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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Spider-Man : Far From Home, 2019)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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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8 / 10 

 

청소년 히어로 영화의 기점이 될 작품이자 세 번째 스파이더맨을 정의해준 영화.

세 번째 스파이더맨의 지난 첫 개별 영화는 친근한 이웃으로써 스파이더맨을 편안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밀도 높은 빌런의 연기와 천진난만한 스파이더맨의 사이에서 (일단 스타워즈 덕후임에 가산점을 주자), 이 사람이 마블에서 보여줄 스파이더맨이다! 하는 이미지를 잘 전달했다.

그 두 번째 개별 영화, 파 프롬 홈에서는 그 스파이더맨은 대체 '누구' 인가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이는 기존과 사뭇 다른 접근인데, 스파이더맨은 어떠해야 하는가, 영웅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항상 다루는 것이 스파이더맨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이한 접근과 더불어, 톰 홀랜드의 매력과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이 같이 어우러지며 영화를 완성시켜준다. 

타인을 믿고 빨리 공감할 수 있는 학생의 모습과 현실주의, 물질주의에 찌들어버린 어른들의 대비.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마침내 스파이더맨이 누구인지 좀 더 깊게 파고들 수 있게 되었다. 

평점은 더 안겨주고 싶었지만 내가 고등학생이었어야 더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더 주기엔 마냥 나이들어버린 느낌이다.

조금씩 뜯어보자.

 

당연히 이후로는 스포일러가 조금 담겨있을 수 있다. 

쿠키 영상은 두 개, 모두 중요하니 필히 챙겨보도록 하고 이후 내용은 영화를 보고나서 살펴보도록 하자.

 

 

 

1. 마침내 '누구' 인지 알게 된 오랜 친구,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은 그 동안 세 명의 배우를 통해 실사화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었다.

그 첫 주인공은 피터 파커.. 가 아니라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모든 

이 영화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구글 이미지, steam artwork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은 잘 몰라도 위의 말은 어디선가 들어보지 않았을까. 스파이더맨을 상징하는 주제어이기도 하자, 위의 트릴로지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핵심 개념이자 표어다. 스파이더맨? 책임이지 역시. 1편의 등장과 친구의 아버지와 싸워야 했던 비극. 2편에서 처참히 밀리면서도 지하철을 멈춰세우며 시민을 구해야 했던 책임감. 3편에서는.. 다소 흐려졌지만 역시, 자신의 실수이자 분신과 싸워내야 했던 장면들까지. 토비 맥과이어는 너드가 강한 힘을 얻고 그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는, 희생적인 영웅을 잘 보여주었다.

 

 

 

 

 

"그웬.. "

얘는 그웬이다. 

사실 '그웬'이라는 인물 또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2018)에서 보다 매력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그웬으로 덮어두자. 

 

 

 

 

스파이더맨 : 홈 커밍

 

그리고 마침내, 이 앞에 걸어가는 작은 스파이디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는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홈커밍에서는 작고 막연하게 느껴지던 부분이, 마침내 이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체계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의 친구들 - 스파이더맨의 조언자이자 보호자 (상징적인 어른의 모습 1) - 철저히 사회에 찌들은 빌런 (상징적인 어른의 모습 2) 

이 안정적인 삼각형의 중심에,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와 오가며 성장하고 나이든다. 물론 머리를 감싸쥐거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거나, 데이트를 위해 세상을 구하는 일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순수함까지.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스파이더맨이 누구인가지, 스파이더맨이 어떻게 행동해야 맞는걸까나 옆에 있는 첫사랑이 누군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서 이 영화는 작은 실수도, 큰 실수까지도. 내면의 고민 마저 다루며 스파이더맨을 끝임없이 해석하고 보여준다.

그리고 그 핵심은, 어른과 학생. 혹은 보호자 및 비뚤어진 어른과 청소년의 구도로 좁혀진다.

 

 

2. 매력적인 빌런들이 스파이더맨을 정의하고, 친구와 보호자는 키워내고

 

짜잔, 외계에서 온 멋쟁이 벡이라고 합니다. 미스테리오라 부르시던지 마시던지.

먼저 빌런은 매력적이다 못해 카리스마가 차고 넘친다. 이미 많은 동료를 얻어 집단을 구성한 점에서, 전작의 벌쳐와 본작의 미스테리오는 맥이 통한다. 그리고 이들의 존재와 행동의 동기는, 오늘날의 모든 성인에게 강력한 공감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물을 인정 받지 못하거나 토사구팽 당한 존재. 이들은 사실 악인으로 그려진 것일 뿐이지, 존재 자체로 기존의 사회 질서에 반기를 드는 존재이자 카타르시스를 안겨다 준다. 벌쳐와 미스테리오의 차이가 있다면, 전작의 벌쳐는 좀 더 현장의 일을 처리하다 급격히 재력과 신분이 상승한, 블루 칼라를 상징했다면 이번의 미스테리오는 화이트 칼라를 상징하며 보다 능숙하고 주도적으로 피터파커를 속여 등쳐먹는다.

 

그래서 이 빌런들의 모습은, 놀랍도록 친숙하다. 많이 보고 느끼며 같이 생활하는 모습이니까. 그 우리의 생활 장소, 생활 터전에, 어린 학생으로서의 스파이더맨이 대뜸 던져진다. 짜잔! 그리고 여름 방학 숙제로 관찰 일기 작성이 시작되는 것이다. 

뛰어나고 치밀한 빌런인 벌쳐 앞에 던져진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행동할까? 가 1편

뛰어나고 치밀하고 닉 퓨리도 속여먹는 미스테리오 앞에 던져진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행동할까? 가 2편.

3편은 뭐, 이제서야 우리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뛰어나고 치밀하고 ~~도 ~~해먹는 ~~들 앞에 던져진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행동할까?

 

그리고 위의 빌런과 대비되는 보호자와 친구들의 영역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아늑함을 안겨준다. 시기 적절한 해피의 도움이나, 학생으로서의 일생. 메이 숙모와의 유쾌한 케미까지. 아늑한 일상과 현실적인 빌런. 이 두 가지는 스파이더맨에 정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이 아이, 정말 잘 컸으면.

 

 

 

 

 

3. 누가 배우고 누가 진짜인걸지, 나는 도통 모르겠으니 감탄부터 하자

당연히, 빌런들은 사회의 각 계층을 보여주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 만큼, 그 누구보다도 배우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세상에.

그 마이클 키튼이 빌런으로 나온다고? 홈커밍.

그 제이크 질렌할이 빌런이라고? 빌런 아니고 조력잔가? 누구지? 파 프롬 홈.

 

그리고 본작에서 제이크 질렌할은, 정말 미친 연기를 보여준다.

정말.

정말로.

나이트 크롤러(2014)의 광기와 옥자(2017)의 과장됨 사이에서,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빌런의 수장인 면모를 아낌 없이 보여준다. 어느 순간에는 동네 형, 또 다른 순간에는 개츠비와 같은 모습과 오라까지. 표정 하나하나가 그 미스테리오라는 빌런명이 아깝지 않을 섬세함을 안겨주고, 이 빌런 만으로 영화가 풍부해진다.

전작의 벌쳐와 스파이더맨의 차 안에서 눈빛을 교환하던 씬이 강렬했듯이, 본 작에서 미스테리오는 그 존재감을 쉬이 내려놓지 않으니 찬사를 더 줘도 모자랄 판. 이 쯤 되면 다음 영화의 빌런은 누가 되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네드 역의 제이콥 배덜런도 역시 뛰어난 케미를 보여주고, 극의 긴장감을 잘 풀어주고.

본작에서 훨씬 비중과 밀도가 높아진 MJ역의 젠다야 콜맨도 있다. 

 

홈커밍에서만 하도 설마 쟤가 그 메리 제인 왓슨이겠어? 혹은 스파이더맨의 상대역으로는 좀 아쉽지 않을까 하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파이더맨 덕후에게는 MJ와 그웬 스테이시라는 양대 산맥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애초에 이야기가 피터 파커의 첫사랑 이야기가 핵심인 만큼, 그 중요성이 높아지며 정말 빛이난다. 

영화 전체를 통해 빛이난다. 정말. 

위대한 쇼맨에 나온 그 배우구나! 하고만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시니컬, 딥 다크한 일상의 모습에서 피터 파커와 일대일로 상황이 놓이면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 그리고 불안한 시선. 영화의 종반부에 다다르며 보다 풍부해지는 표정들까지.

연기의 세밀함은 눈빛과 표정톤으로 훌륭히 전달되고 묘사된다. 

스파이더맨을 다시 본다면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를 보고자, 또 다시 본다면 젠다야 콜맨을 보기 위해서 아닐까.

 

 

 

 

 

4. 다소의 의문들은 유쾌함으로, 우리가 마블을 찾는 이유. 

 

이 아낌 없는 찬사들을 뒤로하고, 물론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그리고 마블은 이를 유머로 넘기고 다듬는 데에 뛰어난 역량을 보여왔고.

 

일단 밀도 있는 상영 시간 사용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듯한 느낌은 곳곳에 남는다.

 

(1) 이디스.

우주 공간에서 대기권 진입을 감당하는 로봇이, 인간 수준의 완력으로 휘두른 메이스에 크게 휘청이고 기능이 순간 멈춘다. 그래, 일단 넘어가고. 아, 똑같은 위성에서 텅스텐 막대를 단순 사출하여 런던을 파괴하는 영화가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야. 역시 기술은 아이언맨이 최곤가 보다. 

아, 그리고 제어권을 모두 '양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양도가 그 양도가 아닌가보다. 피터 파커는 태연히 이를 다시 통제 한다. 음.

그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급의 전략 무기가 너무나 쉽게 통제권이 오고 가는 장면에서, 그걸 또 닉 퓨리가 허용했다는 장면에서 무언가 아쉬움이 느껴진다. 

 

 

(2) 닉 퓨리

물론 쿠키 영상으로 납득될 만큼 설명이 되긴 했다. 과거 가루 바사삭이 된게 닉 퓨리 인지 스크럴인지 하는 떡밥도 간접적으로 응용된 듯 하고.

그럼에도 과거 영화에 비해 치밀함은 온통 어디갔나 싶게 연출하다가, 마지막에 짜잔! 사실은 이러했습니다 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그리고 이런 몇가지 아쉬움 - 특히 이디스 - 를 정말 태연하게 유머로 승화 시킨다.

이디스로 친구를 저격하는 장면과 다급한 피터의 대처 라던지. 쿠키 영상에서 변명하고 불평하는 스크럴 이라던지.

이 마블식 유머에 정점을 찍은게 토르 : 라그나로크 였다면, 청소년 용으로 순화해서 다듬어 낸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다.

설정의 아쉬움을 왜 따지겠는가, 당장 앞에 놓인 화면이 쿨하고 웃기고 몰입되는데.

 

 

 

 

5. 결론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제외한 스파이더맨 영화들은, 기대한 관객의 모습이 지금과 사뭇 다르지 않았을까.

스파이더맨 코믹스로 스파이더맨을 접해서, 캐릭터를 깊게 아는 이들이 영화관에 찾아오는 모습.

 

그렇기에 스파이더맨의 너드함이 유머 코드가 되고, 그의 행동 철학은 영화의 행동 철학이 되며, 

여주인공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닌 누구여야 하는지로 논쟁이 일어나는 모습들.

스파이더맨 덕후들을 위한 스파이더맨 영화들이었다.

 

세 번째 스파이더맨, 그 첫 영화인 홈 커밍은 마블의 스파이더맨을 소개해주었고,

본 작인 파 프롬 홈은 앞선 영화의 인물 구도를 영리하게 이용하여 다시 스파이더맨을 세상에 던져둔다.

그리고 관객은 이제 스파이더맨은 누구인지 다 같이 처음부터, 평등한 위치에서 관찰하게 된다.

엉클 벤? 몰라도 돼.

메이 숙모? 좀 힙해도 되지.

MJ? 그거 미쉘 존스 아냐?

이 자라나는 꿈나무 히어로 관찰 일기는, 그렇기에 모든 관객에게 열려있는 친근한 이웃을 아낌없이 설명해준다.

더 이상 관객은 스파이디 너드가 아니다. 마블의 문을 두드린 모든 이다.

 

평점은 9점 이상을 주기엔 나이 든 마음 깊이 울리진 않고,

8점 미만을 주기엔 내 동심과 어린 향수가 깊게 울리고.

그러니 지금 나이에는 8점으로 합의보면 딱이지 않을까.

 

고등학생일 때 봤다면, 또는 훨씬 나이들어 본다면 더 높게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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