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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One Cut of the Dead, 2018)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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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7 / 10 

 

영화 산업의 이면과 그 생태계를 보며 느끼는 축구의 감동. 이게 팀 가이스트지.

 

 

네이버 영화 다운로드에서는, 매주 무료 영화를 풀어낸다. 감사합니다. 쓰고 보니 네이버가 아니고 배급사에 감사해야하나 싶다만서도.

또 다른 목적의 공용 영화로 푸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비슷한 시점에 같은 영화가 할인되긴 한다. 어, 이 영화가 할인이네? 싶으면 YouTube 영화에서도 할인. 어라, 그 영화 넷플릭스에도 신작 추가라고? 그 놈이 그놈이네, 하다보면 한국의 영화 판권 생태계는 누가 깽판을 치는지 궁금해지곤 하는 것이다.

물론 무료 영화 이외에 할인 영화의 대여나 구입도 1000원 내외로, 꽤나 쏠쏠히 고전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네이버는 여전히 큰 기업이구나, 싶은 거지. 카카오도 영화 산업 힘내시길, 티스토리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 영화가 커피보다 싸다! 하는 감각과 더불어 한 달에 2편 정도 보는 입장에서는, 경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곤 한다.

 

저 오래된 영화들의 익숙하고 낡은 로테이션 풀에서 2018년이라는 상대적 최신의, 어디서 이름을 들어본 듯한 영화가 마침내 나타났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누군가 의미심장한 호평을 남겼다던 영화였는데... 하고선, 자연스레 주말의 한 귀퉁이를 채웠는데. 이 영화 참 쉽지 않은 영화네.

 

우연한 만남에서 기연을 얻어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더니,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이다.

원 테이크의 촬영의 고충? 영화 감독과 배우, 방송 기획자간의 끝임없는 정치 암투? 웃으면서 풀어내는 이 꽉문 쌍욕들? 메쏘드 연기가 왜 메쏘드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본? 이 영화는 완성도나 영화의 예술성을 논하기에 앞서서, 영화 생태계를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풀어내는 것에서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포스터는 어딘가 트로픽 썬더(Trophic Thunder, 2008)의 향기가 난다만, 내용은 또 왜인지 교토식 유머가 이게 아닐까 싶은 영화.

작게 기록을 남겨본다.

 

1. 죄송합니다, 판단이 성급했네요

 

좀비가 된 아들을 보곤 회한에 쌓여 단검을 찌른 듯하다.

제 아무리 틀어낸 영화라도, '제 판단이 성급했습니다' 하는 속죄의 감정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을 일으키기 위한 직관적인 트릭을 구성해놓았다.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에 좀비가 발생한 사건을 찍는 원 테이크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의 서사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속의 영화라는 구조부터, 필요이상의 노력과 예산을 잡아먹진 않을까, 러닝 타임 배분은 어떻게 하지 하며 꺼려지는 영화 일 법한데, 이걸 일단 담아낸 것도 찬사를 받을만하다.

 

영화의 초반 30분은 그렇게 만든 원테이크 좀비물을 보여준다. 이야, 좀비물에 원테이크라니. 이것도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하면 단일 영화에 2겹의 영화를 칠해낸 것이다. 옴니버스 뺨을 치는 신박한 구성이랄까. 사실 원테이크만 생각하면 REC(REC, 2007) 같은 영화도 비슷한 느낌을 주긴하니. 겹쳐낸 표현방식에 조금 더 가점을 실어주고자 한다.

 

 

아직 좀비 아닙니다

영화를 볼 때는 줄곧 책의 연장선이라는 관점으로 보곤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는 조금 더 각별하다.

이 영화는 과연 책으로 옮겨낼 수 있을까? 하면, 쉽지 않을 듯 하다.

당장 좀비 영화 속 인물의 이름과, 영화 바깥 속의 이름이 다르니 글로 읽으면 이런 느낌이 닿지 않을 것 아냐. 극의 종반에 다가서야 아,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사실 이 사람들이구나, 싶지. 글로만 옮긴다 생각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같은 채도도 느껴진다. 

 

물론 마냥 겹쳐 그려내기만 했다면 이 영화가 갖는 강점은 옅어졌을 것이다.

본 작품의 묘미는 그 겹쳐낸 영화에서 전달되는 배역들의 감정 아닐까. 감독 배역의 불륜으로 인한 이탈, 이로 인해 생방송 펑크의 위기, 감독과 부인이 직접 배역으로 뛰어드는 인생의 쓴맛. 거기에서 이어지는 좀비 영화에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감독 배역의 절규하는 각본. 각각의 배우도 선을 긋고 영화에 참여했던 초기의 모습에서, 생방송/원테이크 영화가 깊어짐에 따라 모든걸 내려놓고 참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어딘가 일본 청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산뜻한 결말이랄까. 이야, 우리가 해냈어! 와 애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처절한 방송 현장을 폭로하는 각본이다.

 

 

2. 인적 자원의 극대화와 삶의 이치

 

창고앞에서 제발 도끼 주워요

처음 30분만 해도, 좀비 영화 치고는 좀 아쉽네, 카메라를 끄지 말라는게 단순히 감독의 광기인가 싶었는데.

좀비영화 안의 감독에서 바깥의 감독으로 벗어나자, 밥줄의 문제였구나 하는 깊은 문제 의식이 공유된다.

바이어가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주는데, 하긴 해야지.

 

이후로는 위와 같이 원테이크와 생방송을 동시에 이루어내는, 뮤지컬 뺨치는 연출기법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 여과 없이 보여진다. 분명 처음 30분 동안 보여진 좀비물 중에서는 좀비가 섬찟하게 지나가는 장면이었는데 말야. 사실 다리만 분장하고 카메라맨이 구도를 잘잡아서, 배우에게 다음 동작 지시와 극의 연출을 동시에 하다니. 원 테이크는 쉽지 않고, 생방송은 더더욱 힘들구나.

 

이렇듯 촬영 기법과 그 현장의 모습을 선선히 그려낸 영화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사실 노하우의 공유잖아. 감독 역량의 공유와 더불어 마술사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꼴인데. 그러다보니, 조금 더 많은 맥락적 지식이 유입되는 느낌이다. 이래서 연출팀을 감독이 안고 다니구나, 이래서 특정 배우들과 친밀해지는구나, 등등.

 

 

촬영의 뒤편에는, 일단 시각적인 현상을 구현하고 보자 하는 처절한 시도들이 있었구나

물론 단순 연출기법을 보여주는 선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그보다 깊고 어두운, 방송가를 에둘러 비판하는 절규가 들려온달까.

하필 좀비물을, 또 원테이크로, 그걸 또 생방송으로 기획안을 던지는 방송가 오너와, 직전까지 음주하다 방송사고 일으키는 원로 배우. 여기에 소속사를 핑계대며 이미지 관리를 극대화하는 여자 주연 배우와, 이상한 점에서 태클걸며 각본 수정을 요구하는 남자 주연 배우. 그 사이에 끼인 감독. 촬영장은 전장이라는게, 특집 기사로만 볼 때는 그렇게 생소하던 것이 이 영화를 보며 이해되었다. 생방송이라는 설정이라 다들 프로의식 안고 이 악물고 한 것이지, 실제 촬영장은 더하면 더하겠구나. 앞서 여느 아이돌이 방송가는 정글의 왕국 같다 했건만, 그에 나아가 권력 암투의 현장도 더해지겠거니 싶다. 

본 작의 설정은 다시 생각해도 가차 없다. 생중계에 원테이크라니. SNL 도 그런 헛짓거리는 시도 안하고, 하물며 개그콘서트도 편집은 했는데 말야. 

 

 

 

3. 결론

 

이번 영화의 영어 제목을 보면, 마음 어딘가 찡함이 밀려온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1990)

Dawn of the dead (2004)

Shaun of the dead (2004)

One Cut of the Dead (2018)

 

시대는 바뀌어도, 이름과 그에 담긴 정신은 이어진다지 않던가.

저 명작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창작자들의 고민과 트릭쇼들은, 후대에도 다른 형식으로 남아 먹먹한 감정을 이어주는 느낌이다.  물론 저 중에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 가 으뜸이긴 했지.

 

 

평점은 7점으로 매듭 짓는다.

픽션 다큐멘터리스러운 이 기묘한 구성에는, 평가를 허용하지 않는 진솔한 이야기의 무게가 있다.

 

하지만 가차없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의 협조를 이끌어낸 리더와 목표의 완성이라는, 자주 본 듯한 익숙한 구도를 되짚어보면, 감동이 옅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딘가의 야구감독, 어딘가의 축구감독(무리뉴?), 어딘가의 고등학교 운동부, 어딘가의 전쟁터 등. 

동일한 구성을 피하고자 비틀어냄은 인상 깊었지만, 조금 더 감독의 내면 깊이 담긴 쌍욕을 뿜어내도 되지 않았을까. 조금 더 방송사를 공격한다던지 말야.

 

촬영장은 전쟁터라는 문장의 해석과 주석을 달아준 친절한 영화. 후속편은 망한듯 하지만, 감독의 또 다른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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