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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Nope, 2022)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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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두 장을 보면
영화가 다 보인다

0. 들어가며

 

7 / 10

 

두 번 정도 참신한 문장이, 이제는 정직한 문법이 되어버렸다.

 

 

여름이 끝나가지 않음을 30도가 넘는 습한 기후에서 절절히 느끼는 지금, 청량제와 같을 공포영화스러운 것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물론 밤에 일본이나 태국 귀신영화는 괜히 봤다가 잠만 설치겠지만, 그래도 대낮에 외계인 영화라면 낫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일련의 기대들.

그리고 공포영화의 거장은 아니더라도 기묘한 틀어냄과 은유, 복선 회수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조던 필 감독의 영화니 또 기대되지 않았나 싶고.

 

그러나 인생은 항상, 필요이상의 기대를 하지 말고 선택에는 묵묵히 그 선택의 결과를 따라가며 행복감을 쫓으라는 교훈을 안겨준다.

무슨 소리인거지.

재미는 있었는데 공포영화는 아니었다가 핵심적인 평가가 되지 않을까.

 

짧게 기록 남겨본다.

 

1. 사회적 메세지의 강약 조절은 여전히 날카롭지만

이름이 OJ라고요?

그렇다. 시작부터 이름이 하필 OJ냐고 시작을 한다. 처음 인상을 남겼던 겟아웃에서 흑인 남자친구에 대한 인식들을 되짚었듯, 여기서는 이름이 OJ인 흑인부터 시작을 한다. 어릴적 책에서만 접하던 OJ Simpson의 재판과 관련한 밈인 것도 밈인데, 당시 그 법정 장면을 찍어낸 사진기자는 또 이름이 Haywood Galbreath 였네. OJ Haywood는 시작부터 터뜨리는 이름이었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물씬 끌어올렸다.

 

여러모로 사회적인 맥락, 특히 정부에 대한 불신을 담아내는 것에 이 감독은 타고난 재능이 있다.

전작인 us에서도 정부가 약물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려든다는, 이런 정부에 대한 불신과 미국 정부의 과학력에 대한 비대한 예측 등을 무덤덤히 인물의 대사속에 복선으로 담아두곤 결말에서 그 결말을 보여주곤 했는데. 본작에서도 외계인 의혹을 갖게 되자 정부에 제보하거나 믿는다의 문제가 아닌, 일단 직접 촬영해서 오프라 윈프리쇼에 가자는 당찬 포부로 당대의 사회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뭐든지 찍고 촬영하고 기록하는 MZ세대는 미국에서가 당연히 원류겠지. 

 

최초의 감독이 아닌, 최초의 영화배우이자 스턴트맨이었던 말타는 기수 영상속의 흑인배우를 기억하느냐는 소개 문구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어떤 정보들은 과도한 집중을 받고, 또 어떤 정보들은 과소평가 받곤 하는데. 첫 백인감독, 첫 말 타는 스턴트까지 소화 가능했던 흑인배우. 이 사이에는 생각보다 외면과 축소의 역사가 길고 보편화 되었구나 하는 인식을 안겨준다.

 

물론 여동생의 흘러가듯 지나가는 레즈비언임을 보여주는 표현이나, Horse trainner라고 격하되는 표현을 정정해 바로잡는 것까지. 사회에 녹아드는 기록물로서 이 영화는, 조던 필 감독의 영화들은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이 이제 어느 정도 정형화 되듯 자리잡아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2. 식상해져버린 설계, 약해진 결말

영화 버닝과 미나리의 그 분이었다. 지쟈스.

침팬지 고디와 리키의 어릴적 그 사건은 여러가지 장치로 쓰인다. 유명인을 만드려면 끔찍한 사건을 앞에 일으켜라 하는, 시작부의 문구와 동등한 메타포를 계속 강화 시켜주기도 하고. 미지와 공포의 존재에 접선하려하는 리키의 내면을 알게 해주는 매체로도 다가온다. 리키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서사로도 쓰이고.

다만 문제가 있다면, 영화 us에서 토끼를 보는 장면과 비슷한 감각이 그대로 반복되자, 영화가 전개되어가며 실망이 커져갔다. 동물, 영화를 한 씬으로 압축했을 때의 그 상징성을 띄는 장면이 본 작에서 그대로 되풀이 되자, 침팬지 고디의 광기를 일으켰던 어떤류의 미스테리가 그대로 외계인에 대입되는건가, 하는 기대감이 생겼었지만, 충분하지 않은 서사적 답변을 보게 되었다.

안더울까 싶었는데, 다른 장면은 반팔티를 입어도 땀이 나있더라. 배우의 열연.

옆의 공원과 우물속 사진, 펄럭이는 홍보 인형까지, 극에서 쓰인 모든 요소를 여실히 잘 활용해서 결말까지 얽어간 점은 분명히 묘한 격앙감을 안겨다 주었다. 정말 결말로 나아가구나, 마침내 그 결전의 시간이구나 하는 무게감. 전기 바이크는 퍼져버리고 탑승자가 날아떨어지는 세상속의 처절한 말을 탄 기수와 그를 담아내는 광기의 아날로그 주의 백인 감독. 이 영화야 말로 전기 바이크, 테슬라, 그 모든 현대기술을 엿먹이고 영화란 흑인 기수를 타는 백인 감독에서 시작된 서부 카우보이 파크물이다 함을 다시 보여준다.

기승전결이 각각 예측하기 어려운 지점으로 튄다는걸 잠깐 덮어두면, 영화의 전개는 확실히 켜켜이 쌓아올려 터뜨리는 해방감은 있다. 감독이 도입부의 장면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하고 1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생각은 분명 들지만..

 

그럼에도 외계인의 허술한 비주얼과 허술한 결말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물론 외계인이 납치해서 실험한다라던지, 정부의 비밀리 연구되던 무기였다던지 하는 클리셰에서 벗어나 사람을 흡수하는 미지의 외계 생명체였다는 것은 그 나름의 비틈과 현학이 있다. 그럼에도, 인형 삼켰다가 터지는건, 대체가. 차나 집이나 금속은 어떻게 흡입했던거야. 이건 사진찍는게 문제가 아니고 외계인 파편이라도 주워야할 것 같은데.

 

 

3. 결론

이야기에 집중하다 긴장감의 나사가 살짝 풀리기 시작한 지점은, 바로 상상력의 허술함이었다.

보여주고 싶은 대상을 구름속에, 상상력을 초월자의 그림자로 덮어버렸지만, 남은 것은 인형 흡입하고 터져버린 구름같은 외계 생명체일 따름이다. 전작, 그 전작에서는 사람이나 흑막에 대한 치밀하지는 않더라도 그럴듯한 상상으로 몰입감과 타협점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미지의 외계인이라는 설정 하나로 너무 고스란히 덮어버린 느낌이다. 

 

영화에 대한 헌정과 헌사, 치밀한 영화적 서사의 설계와 잠시 거리두고

영화는 7점 정도로 평점을 매듭짓는다.

 

헌정, 오마주, 자기복제. 그 모든 영역을 아슬하게 건너오자 남은 것은 생각보다 허술했던 외계인, 그것 뿐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좀 더 적극적으로 파헤치려 했다면 영화는 법정 수사극이나 자본가와 싸우는 소수의 영화로 과도히 넘어가버렸을까? 

반대로 좀 더 공포스러운 장면을 강조했다면 너무 공포영화였을까?

솔직히 아이들이 외계인으로 분장해서 야습했을 때는 좀 무서웠지만, 영화 불가사리 정도의 감각은 공포영화로 분류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 공포영화를 기대하고 왔다면 좀 더 실망이 크지 않을까. 

크리쳐물 스러운 외계물, 하지만 공포 한 숟갈을 가미한. 여러모로 복잡하긴 하네.

 

크. 이걸 진짜 스턴트로 또 연출해내다니. 대단했다.

아. 마지막의 엠의 바이크 씬은 대단했다. 이걸 극장에서 실사판으로 보게 되다니.

아키라의 그 바이크 장면이잖은가. 지쟈쓰. 조던 필 감독이 다음에는 애니메이션 디렉터나 각본가로 나와도 흥미로울 것 같긴하다.

거기서는 예산과 실존, cg의 영역에 대한 고민을 덮어두고 보여주지 않은 상상력이 있다면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을텐데 말이지.

 

놉인가, 높인가도 잠깐 의문이 일었다. 영화 높으로 써도 뭔가 위를 보지 말아라와 맥이 닿으면서 강렬한 한글 제목이 되었을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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