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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 2021)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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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10

MZ세대 펀치 받아라! 스파이더 킥!


마블의 스파이더맨을 보다보면 항상 그런 류의 의견들이 보이곤 한다.
스파이더맨은 불행하고 가난해야 하는데, 이번 스파이더맨은 너무 유복하고 지원도 든든하고 불행의 깊이가 얕지 않아? 와 같은.
아니, 왜 극중 인물이 조금 더 행복한거 가지고 그렇게들 난리법석일까하는 의아함이 일렁인다. 물론 앞선 두 줄기의 스파이더맨들을 생각하면 스파이더맨에 기대하는 가난과 슬픔, 의무감의 형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만. 그러나 모든 스파이더맨이 동등한 깊이의 서글픈 서사를 가지면 그게 서사로서 어떤 의미를 갖나 싶다. 그냥 동어 반복인데 말야.
아, 그런 시각에서 스타워즈를 그렇게 뭉개놨을까? 더 이상은 스카이워커 사가로 남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 혹은 듄과의 차별성을 두겠다는 의지. 창작은 어려운 일이고, 특히 기존의 작품에 대한 덧칠은 쉽지 않구나 새삼 느낀다.

이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은 모든 스파이더맨의 숙명이었지만, 본 작은 그 부분을 영민하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팬을 위한 영화로서 영상배치가 아쉬운 점도 있고, 그리고 듄과 같은 영화를 보다 본 작에서 CG가 눈에 선해지는 부분은 몰입감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 논쟁을 함축하고 세대간의 소통을 엿보여준 면모에서 가치가 충분하지 않았을까.

작게 기록남겨 본다.

1. 천진난만 브레인 워싱 미라클

이 영화의 가장 큰 줄기,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일까. 돌아온 우리들의 친구 은밀기동 자경대 스파이더맨? 다시 돌아온 가난과 인고의 세월과 서양의 근대 매체에서 살펴보는 와신상담? 지능 캐릭터인 마법사는 민첩캐로 잡는게 정석이다? 물론 모두 정답일 순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시사점은 바로 이것, 왜 스파이더맨은 브레인 워싱을 먼저 떠올렸나 아닐까.

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직접 다시 검토해달라 요청하지 않고 브레인 워싱을 하려 들었나. 단순히 마법사의 형상을 직후에 봐서? 사실 현실적으로 재수를 하자, 돈은 해피한테 받아오겠다던지. 인고를 겪어낸 어른의 시각에서는 보다 유한 대책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도 있을텐데 말야. 애초에 우리 뛰어난 변호사형도 함께 했잖아.

멘토가 있었다면, 더 유한 대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피터, 난 도시도 날려봤단다. 사람 한 명 가지고 왜 유난이니.

그 맥락의 첫 줄은, 직후 피터 파커를 압박하는 이들이 통상의 기자, 허위기사, 지나가는 부랑자가 아님에서 기인한다. 반 친구들이 수근거리며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잠시의 헛점을 발견해 틱톡을 담아내려하고. 근처의 이들이 집을 둘러싸 돌을 던지거나 해도, 엄밀히 제재 받지 못한 채 여러 방면으로 생중계 되는 시대. 그렇다, 우리는 바로 실시간 영상과 영상의 기록을 둘 다 아우르는, 대 MZ세대의 시대에 닿아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시간을 버틴다 하더라도, 영상은 왜곡되고 편집된 기록과 함께 시간을 거쳐 남아있는다. 본작의 피터 파커는 이 영상 문화를 체득한 세대로, 아무런 분석없이 직감한 것이다. 와, 이거 큰일났다. 기억과 존재를 지우는 정도가 아니면 답이 없겠구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 중, 3편에 나온 에디 브룩과 얽힌 조작 사건을 떠올려 보자. 당시에는 편집장이라는 뉴스의 신뢰성을 책임지고 검수하는 이가 있고, 그나마 사진촬영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 일부 프리랜서로 좁혀진다. 책임질 사람도 있고, 업무를 하는 사람도 제한되니.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는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한 곳만 수정을 하면 된다. 데일리 뷰글. 그러나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스파이더링은, 과연 어느 지점을 수정해야할 것인가? 유튜브 본사에 쳐들어 가야하나? 파파라치들의 휴대폰을 하나씩 수거하여 부숴야하나? 해가 무한하여 답이 없음을 우리는 동등하게 직감할 수 있다.

그렇다. 틱톡 찍는 분들이 사방에 있었다면, 제정신으로 이런 춤을 출 수 있었을까. 

삶을 보호하기 위해 기억은 지웠다 한들, 친구들을 위한 항변은 익히 고민했을 법하다. 그 두번째 맥락으로, 사회적인 룰에 대해 지금 세대가 갖는 거리감이 여실히 보여졌다고 생각한다. 합격과 탈락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맥락에 따라 선별되는 과정이다. 여기에 대해 우회로 청탁하는 부분에 대해, 불합리를 느끼고 있던게 아닐까.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기억을 지우는건 공정하게 선별받아 이뤄지는 일은 아니니까. 이 공정감에 대한 과의식, 그리고 따로 이야기 했을 때의 부정청탁과 관련된 듯한 애매한 감각. 미국도 앞서 트럼프를 통해 공정에 대해 이야기가 활발했던 국가임을 상기하자. 공정과 매체. 이 두 가지의 문제는 해결하려면 서로 터놓은 회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법이 필요한 시점이지.

2. 다음 세대에 대한 고찰과 소통의 크리스마스 가족 영화, 짜잔.


그렇기에 이 스파이더맨에 대한 모든 인물의 모든 대사들을 다시 읊조리면, 각각 색채를 다르게 갖는다.
고속도로 정체를 틈 타 이야기 나눈 MIT의 담당자의 답변, 너 준비 안해왔지에서는 다음 세대에 대해 소통의 여지는 있지만 준비해올 것을 요구하는 기성 세대의 시각이 살짝 엿보이고. 직접 가서 부탁해볼 생각도 안하고 브레인 워싱 하려 한거냐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말에는 기적을 그만 바라고 직접 대면하라는 일갈이 엿보인다. 물론 이후 MJ가 닥터 스트레인지 본인의 실수도 있지 않았냐 말하는 부분에는, 작게 카타르시스도 있었지만.

짜잔 크리스마스 선물 폭탄. 숙적과 인생의 가르침은 한 장 차이였다.

혹은 빌런들의 대사는 어떠했을까. 메이 숙모와 피터 파커의 관계를 놓고 고블린이 말한 부분은, 자식 교육에 대해 여느 시대보다 관심 갖는 시대상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부분이 있다. 숙모의 잘못된 사상이 심어져 행동을 제약받는다니. 세상에. 대충 먹여키워주면 감사한줄 알아야지 말을 들으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각자 구축해야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부모 혹은 양육자의 핵심적인 세상을 보는 시각을 이어 받는 시대로 넘어왔다. 그 와중에 피터 파커의 본질을 일갈하는 말은, 다음 세대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되묻는 느낌이었다. 앞선 세대에서 구축해온 선과 악을 믿고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본인의 역량을 자유롭게 펼치는 방향으로 도덕관을 바꿀 것인가. 솔직히 지난편의 이디스만 가지고 있었다면,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봇들과 함께 세상을 정복하는 것도 실질로 가능했을텐데 말야.

3. 결론


앞선 마블 스파이더맨들의 끝에, 그리고 앞선 다른 스파이더맨들의 끝에 이 영화가 놓여 의미가 보다 증폭되는 느낌이다.
다음 세대들에게의 작은 조언으로 남는 영화.
앞선 시간, 조금 더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의 지시에 따르다 반발하고, 이를 수습하며 성장할 여지가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 중요한 신념이 꺾이는 시점에는 어떤 조언가가 있을 수 있을까.
그 답은 본인의 내면 - 스파이더맨2, 스파이더맨3과 함께 스파이더맨1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되묻는 것이었다. 그에 따른 결과가 자신의 소중한 이들에게 잊혀진다 하더라도, 새로 자리잡아 팰퍼틴 황제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피터파커의 모습이 그리 암담해보이지는 않지 않나.
예전 스파이더맨들의 격언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마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맥락으로 다가오곤 했다. 큰 힘을 지녔으니, 그를 이용해 타인을 도와라. 얼마나 거룩해. 이제는 그 의미가 보다 풍부해진 느낌이다. 너가 힘이 세지면, 작은 실수도 큰 폭풍으로 다가올 수 있단다. 신중한 판단을 하렴. 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렴.

본 작의 평점은 8점과 9점 사이를 고민하던 와중, 8점으로 매듭짓고 넘어간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앞선 스파이더맨들을 너무 배치하고 조명하며 극흐름이 너무 느려진 감각이었다. you're amazing을 반복한다던지, 와 어떻게 인체에서 거미줄이 나와요 한다던지. 코믹스에서는 스크립트로 보면 짧게 보고가는 밈이겠지만, 영상 내에서는 너무 기나길게 소모 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이럴 시간 잘 쪼개서 슬플 땐 난 검은 수트를 입고 춤을 춰, 하며 쿠키영상으로 다 같이 춤이라도 춰주지는.

그리고 인간적으로,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쪽소리가 너무 크다.
아무리 실제 커플이라도 그렇지 너무 사람 서러울 만치 키스소리가 큰 거 아냐.
일단 크리스마스의 연인 영화로는 일부 합격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한 줄만 더. 그 기괴했던 고블린 코스튬이, 투구 벗고 옷좀 덮었다고 왠지 멋있어 보이더라. 이게 배우의 힘인가. 마블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축복은, 뛰어난 빌런 배역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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