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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돈 다이 (The Dead Don't Die, 2019)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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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이라기엔 배우진이 아쉽고, C급이라기엔 잘 나올뻔 했으니, D급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살면서 몇 차례, 기다림을 견디기 힘든 순간이 있었다.

모스크바의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13시간을 기다리던 일,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타며 언제 도착하지 하며 자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10시간여를 버티던 일. 그래, 이건 그래도 기내식이 나왔으니 괜찮았다 생각하자.

그리고 이 영화는 기내식과 비행기의 덜컹임도 없이, 고스란히 2시간 정도 되는 런타임을 근성으로 버티게 만든다. 모스크바에서 체류시간과 이 영화 중 무엇이 더 길었냐고 묻는다면, 단언코 이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배우를 먼저 살펴보고, 북미에서 영화 평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애증의 마음으로 영화를 찾게 되었다. 

일단 아담 드라이버는 스타워즈 시퀼 트릴로지의 핵심 배역을 맡았으니, 영화를 싫어하는 것과 상관 없이 눈에 익다. 애증의 관계랄까.

그 외의 배우들도, 어마어마한 배우진이다. 틸다 스완튼은 너무나 친숙한 얼굴이고. 가필드 역의 빌 머레이, 콘 에어와 아마겟돈의 스티브 부세미. 셀레나 고메즈는 굳이 말해서 뭐할까.

그래서 찾아본 영화인데, 이 영화는 일단 배우들을 위한 영화인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촬영할 때 빠르고 편하지 않았을까. 긴장감 없이 느슨하게 촬영하지 않았을까. 휴양하는 느낌 아니었을까. 이미 북미에선 6월에 개봉하여, 영화의 재미는 심히 짐작이 갔건만. 

 

영화는 'B급 영화'에 대한 지론이 철저히 갖춰진 이들을 위해 진행된다.

그리고 본 리뷰 또한, B급 영화에 대한 지론을 기반으로 진행해본다.

 

 

 

1. 화려한 연기자 구성, 그들마저도 실소를 참기 힘든 전개

영화의 출연진은 어마어마하다. 

물론 짐 자무쉬라는 감독 또한, 뛰어난 영상미와 독창성을 기반으로 많은 수상을 기록한 감독이었다.

그렇기에 출연진이 납득은 되지만, 각본은 도저히,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기억에 당장 남는 장면은 다음의 두가지다.

이 미묘한 광대뼈의 움직임을 기억해두고, 영화를 다시보자. 다르게 보인다.

- 레스토랑에서 첫 피해자를 발견하는 장면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연출과 대사를 삽입하며, 웃음을 유발하려 했던 것 같은데. 오죽하면 배우가 먼저 웃음을 감추지 못했을까. 클리프 로버트슨 역의 빌 머레이가 실소를 하다가 최대한 숨긴다. 

 

- 뜬금 맞는 부처 앞의 검술을 보이는 틸다 스완튼(젤다 윈스턴 역)

위의 대배우 또한, 검술을 하다 미소를 짓는게 검술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실소인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그 미묘한 차이가 뭐냐고? 같이 보는 관객 또한 웃음 짓게 한다. 이게 뭐야, 낄낄. 하게 만든다. 사실 이런 웃음을 가져다 주는건, 영화에 그나마 남은 단비 같은 존재다.

 

이는 영화의 전개에 있어, 아직 영화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갸웃거리게 만들다 비로소 무너지게 만드는 순간이다.

정통파 좀비 영화인가? 아니면 다소 웃음을 가미한 좀비영화가 될까? 공포영화로서 전개가 될까? 하면서 지루한 앞부분을 모두 견디다가, 마침내 깨닫게 된다.

이 놈, B급 영화구나. 연기하는 배우도 견뎌내기 힘든 B급 냄새를 풍기는 영화였구나.

 

 

 

2. 대사의 강력한 전달력과 화면 구성의 데자뷰

이런 장면을 기대하면 안 된다. 정말.

 

 

문제는, B급 영화로서 괜찮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모호하다.

내 마음속의 B급영화의 지표는 '무서운 영화3 (Scary Movie 3, 2003)' 이라는 B급 이상의 걸작, 그리고 사이먼 페그의 최고의 작품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가 있다. 이 영화들은 대사나 캐릭터의 구축에 있어, 흔히 B급이라 불리는 영화들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 시켰다. 필요없는 설명은 접어두고, 대사는 알차고 템포는 빠르며, 뜬금맞는 음악으로 극을 살리고, 밈의 투척에 자비가 없다. 

 

반면 이 데드 돈 다이는 글쎄, 초반의 대사부터 극의 진행까지, 너무 느리고 의미없는 대사의 연속이며, 심지어 웃기지도 않다. 좀비가 나타나기까지, 영화 체감상 1/3은 진행이 되어야 나타나며, 그나마도 사건이 본격화 되지 않는다. 해서 배우들은, 이 막연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최대한 무미건조하고 의미없는 대사들을 읊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또 이 모양이다.

 

자전축이 흔들려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거래요.
자전축이 바뀐대요

...
(장면 전환)
...

오디오를 틀어볼까?
자전축이 바뀌어서 세계가 멸망할거래요 
...

 

이런 게 영화 초~중 반부를 모두 잡아먹는다. 잡아먹는게 아니라, 데자뷰를 느낄 정도로 점철되어있다.

각본의 구성 또한 뭔가 이 사건을 전달해야지, 하는 집념에 잡아먹혀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국어책 읽고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는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각본의 문제임을 심히 느낄 수 있는데, 뜬금맞게 라디오를 틀어야 겠어요! 하는 장면들이 무수히 나오며, 그 작위성이 여실히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확히 이 구도가, 영화의 절반을 차지한다.

물론 화면 구성 또한 녹록치 않다.

차량이 이동하며 그를 위에서 내리찍는 장면,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장면. 대화하는 인물들을 한 쪽에서 화면 그득히 채우는 장면. 이런 연출 기법들이 로테이션으로 반복되며 세상에, 이 영화는 무슨 새로운 시도를 한 거지? 하는 의문감을 안겨준다.

 

이 의문감은 물론, 다른 의문감을 모두 작은 의문으로 만든다.

예를 들면 왜 공동묘지에서 나온 시체가 저렇게 펑키한 옷을 옷을 입고 부패도 안 되어있지, 같은 의문들. 

 

 

 

 

 

3. 밈 인건 알겠는데, 어딘가 느슨한데?

친숙한 말장난이야 많다.

프로도 배긴스 드립이야 뭐 이름인 위긴스에서 나왔구나 싶고. 스타워즈 열쇠고리는 아담 드라이버의 지난 배역인 카일로 렌을 풍자한게 너무나 당연하다. 그와중에 칼질도 참 시원시원하게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젤다를 지칭하는 것도, 젤다 윈스턴의 억양을 유독 강조하며 드러낸다. 특히 북유럽권역에서 이어져온 성씨에는 ~~의 아들 이라는 의미로 ~~son을 붙이는게 흔하며, 요새 마블 영화에는 Thor, Son of Odin과 동일하게 Thor Odinson으로 서술된다. 마찬가지로 뒤에 Son을 강조하며 발음하는 젤다 윈스턴에게서, 이런 밈 또는 편견을 투영하는게 어색하진 않다. 위험할 뿐이지. (틸다 스완튼은 실제로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 출신이다)

 

 

이게 그 프랭크 밀러의 작품이 원작이었다.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프랭크 밀러라는 이름에 대한 언급. 이 또한 어딘가 친숙하다 싶었더니 데어데블, 씬시티 등으로 유명한 만화 작가였다. 어두운 극체와 주제로 줄곧 유명하던 이름이 여기서 이렇게 풍자되니 느낌이 또 다르긴 했다만. 극에서 시종일관 프랭크 밀러라는 인물은 원래 그런놈이었어, 하며 풍자되거나 혹은 디스된다.

 

 

이런 밈은 분명히 산재되어있다. 따라서 B급 영화로서의 문법 하나는 차용된 셈이고, 분명 웃을 지점은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인지하고 충분히 웃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무서운 영화3 에서야 당대 유명한 영화를 아우르는 오마주. 그리고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 라는 명확한 대상이 있었다. 영화의 구성을 떠나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명쾌한 오마주와 웃음 포인트가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과연 그랬냐 물으면, 글쎄다. 특히 이 머나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본 영화를 보며 감독이 배려한 웃음 포인트마다 웃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나마 마지막 우주선이 나오며 허, 이게 뭐하는 거지 하며 허탈한 웃음이 나올 뿐이지.

 

 

 

 

4. 결론

B급 영화의 마스터피스. 꼭 봐야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게 있어 B급 영화라는 건 어떤 존재일까 사색해보게 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아슬아슬하다.

영화를 평가함에 있어 기준선을 걸치는게 아니라, 이 영화를 더 볼까, 보지 않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선에 걸쳐있다.

도입부는 정말 감질나게 대체 언제 공포 장면을 줄까, 하며 기다리게 만들며 재미가 없고, 초-중반부에 이르러 그래, 이건 공포보다는 코미디나 B급 정서를 반영한 영화구나? 하며 관객을 재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종반부까지 버틴 관객에게는, 이걸 용케 버텼네? 하며 어처구니 없는 앤딩을 안겨다 준다. 스코틀랜드 인은 저기 하늘로 승천하고, 나머지는 진부한 대사나 읊조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뒤에 앉은 관객이 나름 무서웠다, 열린 결말인가? 하는 말을 친구와 나누며 나갔는데 철저히 반대한다.

무섭지는 않고 고어한 장면을 얉게 연출했다. 이게 무섭다 하면 많은 공포영화들이 연출 의의를 잃게 된다. 

열린 결말이라 되묻는 말은 열린 결말을 선택한 감독들에 대해 모욕이다. 이 영화는 그냥 결말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다.

대충 다 죽고 영화 끝내면 되지, 하는 영화다.

 

그래서 감독 나름으로는, 영화에 의의가 있다.

저 저명한 배우들을 모셔다가, 한 가지 모티브를 통해 자본주의의 신념을 부수는 영화.

돈을 냈으면, 그에 따른 재미를 준다가 자본주의의 신념이라면, 이 영화는 그 신념을 잘 부순 영화다. 돈을 냈는데, 재미가 없다.

 

 

 

앞선 비교 기준이 너무 거대한 탓일까, 내게 있어 B급 영화는 다음과 같다.

- 요구되는 많은 서사를 제작비의 이유로 적절히 타협보면서

- 제한 없는 오마주가 허용되는 영화이며

- 빠른 템포, 재치있는 풍자로 웃음을 주거나 

- 저예산임에 드러나는 한계를 관객의 포용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매력 있는 영화

 

B급 영화들에 대한 정의라기보단, 경험한 특성들임을 먼저 말하고 싶다.

그리고 '데드 돈 다이'는 놀랍게도 위의 서술을 모두 비켜간다.

어정쩡한 오마주와 밈의 투척, 높은 배우 퀄리티와 낮은 각본 수준, 좀비물과 공포물 그 어느것도 충족시키지 못한 영화 전개까지. 관객의 포용을 요청할게 아니라, 관객의 용서를 요청해야되는 영화다.

 

 

 

 

그래서 본 영화의 평점은 2점.

 

사실 덜 주고 싶었는데, 그렇기엔 배우가 아깝다.

그리고 배우들이 웃음을 참는 연기를 하는게, 정말 대단하다.

아니 이 각본을 어떻게 연기했지.

 

딱 위의 요소가 2점을 안겨줄만하고, 이 외에는 글쎄. 감독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된다면 평점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굳이 나와 같이 7월 마지막 밤의 문화의날에 볼 영화는 아니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담 드라이버 이 양반, 아니 좀 진지한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는다 하면 스타워즈 팬으로서 납득이 되겠건만. 이건 아니잖아. 왜 하필 이 영화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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