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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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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운명 같은 문구는 누가 만든거야

0. 들어가며

6 / 10

 

 

그냥 양조위 아저씨가 검은용 잡았으면 아니 되었을까...?

 

 

디즈니 플러스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면, 이제는 의무감으로 보는 마블 영화에 대해 시간 빌 때 챙겨보게 된 것이다. 아, 단점인가? 뭔가 스킵하고 싶은 작품도 왠지 봐야할거 같고 그러잖아. 반지의 제왕을 책으로 읽을 때는, 하나의 서사를 주욱 읽었기에 종결의 느낌이 강하고 마음 속 깊이 빈 조각을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뭐라고 해야하지. 짜잔, 아라고른 외전  - 검은 순찰자 1편, 2편, 3편. 짜잔, 간달프 외전 - 회색의 방랑자 1편, 2편, 3편. 그런데 내용을 열고보니 간달프는 어떻게 머리를 회색에서 흰색으로 탈색했는가. 아라고른의 깨진 앞니는 어떻게 깨지게 되었나. 이런 느낌이란 말이지. 생각보다 자질구레한 내용을 캐릭터의 서사랍시고 영화로 분리해내는게, 너무 외전을 기계마냥 찍어내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뷰도 기계 마냥 짧게 찍어본다.

 

 

 

1. 어라 생각보다 정신없지만 흥미진진한데

 

붕권! 인데 왜일까, 쿵푸허슬 같은 친근함이 두 스푼

정신 없다고 해야할까.

오디오는 샹치와 케이티의 만담쇼와 웬우의 중후함을 대비하며, 작은 의미단위들을 쉴새 없이 뿌리는 느낌이다. 이는 액션의 특성과도 결이 닿는데, 큰 동작으로 싸다구를 날리는 마씨 형과 달리, 합을 정교히 맞춘 액션과 초인이 아닌 인간의 범주에서 이뤄지는 격투 설정이 기존의 마블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준다. 전반적인 액션의 특성은, 성룡의 그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위의 버스 격투도 그렇고, 대나무 격투 씬도 그렇고.

 

지금 보니 4할의 이연결

 

2. 사회적으로는 조금 가슴 아픈데

 

샹치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인인 케이티에게 s-h-a-n-g 스펠링까지 읊는 장면. 왠지 가슴아프다.

근래의 디즈니-마블이 좋아하는 영화속에 사회적 메세지를 끼워넣는 기법은, 작게 짚고 갈만한다.

개인적으로는 위의 장면,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동생을 찾으러가며 본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대목에서 작은 울림이 있었다.

샹치를 통해 이민자 1.5세대, 케이티를 통해 2~3세대 정도의 중국계 미국인들을 대비시키다 보니, 샹치라는 고유한 이름을 설명하는데 케이티가 발음을 잘 하지 못하는 장면. 짧게 이름을 설명하는 씬이었지만 동양인의 이름에 대한 서양인의 조롱, 그리고 이민 1~2세대, 이민 3세대 간의 문화적 충돌을 짧게 본 느낌이었달까.

 

 

 

3. 결론.

솔직히 바로 비켜드릴 수 있는데, 입양은 안되시련지

블랙팬서의 동양버전인데, 서사나 문화적으로는 보다 열악하다.

더 후한 평가를 굳이 준다면 액션이나 용, 연못, 물에 대한 그래픽은 좀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블랙팬서의 만능 슈트보단 이게 좀 더 보는 재미는 풍부했다. 

 

블랙팬서는 당시 흑인 고유의 문화 및 기술력을 갖춘 왕국을 그려내고, 미국인으로서 흑인의 정체성을 대비시키며 미국 내 흑인들의 많은 공감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백인 빌런을 멋들어지게 엿먹이는 특수부대 출신 빌런은 특히 매력적이었고. 와우의 막고라스러운 계승전도 인상 깊었고. 빈민이나 총격전, 허술한 경찰 등 문화적으로 고착되어온 배역 내 관습을 뭉게는 듯한 쾌감에, 영화가 그려낸 비전은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각한다.

 

반면 이 영화는 동양인, 미국 내 동양인으로서의 특성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을 하기 보다는 무대를 마카오, 그리고 만다린의 거처, 고대 중국인의 마을로 성급히 옮기는 방향을 선택한다.

딱 어라 마블 영화에 동양 쿵푸 액션을 좀 넣었네, 하는 감각과 와우 판다리아를 보는 듯한 용, 신비로운 호수 다 익숙하긴 하지만.. 그렇기에 문화적으로 벽을 깨뜨리는 듯한, 편견에 대한 빅 엿을 먹이는 듯한 쾌감까지는 없다.

오히려 동양인이면 너도 쿵푸 가능하지? 하는 인식을 강화시키며, 되려 마블 영화 내에서 작은 포션을 차지하는 동양인들에 대해 바운더리를 정해준 느낌이다. 너는 헐크와 캡틴 마블 조차 기원을 모르는 신비한 도구를 가진, 쿵푸 소년이란다.

 

이름은 신성하다는 웬우의 말이 메아리 친다. 고작 만다린, 귤 같은 이름에도 공포를 떨게 한다더니. 돌아온 것은 텐링즈의 전설이다. 다시 돌아가보자, 마블의 기원, 아이언맨으로. 아이언맨은 철인이지만, 우리가 플라톤을 떠올리진 않잖아. 샹치는 어떤 이름을 가져와야 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서사와 메세지의 아쉬움은 분명 크다.

그러나 양조위를 추억하며 평점은 6점으로 남겨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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