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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 3 : 파라벨룸 (John Wick 3 - Parabellum)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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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터.

 

0. 들어가며

 

 

7.0 / 10.0 

 

 

해보고 싶은걸 모두 해봐야지 하는 호기로움, 그래서 남는 아쉬움

 

키아누 리브스의 복귀와 존 윅의 시작을 알린 1편, 그 유명한 총기 소믈리에 씬을 남긴 2편을 두고 보자면, 이 영화는 어딘가 아쉬움이 분명 남는다. 어찌보면 시리즈 물로서 반복되는 요소를 줄이고,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지 하는 감독의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혹은 급히 다른 사람이 찍은 듯한 성급한 연출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몰입감 있는 액션과 강렬한 장면들은, 존 윅을 찾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그래서 남겨보는 짧은 기록. 아끼고 아끼던 시리즈 물인 만큼, 기대감이 너무 컸나 싶긴하다.

 

 

1. 다양한, 정말 다양한 변주

먼저, 액션의 장르에 있어 정말 다채로운 변주를 쉴새 없이 쏟아준다.

아마 감독은, 이렇게 아름다운 총기와 운용법을 앞선 영화 두편에 걸쳐 다양하게 보여주었으니, 이쯤 되면 살짝 지치지 않을까 걱정한게 아닐까. 해서 시작부터 존윅의 환경은 철저히 총기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놓이고, 이를 영화의 중반부까지 꾸준히 유지하며 각 상황 마다 주어지는 다양한 무기를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단검 투척 및 도끼 투척 등 다양한 투척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면, 중세 마상 격투는 이랬을까 싶게 격투씬을 제공한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할리 베리가 소피아 역으로 나오며 경호견 운용과 총격술을 함께 이용하는 장면인데, 이래서 각종 게임에서 소환사를 꾸준히 등장 시키구나 하는 영감을 안겨준다. 뭔가 설득력도 있다. 저렇게 빠르고 낮은 자세로 돌진하는 동물을, 어떻게 총으로 쉽게 맞추겠어?

물론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일본식 검과 단검 등을 이용한 격투 장면, 특히 강화 방탄복으로 무장한 기동타격대와 총격전 또한 그 디테일에 감탄하게 된다. 헬멧을 당겨 드러난 목 틈을 쏜다던가, 투시경을 들어 내고 머리를 쏜다던가. 관절 부위, 연결 부위를 근접전에서 권총사격으로 최대한 노리는 모습들에서, 중세 판금 갑옷과 양손검으로 무장한 기사간의 결투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이런 전투 장면들은, 검과 창으로 싸우던 시대의 모습을 현대에서 총과 다른 도구들로 정말 세련되게 묘사했다 생각한다.

 

 

이런 변주의 시도는 장소라는 측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 뉴욕의 컨티넨탈 호텔에서 러시아 풍의 극장으로 들어가며 새로운 분위기를 안겨주고, 다시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올법한 카사블랑카(와 할리 베리)로 넘어가 또 다른 컨티넨탈 호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 사막 한가운데를 방황하며 어쌔신의 기원을 찾으며, 아쿠아맨의 안타까운 cg가 아닌 생동감 넘치는 사막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종장을 장식하는 장소는, 어딘가 이소룡이 주연한 용쟁호투의 장면을 오마쥬한 듯한 느낌마저 안겨주며 역시 세심한 장소의 변화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2. 시간과 시각의 적극적 이용

이 방대한 액션과 방대한 장소를 밀도있게 보여주기 위해, 제한된 시간은 정말 긴박하게 다가온다. 지난 1시간의 유예에서 얼마 남지않은 20분. 이후 이어지는 지속적인 암살자들의 급습들. 이를 보다 세밀히 묘사하기 위해, 영화의 절반 가까이 존윅은 지난 2편에서 맞춘 깔쌈한 수트를 종일 입고 다닌다. 다른 첩보 영화나 유사한 영화를 보면, 항상 세이프 하우스가 어딘가 준비되어 있고 적절히 총기 및 장비를 준비해서 철저히 계산하에 공격하지 않던가. 본작의 존윅은, 정말 남은게 하나 없는 상태로 급박히 떠돌아 다니고 방황한다. 오직 아내와의 기억을 간직하고자. 그러나 얼마나 깊은 방황이고 급박한 방황인지, 저 만능 수트로 사막까지 여행하며 시간적인 급박함을 느낄 수 있다. 옷 따위 갈아입을 시간 따윈 없고, 세상 모든 암살자들이 노리고 있다. 영화 초반의 시퀸스는 불안한 시선으로 끝임없이 시계를 확인하는 존 윅이, 그 모든 걸 설명한다.

그리고 이는 영화 전체에서도 7일의 유예기간, 직후의 결전 예고, 곧 바로 급습하는 기동 타격대까지. 엄청난 밀도로 전개한다. 전작까지는 우리의 존윅은 말 한 마디 설명할 시간에 총을 한 발 더 쏩니다, 하고 농담했다면 이번엔 약간 더 친절해진 셈이다. 정말 목숨이 걸려서, 질주할 수 밖에 없다구요.

 

 

3. 문화적 차이인걸까, 힘이 빠진걸까. 

이 모든 장점은 하나의 짜임새 있게 이어진 단점으로 빛이 바랜다. 장점이 짜임새 있게 이어진게 아니라, 단점이 짜임새 있게 이어졌다는게 다소 아쉽긴 하지만, 분명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다. 대략적으로는 문어머리 분이 나오며 힘이 빠지고, 보다 깊게는 그 지점 부터 영화의 핵심적인 무언가가, 나사가 풀리게 된다.

Judicator에게 의뢰를 받은 일본 어쌔신들은 (아마 닌자가 모티브겠지) 훌륭한 잠입 액션을 통해 러시아 마피아와 모피어스... 의 조직을 제압한다. 이 장면 까지는 정말 인상깊다. 그림자 속에 정말 은밀히 숨어있다가 스윽 나타나 칼로 찌르고 다시 숨는 모습은, 영화에서 어떻게 닌자를, 혹은 어쌔신이라는 이 암살자 집단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범 같이도 느껴진다. 카메라는 무심히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사방으로 그림자에서 나타난 칼이 적을 찔러낸다. 귀신 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이유를 알만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 멋진 숙련된 암살자 집단은 종반으로 가서 갑자기 정정당당한 살인 기술의 승부를 바라는 이상한 집단으로 탈바꿈하여, 각개 전투를 통해 존윅과 대치하고 또 익숙한 구도로 패배한다. 1:1로 승부를 겨루자! 그 대단한 사람과 싸우다니 영광이다! 이러다가 픽픽 쓰러져 나가는 지점이나, 서로 예를 다하는 장면에서는 이게 내가 알던 존윅이 맞나 싶었다. 아니 그 예절 모르는 갱단 아들 찾아 복수하던게 1편이고, 호텔에서 에티켓 몰라서 인생 말아먹은게 2편 엔딩인데, 이게 뭘하는 짓이야, 다 된 영화에.

이는 닌자 스러운 전투를 위해 결투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이 달라지며,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존윅의 특징적인 연출 방식이라 하면.. 원 테이크로 길게 따라가며 근접 사격전을 쉴새 없이 연출하는 모습이 백미 아니던가. 이런 연출에는 분명한 몰입감을 안겨주어서, 앞에서 구르고 잡고 엎치락 뒷치락 하는걸 따라가다 보면 미묘하게 합이 어긋나거나 맞기를 기다리는 장면이 나와도 신경 쓸 틈이 없곤 했다. 앞에 키아누 리브스가 처절하게 총질하는데, 옆에 기다리는 빌런 1을 볼 틈이 어딨어. 그런데 종반의 전투는, 근접 맨손 격투, 칼을 이용한 특징적인 결투 장면들을 위해 조금씩 씬을 바꿔내는 속도가 빨라진다. 순간 사라지고 나타나는 장면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해서 1편의 갱단 두목과 처절한 격투나, 2편의 종반에 다급한 격투 장면 과는 사뭇 다른 어딘가 너무 친근한 문어 아저씨와 합을 겨루는 피날레가 되어버린다. 차라리 Judicator 와 근접 총격전을 한다던지 해서 엔딩을 보여주었다면 훨씬 나았을 법도 했는데. 엔딩을 보니 어쩔 수 없었구나 싶기도 하고. 

 

 

타코야키 구울 것 같지만, 복어회 장인이다

 

이는 마지막 총격전이 한호흡 어정쩡하게 끊긴 것과도 이어진다. 윈스턴은 사임을 거부하고, 존윅이 아슬아슬하게 호텔에 들어서서 새로운 총격전을 준비하려고 할 때, 오 영화가 이렇게 끝나며 4편을 암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덜 끝난 감이 있긴해도, 존 윅의 대탈출과 어쌔신과의 만남, 돌아와서 새로운 전쟁 예고까지 충분하지 않았나? 다만 감독은 아직 목마른 이었다. 마지막의 결투 장소에서는 일본식 갑옷도 사방에 비치되어 있다. 와패니즈는 다시 고개를 들어, 관객에게 비수를 꽂는다. 방심하고 있었지? 미안하지만 닌자 어쌔신이야.

어쩌면 사실 이게 다른 유구한 서양 관객들에게는 보다 매력적인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그래서 취향의 차이를 느낀다면 여기가 아닐까. 러시아 갱단하고 레슬링 하며 끝나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저들에게는 그게 너무 식상한게 아니었을까. 트레일러에서 발레며 음악이며 그걸 더 암시하긴 했지만 말야.

 

다시 정리하자면 영화의 후반부, 아니 정말 끝의 끝에 다른 종반부에는 다른 감독, 다른 각본가, 다른 연출자가 다룬 듯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다양한 모습을 녹여내려다 나온 오류일지도 모르고, 다른 이 중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써 쌓아올린 시간적 긴박감에서, 오 그 대단한 존윅이 오셨군 하며 여유를 부리는 장면은 분명한 이질감이 있다. 그 대단하신 존윅은 곧 자신을 죽일텐데 말야.

 

 

4. 결론

매트릭스 1,2,3 에서 3편과 존 윅 1,2,3 에서 3편은 그 무게가 다르다. 이 영화는 매트릭스 3보다는 어벤져스 3의 향기가 난다. 4편을 강하게 암시하고, 그 동기를 부여하되 다양성을 이식한 영화니까. 

하지만 존윅 1,2를 정말 재밌게 본 관객들은 그 다양성에 발목 잡혀 영화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까. 피자 먹으러 왔는데 김치 탕수육 피자를 떡하니 보면, 어 음 맛있긴한데 이게 뭐더라 싶잖아. 하다 못해 푸틴을 얹은 피자라도 줘야지 왜 거기서 그게 나와. 

 

 

평점은 7.0 / 10.0 

영화는 분명 재미있고, 마지막 할리 베리와 함께한 총격전까지 보고 나면 긴장 풀고 숙면을 취해도 된다. 뒤 내용은 대충 상상한 그대로니까. 

 

 

아, 파라벨룸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Si vis pacem, para bellum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영화 내에서 윈스턴이 읊조리기도 하고,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제목이기도 하니 정말 적절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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