잔, 차베즈 스타-펀치였습니다 인것도 아쉽다. 무참하게 공격당하며 838까지 멀티버스의 경계를 부수며 추락한 닥터 스트레인지, 그를 덮치는 완다. 그 앞에 불안한 눈으로 보고있는 지구-838의 완다와 다른 자식들. 이런 정도만 되었어도 덜 산만하고 신파로 라도 이야기가 잘 모였을 것 같은데 말야.

 

영화의 제목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 마법 에피소드 2 - 완다와 닥터의 할로윈 나이트 이 정도로만 뽑았어도 수긍했을 것이다.

이야 걸작, 샘 레이미가 해냈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마블이라는 거대 프렌차이즈가 마침내 영화 감독들을 고유한 예술성을 살려 포옹하는 해답이구나 하고 감탄했을텐데. 저 정도 제목만 되었어도, 아... 완다가 이렇게 안타깝게 떠났구나... 마지막에 번쩍이던데 혹시 다음 할로윈 때는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속편을 기대했을텐데. 저 정도 제목만 되었어도, 아.. 닥터 스트레인지가 나오긴 하지만 분량이 이게 맞아? 싶진 않았을텐데.

 

평점은 5점 정도로 매듭짓는다.

솔직히 제목과의 합치성을 따지면 좀 더 깎는게 맞다 싶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맨에 이어 오랜만에 보는 영화관 내 관람이었고 흥미롭게 봤다. 앞서 영화관이 갖는 어두움, 공허감이 완다의 기괴함과 어울려 좀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도, 보다 영화가 주는 경험을 강화시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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