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말할 수 없는 비밀(Secret, 2007) 리뷰

본문

 

0. 들어가며

 

6 / 10

누구나 첫사랑은 어설프고, 굳이 거기에 점수를 매기진 않으니까.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해 추천받은 영화 목록을 정리하던 중, 유독 눈에 들어오던 영화가 있었다.

무려 10년도 더 지난, 피아노 곡이 더 회자되던 그 영화. 

당혹스런 극의 전개, 지금 보면 굳이 넣었어야 하나 싶은 cg, 그리고 일본 감성과 중국 감성이 반반씩 섞인 대사를 하나씩 안고 보다 보면,

어느새 중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 영화와 더불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You Are the Apple of My Eye, 2011)'가 전해지며, 대만이라는 곳은 학교 / 로맨스 영화 맛집이네 하는 인식을 갖게 해준 영화. 지나가는 친구 mp3를 보면 꼭 흑건 백건이 끼어 들어 있었다던 그 영화. 피아노 치는 친구 있으면 너 저것도 칠 수 있어? 하고 물어볼 때 항상 언급되던 바로 그 영화.

 

작게 리뷰를 남겨본다.

 

 

1. 어설픈 전개, 흥미를 끌고 가는 배치

알고 보면 그런 장면.

영화를 절반 정도 볼 때까지는, 이게 그렇게 유명한 영화냐고? 싶었다. 

갑자기 나타난 여자아이, 그리고 뜬금맞는 호감 표현. 왠 삼각관계. 불량배 처럼 보이지만 사실 건실한 친구들. 깐깐한 선생님이 알고보니 아빠. 간결한 전개라면 전개라겠는데, 생략이 좀 많지 않나? 싶잖아. 그 유명한 피아노 배틀도 막상 보고 나니, 기억 한편에 좋은 기억으로 묻어둘 걸 싶었다. 들은 피아노 연주를 그대로 복기해내는 것으로 배틀이 시작된 것이었구나, 아하... 원래 피아노의 세계는 이런 열혈 배틀물이었던걸까. 농구에서 덩크 경합도 아니고 말야.

전체적으로는, 극에는 실제로 일어났다면 이랬을까 싶은 개연성을 잠시 접어둔 느낌이다. 물론 극 중 샤오위와 시크릿에 얽힌 비밀을 한 번에 터뜨리기 위한 선택이었다지만, 지나치게 숨긴 느낌이다. 가뜩이나 대만은 귀신 영화로도 유명하지 않던가. 어라 이거 폐교에 얽힌 귀신 영화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창백한 샤오위의 얼굴을 보자니, 한번씩 섬찟하곤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개연성에 대한 강박을 버렸기에 상륜과 샤오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같이 자전거 타고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며, 꽁냥대는 모습을 하나씩 쌓아가다보니 훈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둘이 보낸 시간들을 관객과 차곡차곡 쌓았기에, 6개월 뒤의 졸업식에서 뛰쳐 나가는 상륜의 모습, 상대방에게 연인이 있음을 직감한 샤오위의 절망감이 좀 더 절절히 전달된다.

 

극의 배치 뿐 아닌 영화의 전체적인 배치도 강약 배분이 된 느낌이다. 꽁냥 - 피아노 - 꽁냥 - 짜잔 사라졌습니다. 이후 충격적인 진실과 피날레.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기가 지나치게 빈약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은 고조되니 배치가 훌륭했던게 아닐까.

 

2. 모이고 보니 조화롭네

어딘가 일본 느낌인데 말이지. 왜일까.

각 인물을 보면 개성이 지나치다 해야할까, 감당이 안되는 순간이 있다.

일단 상륜의 아버지. 알고보니 만악의 근원, 흑막. 시크릿 악보의 계승자. 쓰고 보니 갈수록 이상해지네. 일단 외형적으로도 학생들 사이에서 묘한 이국적인 느낌을 풍기지만, 상륜의 우울함을 달래려고 기타를 퉁기며 노래 부르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학교와 집에서 모습의 갭은 어마어마하다. 이 특유의 근엄함과 익살 맞음의 대비가 극에 활력을 주지만... 문제는 조연이 아직 더 남아있다.  

 

 

주걸륜의 좌, 우. 위 사진에서도 강력한 내공이 느껴진다. 

상륜이 만난 럭비부 친구들은 굳이 극에 왜 넣었나 싶을 정도의 극 중 역할과 개성을 자랑한다. 상륜이 위기일 때 도와주었는가? 아니요. 극의 전개에 큰 영향을 주었는가? 여긴 좀 모호하다. 샤오위를 보지 못했다를 입증해주긴 하는데. 극에서 톡톡 튀는 개성을 자랑하지만, 애틋한 로맨스 영화와 결이 맞는지는, 쉽지 않다. 하다못해 철거를 방해한다던지, 조금 더 비밀을 공유하고 돕는 조력자라는 느낌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야. 

 

박보영이 약간 보이는 듯하다.

마냥 배역 뿐 아니라, 극의 색감도 독특함을 보여준다.

위의 두 장면을 보자. 공포 영화 또는 귀신영화로 오해할만 하지 않나. 타임루프냐 식스센스냐는 한 끗 차이였고, 다행히도 이 영화는 그보다는 이터널 선샤인에 가까웠다.

 

영화의 인물 구성, 극의 독특했던 색감들은 각기 바삭거리는 식감과 서늘함을 가져오며, 과묵하고 덤덤한 인상의 상륜을 다채롭게 꾸며준다. 저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주걸륜의 세모입을 다시보고 오자. 주변 요소를 이용해 주인공의 감정을 상상하게 만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저 덤덤한 미소 너머 과몰입을 가능하게 했으니까. 귀신인지 진짜인지 모를 여자아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친해지고, 그를 위해 피아노 배틀 하고 사과를 매일 준비해오며, 끝내 무너져 가는 건물에 들어가 혼신의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엔딩까지. 크.

 

3. 결론

영화에 대한 기억을 남길 때는 항상 비중에 고민을 둔다.

영화가 갖는 특징을 더 기록할 것인지, 내가 받은 어떠한 인상을 기록할 것인지.

이 영화는, 우리가 왜 이 영화를 사랑해야만 하는지를 보다 남기고 싶은 영화다.

 

앞선 허술함을 뛰어넘는 계륜미의 미소. 그리고 전화번호도 교환하지 않은 채 쪽지로 데이트 신청을 하는 저 고대의 풋풋함.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언제고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결론에는 사진 넣지 말자는 주의지만, 한번 더 보고가자.

평점은 6점으로 기록하기 직전에, 단수이가 떠올라 1점을 더 남긴다.

그래도 다시 6점으로 옮기자. 세상엔 다른 연애 감정을 일으키는 영화도 많으니까.

 

학생일 때 설레고 상처 받은 작은 기억들을 되짚을 수 있는, 가을에 볼만한 영화.

영어 원제는 Secret으로, 동명의 책은 내용이 사뭇 다름을 유의하자. 이래서 번역이 중요해.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