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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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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포스터

0. 들어가며

 

6 / 10

아쉬운 이별과 박탈감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 하지만 무엇을 위한 영화였을까 되묻게 되는 내용

 

볼 때는 정말 열심히, 재밌게 봤다. 오랜만에 보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물론 예전에 비해 그 무게감이나 공감대는 옅어졌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새 캐릭터들과 장난감들이기에 연출될 수 있는 익살 맞은 장면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하며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영화는 어느새 끝을 달리고 있으니까. 

 

다만 영화를 보기에 앞서,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있어, '토이'의 범주는 우리 세대와 같을까? 전화기 아이콘에 대한 인식도 다이얼이나 수화기가 있는 모습에서 이젠 스마트폰이 기본 모습이라는데, 장난감도 같지 않을까 하는 우려. 토이 스토리에서 확장할 법한 캐릭터성이나 이슈는 이미 주먹왕 랄프에서 많이 보여줬다. 우리가 말하는 '토이' 는 작은 게임기기를 포함하지도 않고, 보다 단순하고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는 존재로 한정되며, 시대에 따라 변주하지도 않는다. 그래, 시대상의 변주를 반영했다면 닌텐도 정도는 나타날 법도 했잖아. 골동품 상점에 있는 게임보이라던가.

 

이 영화는 철저히 토이스토리 1,2,3 을 꾸준히 보았을 관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 시절 관객들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영화의 내용 또한,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 보다 공감할 내용 아닐까. 여기에 더해 그 이외의 대상 - 새로운 세대의 관객으로 확장할 시도를 하지 않는다. 아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걱정과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지만, 재미있게 보며 걱정은 잊었다. 다만 리뷰를 남겨보려 하니, 다시금 의문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영화는 대체 왜 나왔을까, 무엇을 위한 영화였을까.

 

작성하다 덮어두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다시 작은 기록을 시작해 매듭지어본다.

 

  

1. 새로운 등장인물들로 무장한 생동감

 

온갖 매체에서 위의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인해 활력을 얻었다고 강조한다. 위의 인형들 중 버니를 연기한 조던 필 감독이야, 이제 한국에서 충분히 알려졌으니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극에 유머와 상상력을 공급해주긴 한다.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도 물론 넘친다. 전혀 키아누 리브스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듀크 카붐. 간간히 나오는 대세에서 깨알같은 디테일이 느껴진다. Yes, we Canada! 라던가. 중간에 프랑스어로 Oui 라 대답한다던지.

 

 

 

위 사진의 좌측. 어디서 본 거 같다 싶더니만.

사실 더 마음에 들었던건, 그 데드 사일런스에 나오는 기괴한 인형이 본작에 나타난 것. 공포 영화 팬인 만큼 이런 깨알같은 출연에도 그저 감동입니다, 를 말할 수 밖에. 그리고 그에 적합한 배역을 맡았다 생각한다. 공포스럽게 추격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약간 놀랐다.

 

이 생동감의 정점은 바로 포키가 완성 짓는다. 장난감인지도, 아닌지도 모를 오묘한 형태로, 너도 장난감입니다를 설파해야 한다.

기존의 많은 토이들이 스스로의 자부심이나, 사랑받고 싶고 선택 받고 싶어한다는 큰 틀 하에 놓인 캐릭터들이었다면 포키는 좀 상이하다. 시도 때도 없이 I'm trash라 외치며 쓰레기통으로 뛰어드는 이 존재에게, 기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토이 스토리의 큰 흐름과 대비되는 매력이 있어 그런게 아닐까.

 

포키 만들기 챌린지까지 있다고 들은 것 같다. 세상에.

 

2. 기존 캐릭터들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 잃어버린 방향성

이 영화는 토이스토리 라기 보단, 토이스토리 외전 - 우디 편 같은 느낌이다.

사실 우디는 핵심적인 주인공이기에 우디를 위한 외전이란 것은 참 모양이 우스워진다. 슈렉 외전 - 슈렉 편. 드래곤볼 외전 - 손오공 편. 후자는 뭔가 본 거 같긴 한데.

토이 스토리 4는 이 인물 배분의 실패로, 그 균형점을 잃은 영화로 다가온다. 누구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풀어내야 할 것인가? 우디? 포키? 보니? 보? 여기서 언급안 된 누군가가 있다고? 버즈나 제시, 듀크 카붐 등을 말한다면, 바로 봤다. '토이' 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기존 인물들을 모두 등장시켜야만 했고, 신선함을 주기 위해 새로운 인물들을 또 대량 추가해야 했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 시점으로는 짧은 몇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장면 배분을 밀도 높게 캐릭터 별로 주어야만 했다. 이는 영화가 어딘가 늘어지고 답답해지게 함과 동시에 캐릭터의 매력을 깊게 파고들지 못하게 만드는 한계로 다가온다. 새로운 인형들의 만담이 재미있다고? 한 두 번 정도 강조된다. 듀크 카붐! 예스 위 캐나다! 역시 두번 강조 된다. 처음 실패한 점프, 마지막 모두를 살리는 점프. 개비 개비? 처음에 기괴한 악의 마왕 처럼 한 번, 나중에 필요한 이에게 찾아가는 인형으로 한 번. 

 

 

다른 버전의 포스터. 뭔가 혼란스럽지 않냐고? 우측 뒤의 듀크 카붐도 봐주자.

 

 

이 놀랍도록 정교한 장면 배분은 이 영화의 시사점이 새 캐릭터들에게 맞춰져 있지 않음을 말한다. 이들을 만나 변화하는 우디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여기서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토이스토리는 이미 3편까지 이어지며 많은 캐릭터들을, 하나의 공동체 안에 끌고 들어왔다. 제시며 버즈며 보니의 기존 장난감까지. 모두 4편까지 누적되어 오며 쌓아온 것은 우리 창고의 장난감 뿐만이 아니다. 토이스토리 그 자체도, 각각의 매력있는 캐릭터들을 누적 시키고 간직해왔다. 그 균형을 정교히 쌓아보려 했던 것 같지만, 글쎄. 버즈의 존재 가치는 마지막 우디를 보내주는 것, 그 뿐이었달까. 이 쯤 되니 개비개비는 굳이 등장해야 했을까 싶을 정도의 빌런이었다. 빌런도 아니지만.

 

3. 우디는 누구의 모습을 가장 닮았나

 

그래서, 일단 우리의 화두는 다시 우디로 집중 되어야 한다. 정확히는, 우디는 누구의 모습을 제일 닮았나? 하는 질문이다.

우디는 본작에서 정말 처참하다. 

 

 

 

토이 스토리 1의 우디와 버즈. 사실 20년이 지난 장난감이 보존이 잘 되긴 힘들 것이다.

한 때 앤디와 가장 가까운 존재 였지만, 이제는 trash! 만 외치며 뛰어드는 포키보다 사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본작 최고의 빌런이 보니라는 말까지 나올까. 그래서 포키를 지켜내는 것이 우디의 존재 이유로 급격히 바뀌어 버린다. 정확히는 보니라는 세계 안에서, 우디의 존재 이유는 포키라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전부인 것이다.

그래서 보 핍과의 충돌에서 나오는 우디의 절규는 어딘가 이 영화를 쫓아온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토이 스토리 첫 영화는 1995년에 나왔다. 그 당시에 20대였다 한들 지금 40대. 혹 나이가 더 들었다면 50대까지 바라보지 않을까. 그들이 살아오며 우디와 같은 무기력함, 혹은 사회 속에서 실패감을 겪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포키의 존재가 마냥 웃기지 않고 가슴을 울리는 것은, 포키와 우디의 관계가 자식과 부모, 혹은 자식과 가장(여성이던, 남성이건)의 구도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존재 의미를 되짚으며 방황하는 자식들을 이끌어 주는 부모의 모습이지만, 정작 그들도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남은 건 포키를 가르치고 키워내 어떻게든 보니의 세계로 들여보내는 것.

 

반면 다시 만난 보 핍의 존재는 정말 매력적이다. 더 넓은 세상에서, 자유라는 이름 하에 의미를 주고. 영화의 도입부에서, 그렇게 아련하게 헤어졌기에 보 핍과의 생활 자체로도 새로운 의미를 준다. 개인적으로는 우디가 모르는 세계를 소개 시켜주는 모습들에서, 가장 빠져들 수 있었다. 보와 세상으로 나아가도, 뭔가 답을 찾을 것 같다는 확신을 안겨준 장면. 그래서 안도하고 수긍하며 영화의 결말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본 작의 우디는 그 여느 영화보다도 은퇴하는 부모 세대의 모습을 닮아있다.

그리고 영화의 작은 결론은 마음이 가는대로 행하라가 될 것이고. 혹은 젊은 시절 차마 하지 못한 일들을 하라, 라던지. 

이렇게 우디의 모습을 바로 보고 나서야, 마지막 버즈와의 이별, 보와의 새로운 시작 등 모든 게 좀 더 풍부하게 다가온다.

 

 

4. 결론

이 영화는 우디의 이야기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우디의 은퇴이야기이고, 조금 더 다듬으면 첫 영화를 감상하던 세대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자유를 찾아나서죠.

 

그리고 의미 너머로 영화의 구성을 보면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다.

산만한 캐릭터 구성들을 좀 더 정리 했다면, 혹은 버즈나 보의 비중을 좀 더 높였더라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성급한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여기에는 어른들의 사정이 반영된게 아닐까 생각된다.

디즈니는 근래에 과거에 탄생시킨 IP의 재조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많은 2D 애니메이션 들이 이제는 실사화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리메이크되어 다시 스크린을 밝히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물론 흥행하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와 새로운 프로젝트는 말할 것도 없다. 잠시 스타워즈에 짧게 x를 눌러 조의를 표하고 가자. 감독과 지휘자가 바뀐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왔으니, 앞으로는 또 모를일이지만 말야.

다시 말해, 예전 캐릭터를 다시금 활용하자니 이미 3편에서 이직은 다뤘고, 이제는 은퇴 말곤 다룰 이야기가 없고. 그러자니 새로운 캐릭터들을 늘려서 외전이건 스핀오프를 만들 동력은 공급해야겠고. 혹은 새롭고 매력있는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아동 - 청년들이 이 영화를 보길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목적이었다면, 그냥 게임보이를 캐릭터화 하지 그랬어, 싶지만. 

 

 

토이스토리의 평점은 6 / 10으로 기록을 마무리 한다.

은퇴를 논하기에 내 나이가 아직 어리고, 토이 스토리 1 또한 언젠가 ocn아니면 cgv에서 상영한걸 본 만큼, 이 영화가 목적으로 한 관객은 아니기에 더 높은 평점을 주기엔 내 이해가 부족하다.

반면 덜 주기에는, 영화를 보며 부모님이 생각나며 뭉클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가 생각난다면, 부모님과 같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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