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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My tomorrow, your yesterday, 2016)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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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5 / 10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정직하게 묘사하기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 친구들 참, 운명적으로 엇갈리는 걸 좋아하네.

알 수 없는 세상의 경계, 그 너머를 가로질러 닿기 위해 노력하는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일단 여기까지만 써도 너의 이름은(your name, 2016)이 떠오른다. 일본 기준으로는 같은 해 개봉이었네, 심지어. 왠지 미국은 같은 세상 속 귀신과 사랑하려 든다면, 일본은 이면에 숨겨진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달까.

 

크리스마스 즈음에 보기엔 어딘가 허전한 영화다. 20살, 운명적인 사랑이라니. 그래도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 노팅 힐(Notting Hill, 1999)와 같은 영화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 

작게 기록을 남겨둔다.

 

 

 

1.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환상특급

거대한 살인계획을 세운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부부의 모습

고마츠 나나라는 배우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어딘가 무섭다.

앞선 출연작, 갈증(The World of Kanako, 2014)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설까, 처음 손잡을 무렵 눈물 흘릴 때는 이 사람을 내가 죽여야 한다니, 하는 자책의 눈물인가 싶었다. 다시 보면 어딘가 서리 낀 눈빛에서 위화감을 느낀 건 아닐까 싶고. 그리고 이 배우에 뿌옇고 눈부신 조명이 함께하며, 이 작은 환상특급 이야기에 대한 사전 준비가 모두 끝났다. 배우가 갖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그 여느 영화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극은 마치 아주 작은 호기심으로 피워낸 이야기를, 한 단락 만큼 지어 매듭지은 느낌이다.

만약 만날 수 없는 이면의 세계가 있고, 거기서 건너온 사람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면 어떤 모습일까? 어딘가 본 것 같은 이야기인데. 그럼 5년 주기 정도로 짧게 만날 수 있다면, 조금 더 운명적이지 않을까. 아니, 이것도 어딘가 혜성이 오는 주기 같고. 시간의 흐름이 거꾸로 가는 건 어때. 그럼 또 다를 것 같은데. 이렇게 가꾸어진 이야기는 그 오랜 인고의 시간이 아닌, 20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그러다 보니 이 짧은 시간을 최대한 진중하고 다채롭게 묘사할 배우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게 아닐까.

숨겨진 비밀이 있다 말하는 에미를 섬찟하게 묘사도 해야하고. 소탈한 웃음과 더불어 너드부터 관록까지 아우를 타카토시 또한 보여줘야 한다. 특히 극의 중요한 문제는 타카토시의 감정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에미는 수첩을 이용해 초월적으로 사건을 파악하고 흥미진진한 마음을 안고 왔지만, 타카토시는 왜인지 15세 일 때 아무런 사전 알림을 받지 못했으니까. 첫눈에 반해서 운명적인 사랑을 직감하고, 30일 내내 마음을 끌어올리고 내리기 위해선 눈빛 만으로 신비로운 상대역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환상특급의 안내를 맡은 배우들은 대단했다. 저 위에 사진은 아무리 다시 봐도 음흉한 미소같은데 말이지.

 

 

2. 연애에 정답은 없다던데, 조언은 결이 같더라

극 중에 마음을 깊이 울리는 장면은 두 곳 정도 떠오른다.

 

먼저 수첩을 보고 혼란해하는 타카토시에게, 우에야마가 조언하는 장면.

놀랍도록 조정석을 닮은 모습과 더불어 건축학개론의 모습이 겹쳐 보여 마음이 일렁이기도 했지만, 시간적으로 다른 흐름을 걷는 연인에게도 결국 같은 조언이 통용된다는 게 작은 울림이 있었다. 알츠하이머 환자와 마음을 나눈다면 이런 고민들을 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타카토시의 마지막 날, 에미의 첫 번째 날. 앞서 놓고 간 수첩 이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하나하나 알려달라며 여분의 수첩을 꺼낸 장면이 뭔가 울컥하는 게 있었다. 25세의 타카토시가 막연히 전달한 만남 이외에도, 이 30일간의 만남을 정말 기다리고 열심히 준비했다는 게 전달된다.

 

사실 시간의 흐름이 다르지 않았더라도, 연애하는 과정은 다 같지 않을까 싶다. 한 쪽이 먼저 마음이 차고, 다른 쪽이 뒤늦게 마음을 채워오며 뒤늦게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같은 고민을 잇고. 결국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기에 앞서, 그에 맞게 준비하고 대응하는 본인만 남는 게 아닐까. 어딘가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2009)도 떠오르는 교훈이다.  

 

 

3. 결론

다음은 당신입니다, 찰칵.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이야기가 짧은 만큼, 보고 나서 허전한 영화다.

우는데 시간 그만 쓰고, 좀 다양한 이야기나 사건을 끼워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타카토시의 감정선은 30일간의 변화라기엔 너무 급격하다고 해야할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계속 따라온다.

사실 너는 이렇게 날 위해 희생해주었지만, 내가 그걸 헤아리지 못했구나! 끄흑끄흑 하며 우는 건 한 번이면 충분했을 텐데.

 

한편 에미의 시선에서 영화를 쫓으면, 용케 30일을 다 채웠네 싶다.

처음 만나서 그림 그리자마자 울고, 두 번째 만남에 갑자기 가족사진을 찍고. 머잖아 대판 싸우고. 그 후에도 연애경험 없는 너드남으로 갈수록 회귀하고 있는데 15세에 기대했던 행복한 경험이었을지는 의문이다.

 

평점은 5점으로 매듭짓는다.

일본의 조정석, 한국의 히가시데, 중국의 이연걸을 발견한 것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하지 않았나 고민되지만.

혹은 2016년 당시 새내기의 시선으로 봤다면, 더 몰입해서 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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