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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사라졌다 (What Happened to Monday?, 2017)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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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다 말해준다. 죽기 위해 뛰어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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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10

 

혼란스러운 러시안 룰렛과 죽어가는 혈육들

 

최근 왓챠 등록을 다시 시작했다. 생각보다 영화가 이것저것 있네,에서 하나. 그리고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적극적인 컨텐츠 개입에서 벗어난 영화만 찾아볼 수 있다가 둘, 영화 풀이 적어선지 가격이 약간 싸다가 셋. 이건 좀 슬픈 대목이네. 아, 영화관 티켓이 15000원인 시대가 된 것도 이유가 되겠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단순히 영화를 살펴보고 싶다/ 하는 니즈에서는 크게 틀어짐이 없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 영화의 이름을 언제가 들으며, 나쁘지 않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볼만 하겠거니 싶었는데.

액션 시퀀스나 전개 방식을 보며 오, 그렇구나 하고 멍하니 보다가, 영화의 종료 시점에 깨달았다.

이게 뭐지.

뭘 본거지.

 

짧게 기록 남겨본다.

 

 

1. 허술한 인적 자원 관리 시나리오의 비극

고블린과 일곱 공주라고 해야할까, 묘한 비틈이 있는 대목이다.

결함이 발견된 시스템이 있을 때, 그것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렇게 된다.

복수의 아이들이 허용되지 않는 세상, 뒤늦게 발견한 7 쌍둥이의 손녀들. 어떻게든 손녀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각 인원마다 요일을 코드네임으로 부여하고 혹독한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서로의 경험을 최대한 공유하되, 각각 하루씩 맡아서 살아가는 삶. 히키코모리로는 삶을 완성할 수 없으니, 이런식으로라도 바깥 구경을 시켜줘야 한다가 아마 유년기의 성장에는 합당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간과된 부분이 있다면, 사람은 단순히 바깥의 신선한 공기가 필요한게 아닌 바깥에서 얻는 관계성이 중요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7일 중 하루만을 바깥에서 영위하면, 각각 파편화된 관계만 갖게 되며 누구 한 명이 더 주도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직관적으로는 연애, 더 넓게는 친구나 직장 동료. 이 지점에서, 기억을 매일 잃는 사람의 이야기와도 겹쳐보이는 지점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정체성의 공유는 좀 성급하고 위험하게 다가온다. 유년기 시절, 목요일이 혼자 놀다가 늦게 돌아온 날. 모두가 걱정하며 기다리는 와중에 돌아온 목요일은 잘못 넘어졌는지 약지 끝단이 절단되어 돌아온다. 회복하거나 수습하기 어려워보이는 시점. 우리의 그린 고블린형은 가차없이 치료고 나발이고, 나머지 6명 1열 종대로 정렬시킨뒤 엄숙한 손가락 절단식을 진행한다. 한 명이 겪은 모든 일은, 나머지도 동등하게 가져가야한다. 대외적으로 단일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말도 안되는 현상이 진행된 것이다.

 

시스템은 갖춰졌고, 일곱명의 쌍둥이는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제 1원칙을 정립했다. 공유할 것.

그러나, 여기에는 그 공유에 대한 사명감과 무게감만이 있을뿐이지 진정한 의미의 팀워크와 정신적유대가 구축되지 못했다. 제각기 다른 유형과 개성을 갖춘 개인들이 어설프게 1명을 연기하는 것. 당연히 그 중 한명이 먼저 사랑을 찾고 아이를 갖게되며 이 모든 체계는 바스라지기 시작한다. 7명이 동시에 임신할 순 없잖아. 각각 출산할 수도 없고. 매일 매일 다른 사람이 병원을 오가는 것도 이상하고.

 

사실 이 이상함을 추적하다보면, 30년 동안 저들은 입원한 번 안했구나, 하는 수준 높은 결론에 도달한다. 아니, 그럴리가 없지. 그렇다면 문제는 바뀐다. 30여년간 저런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백업플랜이 당연히 필요하다. 한 명이 아프거나, 사라지거나, 질풍노도의 사춘기 동안 하루 정도 늦게 왔다던지. 신체 훼손이나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던지. 30년은 응급 상황과 대응 시나리오가 정립되어야만 유지가 가능했을 기간이다. 손가락 절단에 따른 연대 손가락 절단이, 정신적인 각성을 해줬는가가 문제가 아니다. 그 한명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하며 당분간 혼자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의수나 숨길수 있는 외장을 만들어 가리는게 정상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었을까. 

 

이 어설픈 접근 방식이, 극이 전개되며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월요일은 단독행동을 진행해왔고, 나머지는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은밀한 계약, 은밀한 연애, 출산. 월요일이 사라졌는데 특정시각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도망치자와 같은 백업도 없는 계획. 그 와중에 고심해서 고른 직업은, 지적으로 연대가 필요한 업무다. 하루하루 벌어먹는 일을 했어야 맞지 않나 싶은데. 월요일이 저쯤이었다면, 보다 개성이 강렬했던 다른이들은 각자의 연애를 하지 않았을가 싶기도 하고.

 

2. 결론

 

배우에게 도전적일 수 있는 영화이나, 관객에게는 과연 도전적으로 보일까.

7명의 약간씩 개성이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배우의 커리어에는 독특한 이력이 남았겠지만..

서사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좀 어렵다.

 

월요일의 존재가 숨은 반전이라기엔 친절한 지점이 많았다.

진입한 요원들이 방의 비밀공간을 안다던지, 방의 숨은공간에 있어야할 총이 안보인다던지 하는 대목에서 내부의 배신자가 있음은 쉽게 추론이 가능했고. 그럼에도 쌍둥이들이 허무하고 덧없게 죽어갈때마다 여긴 자살 특공대인가? 싶을 정도의 허술함이 엿보였다.

 

7명 중 두명이 죽어나가거나 소식이 사라졌는데 우리는 그래도 월요일을 구해야돼. 다음 타자 누구냐 하고 들여보내는건 무슨 이 강인하고 소모적인 사고방식인걸까. 거기에 사람을 체포하는게 아닌 죽인다는 사건을 놓고 보았을 때, 이미 무언가의 암약과 사주가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하나다 라는 인식이 이래서 무섭구나 하고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1명이 Missing in Action, 다른 한 명이 탐색 중 납치면 바로 작전 철수하고 생존 플랜 이행해야지, 이게 뭐하는 일인걸까 생각하는 순간 영화의 몰입감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월요일이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화요일 출격 부터가 기묘하다 생각한다. 둘이 마주하면 어쩌려고. 타인으로 변장하거나 변장이 불가능하면 다른 탐색방법을 정했어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소재의 신선함에만 집중한 나머지, 구체적인 상상력이 아쉬운 부분이 곳곳에 있다. 손가락 연대 절단 보다도, 그 직후 서로 어떤 내부 룰을 정했는지 좀 더 보여줬다면 (하루 일정의 공유나, 상호 감시라거나) 서사적인 몰입감은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든다.

 

허술한 시스템의 비극을 다룬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4점 정도로 매듭짓는다.

정신줄 살짝 풀어진 상태로 멍하니 오 액션이다 하고 박수치며 보기엔 적합할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 봤다면 더 허탈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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