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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엔드 게임 (2019) 천천히 기록 하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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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론

총평 및 점수는 지난 리뷰의 내용을 차용한다. 영화는 정말이지 대단했고,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 지금 영화관을 독점 한다는 말이 첫날 부터 나오고, 평일임에도 오후 중에 백만 관객 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말 다했다.

평점을 준다면 :: 9 / 10

다시 보고 싶은가? :: A3 ~ A4

 

해서 앞서 내린 결론은 위와 같다.

10점 만점에 9점, 세 번도 넘게 다시 볼 수 있겠다 싶다.

 

 

 

좀 디테일한 기억의 정리와 서술에 앞서, 이번 리뷰글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1) 정말 멋진 종결

2) 뭔가 잠깐만! 하게 되는 다음 세대로의 연결

 

- 새로운 작품은 어떻게 팬덤과 기존 영화들을 깊게 파고 들었나?

- 개연성이 문제였는지, 캐릭터가 문제였는지 아리송한 대목들은 왜 나왔나.

 

 

이번 어벤져스 엔드 게임 ( Avengers - Endgame, 2019) 는 최종장이라는 그 이름에 맞게 정말 대단한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위주로 대립과 과거, 영화 종반의 의미 전달까지 이어지는 장면들은 지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를 떠올리게 하면서 그 매듭을 성실히 지어줬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사 및 등장 장면들은, 지나쳤기 쉬운 작은 요소 하나하나 마저 철저히 살려서 이번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반면 여전히 아쉬운 장면은 분명 있다. 전작에서도 지적되었던 다소의 개연성 문제는, 이게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인 만큼 전작부터도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너무 뜬금 맞는 인물의 하이라이트와 특정 인물의 정말 지속적인 캐릭터 설정 문제는 분명 눈에 띄었고 몰입도를 뭉겔 수도 있는 요소였다. 

 

해서, 돌이켜 보니 정말 오래 마블 영화를 보게 되었구나 새삼 느끼는 겸 기록을 남겨본다. 휴.

 

 

1. 정말 멋진 종결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어울리는 마무리

 

개봉 후 몇일이 지나자, 적어도 팬들을 위한 괜찮은 마무리였다는 말에는 많이 공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작품에서는 앞서 이어져 오던 인물들의 서사를 참 열심히 묶어 내었다고 보이는데, 특히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각각의 마침표는 그 무게감과 여유가 느껴졌다.

 

 

(1) 의무감과 정의감, 순례길을 걷는 캡틴 아메리카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들 위주로 오려 모아본다.

 

- 윈터 솔져의 엘리베이터 씬을 여기서 다시?

좁은 실내에서의 빠르고 정밀한 격투씬으로, 캡틴 아메리카가 히어로라는걸 각인 시켜주었던 그 엘리베이터 격투씬 장면이, 여기서 다시 오마주 되었다. 보다 기묘하고 강렬한 방식으로. 마블 코믹스에서 언급되었던 캡틴 아메리카의 사실은 하이드라였다! 이야기를 위트 있게, 속여 넘기기 위한 캡틴의 재치로 탈바꿈되어 표현되었다.

물론 이어지는 캡틴 대 캡틴의 싸움도, 원작 코믹스 팬들이라면 위의 코믹스에 이어지는 격투씬의 오마주로 보다 재미있게 봤을 것이다.

 

- 시빌 워에서 이어져 온 유산, 분쟁의 끝

초반의 캡틴은 정말 시종일관 침울함과 자책, 그럼에도 일어나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계속 보여준다. 일반 시민과의 상담을 진행하고, 동시에 잘 모르는 양자 이론이 나온들 무엇이든 해봐야지 하는 모습에서 현대 사회의 가장의 모습마저 느껴진다. 이는 뒤의 묠니르와 연계되어, 철저히 자기 개인의 욕망을 접어두고 의무감과 무게감으로 점철된 캡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주에서 귀환 직후 아이언맨과 대비되는 모습은 시빌 워에서 쌓어온 업보가 터졌구나 싶은 대목.

물론 방패를 돌려주며, 그 화해도 3편에서의 아슬아슬함에서 보다 완숙하게 드러난다.

 

 

- 의무감에서 해방, 망치와 방패.

마지막 캡틴의 묠니르는 단순히 묠니르로 끝나지 않는다. 묠니르는 신의 권위이자 한 국가를 수호하는 의무를 지탱하는 신물로, 그 자체로 주인과 자격을 판단하는 무기였다. 토르 1편에서 어벤져스 2편으로 이어지는 망치에 대한 자격은 사실 토르의 캐릭터 변화와도 이어져있는데, 개인의 호기로 치중할 때는 망치를 들지 못했던 토르가, 인간을 위한 희생을 결심하고서야 자격을 회복하였다. 마찬가지로 캡틴 또한 자신의 호기심으로 망치를 다루려할 때는 들지 못하였다가(어벤져스 2편) 마침내 결전의 순간에서 망치를 다루게 되었다. 

묠니르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해서 보면 사실 캡틴이 망치를 들게 되는 것 보다도, 망치와 방패를 들고 혼자 인피니티 스톤과 관련한 여정을 시작하는게 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다. 아이언맨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남겨져 지켜질 이들에 대한 애정과 함께, 토르의 수호자로서 여행을 혼자 고독히 수행한다.

마지막 방패를 물려주는 캡틴의 모습에는 당연히 망치 또한 남아있지 않다. 모든 수호자로서의 의무를 다 끝낸 캡틴의 모습은 아이언맨과는 또 다른 아름다운 종결을 보여주었다.

 

(2) 실패를 프라이드로 붙든 아이언맨

아임 (뻐킹) 아이언맨. 본작의 핵심.

- 아이언맨 1: 토니에게 따뜻한 심장이 있다는 증거

마지막 장례식에서, 1편의 바로 그 아크 원자로가 다시 나타났다. 아이언맨의 오만과 독선, 자기 확신의 기저에 자리한 따뜻한 마음의 상징이 아닐까. 호 잉센으로부터 넘겨진 그 알 수 없는 의무감이, 이번 작품에선 정말 절절히 드러났다.

 

- 강철 수트는 실패했잖아! 그렇지만 이게 내가 필요하다 말한 이유라고.

영화에서 사실 제일 몰입되었던 부분은, 우주 표류 후 쇠약해진 아이언맨이 캡틴과 대치할 때다. 우선 실제로 약해진 아이언맨의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는 것도 그 연기가 대단했다 생각이 된다.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가 그 어벤져스 1 2 편을 관통하는, 토니의 집념과 예측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확신은 마치 타노스의 집념과 같이 굳건하고 명확하다. 타노스는 우주 전체의 쇠퇴를 예견했고 혼자 그것을 알았노라 믿었다면, 토니 스타크는 다만 지구에 대해 외계의 공습이 명확하다 믿었고 자신들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혼자 예견하고 믿었을 뿐이다.

이렇게 타노스와 아이언맨의 대비는 3편에서도 두드러졌지만, 4편의 결말까지 이어지며 보다 강렬하게 와닿는다. 타노스를 죽일 수 있던 건 토르였지만, 정말 그 반대편에서 철저히 소멸시킬 수 있는건 토니 스타크 뿐이었다.

 

- 자기 본위의 히어로, 그래서 더 멋진 결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토니 스타크를 관통하는 또 다른 감정이다. 모든 영웅을 통틀어 가장 겁쟁이는 브루스 배너였다면, 가장 회의주의적인 영웅은 아이언맨이다. 이미 어벤져스2,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아이언맨3 등 아이언맨의 실패나 실수는 얼마나 많이 언급되었던가. 하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해 확신하는 이어로인 만큼, 이를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매듭 짓는 장면은 정말 아이언맨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시간 여행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시뮬레이션하고, 팀을 다른 타임라인으로 보낸 것도 토니고, 한번 또 실패를 겪고 캡틴과 빠르게 전략을 수정해서 임무를 완성한 것도 토니다. 물론 건틀릿을 개발 (그런데 이럴꺼면 왜 굳이 난쟁이들에게 가서 인피니티 건틀렛을 만든걸까. 얘가 더 내구성도 좋아보인다.) 한 것도 토니 스타크다. 마지막 전투도 물론 말할 것도 없지.

어벤져스 1편에서 그 자신만만한 천재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천재,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박애주의자. 사실 박애주의자가 핵심 아닐까. 

 

- 마지막의 동작은 의도한 기능이었을까, 어쩌면 만능의 건틀릿.

나노수트가 왜 뜬금맞게 등장했나 했었다, 3편에서는. 지금보면 사실 이번 작품의 마지막 지점을 위해서 나노수트라는 다소 무리할 수 있는 설정을 도입한게 아닌가 싶을정도다. 손한번 쫙하고 쳐냈더니 스톤이 슉하고 오면, 너무 안타깝잖아. 반대로 본작에서 드러난 과거의 타노스와 대비하여, 이번 작의 아이언맨은 정말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고 해석할 수 도 있는 장면이다.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측의 철저한 계획에 비해, 타노스는 시간적으로 쫓길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별도의 인피니티 건틀릿 등을 준비해오지도 못했다. 오히려 자만심 - 이 운명은 실현된다는 지나친 자기 확증으로 인해, 타노스는 오만의 죄로 인해 패배한 모습이다. 어벤져스 3편과 대비되는 지점.

 

- 스파이디와의 재회, 그리고 지난 엔딩의 반대 지점에서.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과 재회하는 지점, 그리고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정 반대의 모습에 위치한 것은 정말 애틋한 장면이었다. 한국형 신파는 왜 이런 것을 연출하지 못하나 싶을 정도의 예측되지만 무게감 있는 장면. 실제로 극장에서 많이 우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아이언맨도 아이언맨이었지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을 위한 시작 지점으로 이 장면의 무게가 사뭇 달라 보였다.

 

- 잃어버린 부성의 회복은 결국 자식을 키우며.

아이언맨은 정말 파란만장한 캐릭터고, 영화에서도 그 묘사는 매번 격심하다. 천재며 억만장자며 플레이보이며 박애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크게 다치고 - 납치도 되고 - 피습은 일상 다반사다. 아이언맨 솔로영화 1편 2편 3편을 거쳐 테러를 당하지 않은 날이 없다. 

물론 물리적인 테러 말고도, 정신적인 부분으로 아이언맨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으니, 부성의 결핍이다. 지나친 워커홀릭인 아버지가 애정을 주던 어머니와 함께 피습된 일은, 시빌워에서도 재차 언급되듯 아이언맨의 강력한 트라우마이자 아이언맨 2편을 관통하는 아버지의 유산과 이어져있다.

이 부성의 회복은, 물론 젊은 날 애정어린 아버지와 재회를 통해 회복되는 듯 하지만... 사실 그게 핵심이 아니다. 되려 토니 스타크가 하워드 스타크에게 조언을 줄 수 있던 이 지점에서, 페퍼와의 가정, 딸인 모건. 그리고 첫 아들과 같이 아껴준 톰 홀랜드... 아니 피터 파커와 같은 기억들이 모여, 독단적인 난봉꾼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을 선택하는 부성애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어벤져스 사옥으로 돌아와 캡틴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제일 우선순위는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는 것 (가족), 두 번째로는 내가 살면 좋겠다 읊조리는 아이언맨에게서 그 고뇌의 시간이 느껴진다. 

 

 

 

 

(3) 더 이상 왕좌가 필요없는 토르

 

아아 이 분은...

 

- 내가 저럴 줄 알았어! 토르의 큰 그림

묠니르를 챙기는 토르의 모습은, 지나치게 과거를 그리워하던 토르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캡틴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렸었다. 새삼 위트 있는 선에서 마블 팬이 소리지를 장면을 구현해낸 느낌.

 

- 토르의 모습 변화와 퀼과의 대비. 

이번 작의 토르는 물론 비주얼적으로 어마어마하다. 어벤져스 3편에서 토르의 잘빠진 모습을 보고 스타로드가 견제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본다면, 사뭇 다르게 읽히는 모습이다. 반면 이번작의 스타로드는, 가루로 된 5년 동안 다이어트를 했는지 턱이 갸름해져왔다. 

 

- 아슬아슬한 자긍심을 털어낸 토르의 모습들

캡틴이 의무들을 주워섬기고 아이언맨이 독단일 지언정 모든 실패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었다면, 토르의 서사는 권위를 내려 놓는 여정이다. 토르 1편의 신의 권위에 취한 난봉꾼은 3편으로 가서 보다 트렌디한 유목민들의 선도자로 바뀐다. 애꾸눈 토르가 매력적일 수 있던건 마치 오딘을 떠오르게 하는 예언자적 분위기 또한 드러났기 때문 아닐까.

이번 작에서는, 그 권위를 거의 내려 놓는 토르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어와 연극톤으로 말하던 토르는 이제 포트나이트에 여실히 욕설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중년의 사내가 되어, 맥주를 시시각각 달고 산다. 뿐만 아니라 한 때 그의 권위의 상징이었던 묠니르를 친우인 캡틴이 사용하자 정말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마저 보여준다. 어벤져스 2편에서는 묠니르가 움찔하자 불편해 하던 토르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비록 이번 작에서 토르의 변한 모습에 많은 팬들이 - 그리고 나 또한 좀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토르라는 캐릭터의 내적으로는 권위를 아낌없이 버리고 리더가 아닌 모습으로서 자신을 찾아가는 서사가 쌓여가고 있다.

 

 

(4)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필연적인 악, 타노스

타농부는 강렬했다. 지금 보니 머리 크기에 비해 투구가 작다. 미라클.

 

 

- I'm inevitable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존재로서, 타노스는 정말 성큼 다가왔다.

끈기 있게 히어로들의 행보를 추적해 역습부터 타이탄 다운 강인한 전투력. 그리고 그 무수한 지원군에도 끝까지 항전하여 스톤을 손에 쥐는 집념까지. 겸허한 죽음 부터 차원 이동을 통한 급습까지, 타노스는 그야 말로 빌런 다웠고, 이 순간에 여기까지 쫓아와? 하는 다급함을 모든 관객에게 안겨주었다.

물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게 더 이해되었다.

 

 

- 타노스 너무 약한데요? 를 날려버리는 여전한 모습.

전편의 그 강렬한 모습에도, 코믹스 팬들은 아직 약하다, 스톤 빼고는 별 위엄이 드러나지 않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이번의 전투 장면에서는 타노스가 대체 어떻게 그 행성들을 정복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벤져스 주력 3인방과의 대결에서 스톤없이 가뿐히 이겨내다 못해 압도하는데, 캡틴의 방패마저 가차없이 찢어내버리는 그 위력은 정말 강인했다. 여유만 있었거나 1:1이었으면 묠니르도 또 파괴되지 않았을까 싶다. 캡틴 - 아이언맨 - 토르 3인조의 협공은 어벤져스 1편이래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지만, 그럼에도 타노스는 강인했다. 울트론이 행여 본 목적대로 인류를 수호했던들, 이 타노스의 공습에는 어땠을지 과연.

다만 스톤이 없는 과거의 타노스이고, 영화에서 보정이 된 만큼 마법에는 엄청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청 힘쌔고 튼튼한 일반인의 연장선에서 타노스가 묘사되다 보니,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되려 보다 승리를 향한 그 집념이 부각되는 모습.  

 

 

- 지휘관으로서의 모습: 스파이, 별동대와 무차별 포격

타노스의 급습은 히어로들에게는 괴멸적인 피해를 안겨주며 시작했다. 의외로 사망자는 없이 끝난게 오히려 영화에서 아쉬운 묘사다 싶을 정도. 그러나 그 무너지는 건물에서의 긴박감은 성공의 한 순간에 결국 타노스가 또 이기며 엔드 게임이 되나 싶은 캄캄한 감각을 안겨준다. 이를 달성해낸건 자신의 딸을 통해 빠르게 시도한 스파이 전술이 놀랍게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네뷸라의 덜 친화적인 성격이 타노스에겐 오히려 도움이 된 셈. 건틀릿 사용하는 순간에 아무도 네뷸라의 존재를 찾거나 의문을 갖지 않는다. 사실 너무 머나먼 존재기도 하고. 

타노스의 이 전장을 구성하는 능력 또한 강렬하게 묘사되었다. 히어로들은 캡틴이 전술에 약한지, 혹은 항상 수비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전장을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다. 본작에서 타노스는 강습 후 주저하지 않는 빠른 폭격으로 마비 시키고 (물론 개인적으로 이는 패착 중 하나라 생각한다), 아웃라이더를 보내 스톤 회수를 노렸으며, 본인은 생존한 히어로를 유도해내는 치밀함을 보인다. 여기에 그들을 자신의 사명에 최대의 적으로 인식하고, 통렬히 압도해내는 모습은 영화에서 이러다 히어로가 또 죽는거 아니야? 하는 긴박감을 관객들에게 안겨준다.

이후 전투가 격화되어가며 완다로 인해 본인이 속박되는 등 열세에 밀리자, 바로 무차별 포격까지 지시하는 전술적 용단까지. 타노스에게 모자란 것이 있었다면 아마 저 히어로들과 싸워본 경험이, 이 과거에서 부터 급습해온 타노스에겐 없다는 것이었을 뿐이다. 적들은 타노스에게 쓰러진 그 모든 이들이니까. 

 

 

- 좌절한 영웅과는 대비되는 치밀한 악역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네뷸라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빠르게 통찰하고 되려 과거로 역습을 계획한 것. 전작에서 타노스가 온다고 좌절한 헐크 라던지, 스톤을 다 모으지도 않았건만 그 전투에서 밀렸던 히어로들과는 사뭇 다른 실행력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상대방이 스톤을 다 모은 것 또한 알고 있지 않던가. 이 와중에 현재 상황을 냉정히 판단해서 역습 꾀하는 모습이, 정말 악역보다도 거대한 적으로서 존재감이 느껴졌다.

 

 

-  I'm in - evitable, 오만함의 한계와 건틀릿.

인피니티 워에서 등장한 타노스와 엔드게임에서의 타노스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것은, 바로 미래를 보며 따르게 되는 오만함이 그 차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타노스는, 다른 차원 - 혹은 미래의 자신이 죽는 장면까지 보면서도, 덤덤히, 그리고 만족해 한다. 스톤을 다 모으는 것은 자신의 여정이고, 이를 이용해 전 세계의 생명체 절반을 지우는 것 또한 자신만의 업이노라고. 그러나 여기서의 과신과 정복욕은, I'm inevitable 이라는 무게감 있는 대사와 함께 오만함으로 드러나고 결국 과거로의 급습을 감행하게 된다.

이 때의 타노스는, 그 여느 때보다도 약하다. 갑옷과 글레이브로 무장했지만 정작 스톤을 담을 자신만의 건틀릿도 없이, 또 다른 자신이 이룬 성과가 사라지지 않도록 성급히 모든 병력과 함께 급습에 돌입한다. 사실 이 행보에서는, 개인의 확고한 신념과 거리가 먼 다급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사명이 인구의 소멸이었다면, 그를 복구하는 것 또한 누군가의 사명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인텐데. 

이 준비되지 않은 성급함은 결국 아이언맨이 제작한 건틀렛을 그대로 착용하려 드는 패착, 전편의 별동대와 게릴라 전을 활용한 전술에서 상대의 규모도 파악 없이 폭격을 감행하는 일을 저지르게 되고 스톤의 확보에도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인피니티 워에서 스톤 하나하나 모아가며 순례길과 같은 여정을 찍어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성급한 광기, 그 언저리에는 누구에게도 공감 받지 못한던 사상이 이루어졌다는 환희가 있던게 아닐까. 

 

 

 

 

 

2. 뭔가 잠깐만! 하게 되는 다음 세대로의 연결

:: 꼭 필요한 장면들이었을까, 꼭 필요한 캐릭터였니 싶은 아쉬움. 

 

(1) 굳이 그런 장면이 필요했을까?

 

- 스파이디를 지키는 여성 히어로들

캡틴 마블을 필두로 여성 히어로들이 우루루 나와 대열을 갖추며 스파이더맨을 엄호한다!

멋있었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너무 작위적인 장면이라 느껴졌다. 적어도 내가 본 영화관에서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여성 히어로 팀인 에이포스, 또는 다음 세대의 어벤져스의 핵심 인물들로 여성 히어로가 대두 될 것이다, 혹은 큰 의미 없이 팬 서비스다 하는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그런 설명이 필요할 만큼 너무 뜬금 맞게 오와 열을 갖춘다.

특히 여성 히어로 중에서는 CG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영웅들이 많다. 언제 다시 키우기 시작했는지 날개 달린 말을 타고 있는 발키리, 항상 전신이 빛나며 하늘에 떠 있는 캡틴 마블, 역시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있는 페퍼 포츠까지. 이 영웅들을 드러내기 위해 기묘한 구도로 포커싱을 하며, 굳이 페퍼 포츠는 마스크 까지 없는 모습을 담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히어로로서 보여줄거면 그냥 마스크라도 장착하게 해주지... 개인적으로는 중대한 전투 장면의 연속에서, 한 순간 몰입이 깨지던 순간.

 

 

- 양자 터널로 돌진 하는 캡틴 마블

여러 설정 붕괴와 왜저러지 싶은 행동들은 이 영화의 특성상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중 하나는 건틀렛을 들고 도망치려던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과거의 순간으로 각각 보내야 된다 하자 건틀렛을 들고 양자 터널로 돌진하는 캡틴 마블이 있다. 다른 영웅들은 도착해서 앤트맨에게 건네 주겠다 싶은데, 캡틴 마블은 정말 타노스를 가로질러 가야되어서 그런지 들고 냅다 돌진한다. 만약 그대로 들어가면 핌입자도 없겠다 아무것도 못했을텐데 말야...

공정히 말하면 그 양자 터널을 그 시점에서 가동하는 자체가 약간의 문제적인 장면이었다만. 그 돌진 장면 까지 해서 부조화는 격화되는 게 분명했다.

 

 

- 로키의 탈주 

시간 여행의 패러독스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게 조심하더니, 본인과의 대면 정도로 끝나지 않고 로키는 아예 스페이스 스톤을 들고 탈출해버린다. '현재' 시점의 로키는 죽음에서 돌아오지 못할테니 드라마를 위해서 억지로 틈을 만든 것 같지만, 또 굳이 이렇게 가지 했어야 했을까 싶다. 

 

 

 

(2) 캡틴 마블은 대체가.

- 지나친 자만심과 불편함의 경계

캡틴 마블 정도의 자신감 - 혹은 자만은 기존의 히어로 중에서는 아이언맨 정도 뿐이었다. 대충 이런 느낌. 나는 너무 천재고 - 혹은 너무 강하고, 항상 바쁘지만 내가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꺼야 하는, 자기 확신적인 대사들. 그리고 아이언맨은 그 대사들의 무게를 매번 큰 실패와 그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여줌으로서, 멋있긴 하지만 또 허세 부리네? 하는 식의 캐릭터성으로 서서히 정착시켜왔다. 아이언맨 1 -2 -3, 어벤져스 1 - 2- 3 -4 에 이어지는 아이언맨의 코어는 그런 허세와 실패 아니었을까.

반면 캡틴 마블은 애초 솔로 영화에서도 그런 실패나 정당함이 자신에게 필요 없다 선언한 만큼, 대책 없이 자만에 가득차있다. 오자마자 하는 말이라곤 그럼 타노스를 잡아야지, 가 나오며 다른 히어로들을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이로 인해 사소한 대립 구도가 드러난다. 사실 타농부를 잡는 데에는 캡틴 마블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냐, 하면 또 아니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타노스 였기 때문. 

 

- 아이언맨을 굳이 캡틴 마블이 구조하며 영화에 넣을 가치가 있었는가?

이는 이미 토르가 행성간 이동이 가능한 스톰 브레이커를 확보했다는게 첫째이유고, 아무리 캡틴 마블이 강력한다들 48시간 내에 저 먼 우주에서 지구까지 아이언맨과 네뷸라를 단독으로 운송하는게 가능했냐는게 두번째 이유다. 이 압도적인 힘에 대한 의문은 묘사가 친절하지 않다보니, 인피니티워에 캡틴 마블이 있었다면 영웅들이 이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주는게 아니라 저럴거면 그냥 캡틴 마블 2 - 타노스 헌팅 이나 찍을 것이지, 하는 조소를 안겨준다.

결국 타노스의 위치를 추적하는 결정적인 정보도 캡틴 마블이 주는 것이 아닌 네뷸라가 주고, 시간 여행 엔트리에는 애초에 포함조차 되어있지 않다. 영화의 주요 서사에서 이렇게 비껴나갈거면 굳이 필요한 캐릭터였을까? 내 생각은 글쎄...

 

- 마지막에 대책 없는 치트키로서.

앞선 서술에도 묘사했듯, 타노스와의 결전에서 캡틴 마블의 모습은 약간의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등장부터, 필요 이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밀어줄게! 하는 처절함이 느껴진다. 무차별 광역 포격으로 히어로들이 공격 받는 순간에,  차라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친구들이나 노바라던지 우군을 모아온 것도 아니고, 단독으로 내려와 그 거대한 타노스의 전함을 꿰뚫어 버린다. 그정도 힘이면 타노스의 몸도 꿰뚫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 넘어가자.

그리곤 스파이더맨에게 자기 도움이 필요하냐며 느끼하게 물어보는데, 이 와중에 타노스와의 격투씬은 정말 한참 극의 절정을 달리던 어벤져스에서 왠 90년대 전대물의 향수가 나는 엇나간 격투씬이 여지 없이 드러난다. 캡틴 마블 솔로 영화의 결점은 캡틴 마블에만 남겼어야 되었다. 이번작의 블랙팬서는 인피니티워에서의 약한 격투씬이 보강되어 보다 역동적으로 묘사되었다 호평이 있었건만, 캡틴 마블은 캡틴 마블이었고 그냥 걸어다니는 핵폭탄일 뿐이다.

이는 다시 말해 워머신이 초반에 말했던 대사와 일치한다. 여기 있는 모든 이는 모두 슈퍼 히어로고 - 다시 말해 캡틴 마블의 역할을 그대로 대치할만한 히어로는 차고 넘쳤다. 그냥 이렇게 맥락없이 나타나서 터뜨리는 것만 반복할 거면, 아이언맨 딸내미 모건이 갑자기 아동용 슈트를 입고 참전해서 함선을 터뜨린 것과 무슨 차이야.

 

(3) 네뷸라-하다 :: 알 수 없는 감정의 변덕을 알 수 없는 행동의 변덕으로 보이다.

- 도플갱어스러운 엔딩

네뷸라는 정말 그 자체로도 매번 마음이 흔들리는 불안정한 캐릭터인데, 이번에는 과거의 타노스가 직접 공습함으로서 두 명이 생기는 패러독스가 발생해버렸다. 이에 가차없이, 공격해온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죽여버리는, 어디선가 본 도플갱어 괴담스러운 결말이 되어버렸다. 물론 '현재' 네뷸라의 중요한 기억은 전산화 되어 '과거' 네뷸라에 저장되어있는듯하고, 마음 또한 네뷸라끼리의 대화, 가모라와의 대화를 통해 좀 더 온순해진 듯 하지만... 나름 본 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등장과 성급한 마무리에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 무수한 실패, 양 측 모두에 실패를 안겨주는 패배의 여신 

정말 기적과도 같은 패배를 양측 모두에게 안겨준다. 히어로측에는 네뷸라가 아무런 콜사인 없이 나포 되어버려서 역습의 원인이 되어버렸고, 타노스측에는 마지막 변심으로 인해 인피니티 스톤 획득을 엄청 느려지게 하고 전면전을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세상에나.

그 스스로도 물론 자아 살해라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패배를 안겨주었고.

때마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정주행 중이었건만, 여기서도 가차없는 패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타노스의 딸이느니, 우주에서 제일 위험한 암살자 중 하나더니 했건만 실상은 정말 마이너스의 손, 그 모든 임무에서 대부분 실패하거나 결말에 실패를 안겨준다. 

 

 

- 특유의 샤우팅은 대체

특유의 대사톤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뭔가 와닿지가 않는다. 캐릭터 설정에서 아마 불안정하고, 언니와의 대비로 인한 열등감, 그리고 분노의 감정등을 모두 담은 존재로 묘사되지 않았을까 짐작은 되지만... 세상에, 이건 너무하잖아. 그 우호적인 대화나 화합을 도모해야하는 순간에도 그는 전투적인 감각이 이글거리는 샤우팅하는 대사처리를 이어간다. 

그로인해, 강렬한 캐릭터 성은 발성만 강렬하지 앞의 실패와 엮여져 이상한 캐릭터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네뷸라가 등장할 때 위기감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과거의 네뷸라가 현재의 네뷸라를 죽이는 결단을 내렸을 때가 오히려 제일 놀라움을 안겨줌과 동시에 신선한 장면이었다. 드디어 네뷸라가, 하나의 성공을 일궈내었구나.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서 새로운 여정

전투 이후 혼자 사라진 가모라를 찾아 스타로드는 그 여정을 이어나가려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놀랍게도 - 어쩌면 당연하게도, 네뷸라가 함께하고 있다. 사실 이제 자기 부모를 잡는데 일조하여 어디 취직할 곳도 마땅찮을 것이고, 잃어버린 언니라도 찾아야지. 아니 사실, 언니 찾는데는 적절한 우주선이 없었을테니 지구를 샅샅이 뒤지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새로운 행동 목적으로는 꽤나 탄력있는 시작이라 생각된다.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어하는 토르와, 가족의 회복을 노리는 스타로드. 그 뒤에는 가족이 없어진 처제가 함께한다. 정말 복합적인 가정이고, 이번에는 정녕 가족애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만 네뷸라가 가모라의 빈자리를 채우진 못할테니 말야. 이 자기 파괴적인 분노에 가득찬 인물이, 어떤 묘사가 될지는 다소 불안하다.

 

 

 

(4) 토르는 어디까지 갈까

- 인피니티 워의 호쾌한 토르는....

10분 컷이다. 타노스를 죽이기 까지는 분노와 인류의 구원 사이에 고민하는 왕이 보이지만, 그 이후는 실패한 중년 남자가 선선히 드러난다. 

그래서 타노스를 데려오라는 호쾌한 토르는 영영 가버린다... 만은. 호불호는 분명하다. 그리고 북유럽의 강렬한 신을 기대하던 많은 팬들은 보다 실망할 것이고, 중년 아저씨의 호쾌한 개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더 싫어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본래 북유럽 신화에서 나오는 모험을 좋아하고 맥주를 사랑하며 농사의 신이었던 특성을 생각하면, 보다 원본에 가깝다는 느낌. 애초에가 현명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사실 토르 1편에서 이런 모습으로 캐릭터성을 정립하고 서서히 멋있어 져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전투의 밸런싱과 차기작을 위해, 너무 캐릭터를 깎아내다 못해 없애버린느낌이다. 안타깝다.

 

- 분명 최종 전투의 밸런싱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공감된다

강력한 토르였다면,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사용하는 블래스트 마저 뚫고 타노스에게 치명상을 입힌 마당에, 저 갑주 입은 타노스가 문제였을까. 애초에 타노스 킬링용 무기를 든 토르인 마당에. 토르의 스펙적 하향은 정말 inevitable하긴 했다. 지난 스팩이었다면 캡틴 마블 빼고는 모두 마법의 도끼 하나 였으면 끝났을테니까.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을 위한 큰 그림이었겠지 애초에?

토르의 권위를 내려놓고 모험을 떠나는건, 북유럽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집단의 모험임과 동시에 토르1편의 전우들을 떠오르게 한다. 가족애를 다루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있어, 이런 토르의 합류는 보다 다양한 해석을 안겨줄 여지가 있다. 

특히 토르의 캐릭터성은 오늘날 권력을 잃어가는 중년 남성들을 그대로 투영한다 느껴진다. 커플링은 깨지다 못해 파탄난지 오래고, 아버지로 부터의 인정과 상속을 받고 싶었지만 구세대의 유산은 모조리 사라진지 오래다. 개인으로서 그 잔재를 붙들고 일으키고 싶어하지만, 그 마저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거대한 위기에 산산히 갈려버린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토르에게 있어 마치 금융위기와도 같은 거대한 파국이었지 않았을까. 

해서 벼르고 벼린 무기를 들고 복수를 하러 왔건만, 복수의 대상은 이미 그 목적이 흐려져 있고 철저히 실패한채로 삶에 낙오되버린 토르의 모습은, 왕족의 격이었던 구어체에서 포트나이트에 샤우팅하는 아저씨로 현현되어있다.

토르의 그 무언가 보다 깊은 회복은 가족을 통해서 이뤄질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가오갤을 위한 그림을 짰구나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너무 비주얼이나 스펙적으로 너무 큰 하향은 팬들에게 있어 경이로운 탄식을 나오게 했다.

주요 캐릭터를 차기작을 위해 소모해버린다면, 이 영화에서는 무슨 서사를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라 엔드 게임에서, 토르는 남지도 않은 권위를 아낌 없이 나눠주는 산타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어촌 마을의 이장직을 선양하고, 묠니르를 벗이 사용함에 기뻐하는 아이같은 모습에서,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많이 남는다.

 

 

 

(5) 은퇴를 실패한 캐릭터들에게 애도를.

- 헐크

나름 어벤져스 1편, 2편에서는 중요한 캐릭터로 자리 매김했다. 1편에서는 애초에 헐크의 위험성이 영화 전체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데에 핵심이었고, 2편에서 역시 혼란을 일으키는데 있어 헐크를 이용함이 매우 중요했다. 특히 2편에서 고삐 풀린 헐크의 파괴력은, 4편의 타노스와 비견될만큼 강렬했다. 이는 토르3 - 라그나로크로 헐크가 이어지게 되며 브루스 배너 위주에서 헐크 - 브루스 배너 사이의 관계를 좀 더 조명하도록, 캐릭터 성은 풍부해진 것 같았지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이미 토르는 철저히 압도된 괴수, 엄청난 겁쟁이이며 비관주의자적 입지를 고수하며 주연급에서 조연급으로 철저히 격하되고 말았다. 더 이상 인물간의 갈등선, 혹은 스토리 텔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도 못하고, 4편에서는 반반 섞인 모습으로 아이와 사진 찍는 인형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그나마의 위업은 핑거 스냅을 했다! 가 되었지만. 사실 토르가 멀쩡했다면 토르가 하지 않았을까, 하고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핑거 스냅도 결국 마지막 아이언맨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고, 시간 여행 구현 또한 그 공로는 아이언맨에게 많이 돌아가버렸다. 이로 인해 헐크는 정말 남은게 없어진 느낌. 호쾌한 파괴력도 사라졌고, 우물쭈물하고 덩치는 크지만 박사 학위 7개는 어디에 써야할지도 모르는 길 잃은 연구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솔로 영화가 나오기 힘든 캐릭터인 만큼, 이 쯤에서 은퇴를 하게 해주는게 옳지 않았을까 심히 아쉬운 부분. 엔드 게임에 이르러 사망이 확정된 캐릭터들이 상당히 줄어든 지금에, 그 명단에 토르가 있었다면 차라리 모두 공감가능한 헐크의 마무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젠 무슨 영화에 감히 나오겠어. 

 

 

- 스칼렛 위치

이 오버파워 캐릭터는 어벤져스 2편부터 시빌워, 인피니티 워를 아울러 어벤져스 및 히어로들에게 항상 고뇌를 안겨준 존재였다. 그리고 엑스맨과의 대 화합을 염두에 두었는지, 결국 사라지지 못하고 남았는데... 스칼렛 위치도 정말 난해한 캐릭터다.

쌍둥이인 퀵실버는 결국 생환하지 못했다. 인피니티 스톤과 관계없이 사라진 나머지, 그냥 그 죽음은 비가역적인 사건으로 남아버린 것. 그 와중에 연인인 비전은 역시 같은 운명이고, 이제는 삼촌 뻘인 호크아이와 단둘이 남아 새로운 시작을 그리려는 것 같지만... 그로 인해 스칼렛 위치에서 엑스맨 없이 서술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소모해버린 느낌이다. 역시 헐크와 같은 맥락으로, 타 영웅들과 어우러지는 영화에서도 상상이 되지 않고, 솔로 영화는 더욱 더 상상이 되지 않는 캐릭터.

인피니티 워에서 스칼렛 위치의 전투 능력은 분명 전황을 지배했지만 그럭저럭 염동력 이구나! 의 선에서 전달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분노가 지나친 나머지 타노스도 아낌없이 홀딩해버리는 면모를 보인다. 이럴거면 토르 하향이나 좀 덜하지 그랬어.. 싶기도 하고.

다음 영화의 감독은 과연 스칼렛 위치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렵지 않을까, 매우. 

 

찾아보니 스칼렛 위치도 솔로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라더라. 세상에. 

 

 

 

(4) 디즈니의 큰 그림

- 로키의 탈주는 설마...?

설마랄 것도 없이, 로키 솔로 드라마는 확정적인 정보다. 하지만 토르 2 - 3을 통해 토르와 유대감을 쌓지 않은 로키일 뿐더러, 그 타임라인에는 타노스가... 잠시만. 타노스가 사라진 시간대는 또 다른 타임라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 로키를 대상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매력적인 캐릭터 임에는 분명하지만, 굳이 엔드 게임에서 이렇게 드라마의 떡밥을 풀어야 했을까.

 

 

- 팔콘과 버키. 다가오는 티비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남겨진 캡틴의 전우들은 티비 시리즈로 전우애를 이어간다. 그리고 뭐 캡틴의 숨겨진 가족들과 재회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뿜어내겠지만...

팔콘이 캡틴의 방패를 이어받긴 했지만, 영화 내에서 어벤져스의 계승 또는 초인으로서의 능력을 보이진 못했기에 기나긴 봉합의 작업이 필요할 듯하고. 이 쯤 되면 버키는 왜 혼자 '현재'에 남았는지 싶을 정도다. 

 

 

- 여성형 어벤져스 일지, 어벤져스 2세대일지. 

다음 주자는 과연 누가 될까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줄곧 대두 되던 캡틴 마블은 이번 작에서 어벤져스의 계승이나 새로운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또 다른 히어로 집단을 구성할 것인지, 그 리더나 그 적은 누가 될지 등이 궁금해져야 하지만... 그 기나긴 영화상의 역사를 많은 밈과 과거의 재해석을 통해 매듭 지은 만큼, 더 이상 건드릴 것이 없는게 사실이다.

 

스파이더맨이라던지, 엑스맨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편입이라던지 다양한 이슈는 나올 수 있겠지만 서도, 더 이상의 '어벤져스' 타이틀은 정말 없지 않을까 싶다.

이는 티비 시리즈로의 큰 그림은 억지로 삽입한 행보에 비해서, 디즈니의 전략이 매우 아쉬운 부분.

이미 스타워즈에서도 세계관을 섣불리 부수고 창조하며 솔로 무비들을 찍어내려하다가... 섣부른 장난질이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만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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