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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 Mad Max: Fury Road, 2015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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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10

 

2020년에 보기엔 조금 엇박자인가 싶은 내용 구성, 그래도 명불허전이지.

 

제 때 극장에서 보지 못해 아쉬운 영화를 꼽으라면, 단언코 이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15년에는 이래저래 일도 꼬이고 시간도 못 내다 보니. 그렇게 재밌다던데 하고는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보니 재개봉도 놓쳤었네. 

 

넷플릭스의 힘을 빌어 2020년에 와서야 보게 되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내용적으로는 아쉬움이 그득그득하다.

물론 영화에 대한 찬사가 닿는 지점은 명확하고 공감된다. 마이클 베이식 펑펑 폭죽이 아닌, 진짜를 보여줄게 으르렁거리며 담아낸 폭발, 뒤집어짐, 쪼개짐, 죽창. 이를 더 자극하고 상승시키는 사운드. 신박한 차량과 탑재 무기며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미지의 한 축을 담당할 상상력. 사막에서 차량이 질주하는 단조로운 색채감을 이렇게 덮어낼 수 있나 하는 경이로움까지 남았다.

 

다만 영화는 시간의 산물인 만큼, 이 찬란함을 채워놓기 위해 버리고 나온 것들이 선선히 밟힌다.

머리에 남는 것으로는 인물에 대해, 서사에 대해, 관객들을 어떻게 접근했는지에 대해. 가차없이 버리고 나왔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볼 땐 이야.. 인데, 막상 글을 남기려 보니 씁쓸한 뒷 맛이 남는다.

 

2020년인지라 후속작 이야기도 들려오는 시점에, 매드 맥스 시리즈에 대해선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의 눈으로 슬쩍 영화를 둘러본다.

 

 

 

1. 때려부수는 아름다움과 돋보이는 창질

 

솔직히 말하건데, 가장 마음에 들던 것을 고르라고 하면 저 폭발하는 창이다.

 

과거 블랙팬서(Black Panther, 2018)을 보았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이 비브라늄 투창이었는데, 솔직히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창을 구상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터지는 창은 영화의 액션과 시대상황을 동시에 잡아내는 강렬한 무기이다.

물자가 제한되고 특히 총탄을 가공하는 공장이나 재료가 모자라, 다른 지역을 약탈하며 총알을 수급하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창을 던지고 내리찍는다. 그러나 그래도 차량이 쉽게 무너지진 않으니, 창 끝에 폭약을 장치해 찌르면 터진다. 이야.

그리고 창을 던지기만 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차량에 긴 장대를 설치해 좌우로 오가며 위에서 창을 내리찍는 장면들은, 정말 단순한 폭약과 창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

이게 세기말이구나.

 


창에 대해서만 찬사를 바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 전반에 걸쳐 터지고 구르고 깨지는 장면은, 정말 강렬하다.

배경이 사막만 드러나며 영화의 색조는 단조롭게 그지 없을 거라 걱정했는데, 터지는 선혈과 같은 화염이 그런 기대를 말끔히 날려준다. 어쩌면 그 하얀분칠도 그를 고려한 분장 아니었을까. 거기에 차량의 강렬한 외장과 위의 사진에서도 보이는 기타리스트까지. 사막과 끝이 없는 차량 추격전에서 올 수 있는 단조로움을 지워내기 위해 정말 모든 트릭이 동원되었다.

 

 

그럼에도 의식이 한 발짝 물러나는 지점은 다가왔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영화가 하루 종일 추격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탈출로 1/3, 2차 추격으로 1/3, 다시 역습 및 추적으로 1/3을 채우고 사이사이에 짧게 이야기를 구겨넣다보니, 영화에 대한 애정은 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냐 그렇지 않느냐로 구분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2/3 지점에서 무너졌다. 그리고는 영화의 외견이 아닌 내용으로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2. 몰입감이 떨어지는 순간,  흐릿한 주인공이 보인다.

 

진주인공. 

 

애써 찾은 초록의 땅이 사실 이미 지나온 늪지대임을 알게 되는 시점, 영화의 초점은 퓨리오사와 맥스 사이를 산만히 쫓다가 바스라지고 만다. 

 

세상 강해보이는 등장, 얼마 되지 않아 사로잡히며 블러드팩 신세가 되는 맥스의 모습에 이미 직감했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제목이 '매드 맥스' 기에 주는 신뢰감은 있었다. 이 신뢰감의 저변에는 기억 속에 이와 똑같은 전개, 비슷한 구성의 영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꾸 오션월드로 검색해서 찾기 힘들었던, 워터 월드

사로 잡힌 이방인 남성과, 어쩌다 구해다 주며 같이 활동하는 여성 주인공에, 거꾸로 메달아 둔 것도 뭔가 비슷한 느낌이네, 기름의 중요성 또한 말해 무엇할까. 매드맥스가 사막이면 여긴 바다인게 유일한 차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아, 위의 영화가 뭔지 모르겠다면, 옆동네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보자. 워터월드 존은 꼭 있다. 

 

다시 돌아와, 워터월드는 주인공이 뚜렷하고 매력도 있다. 한 솔로 스러운 건방지고 무례함에 마리너라는 반인반어의 특수한 설정 등. 지금에서야 지나치게 마초스러워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지만, 적어도 주인공이다! 싶은 느낌은 닿으니까. 차가운듯 하다가 마지막에 결국 도와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보부상이 아닐까? 짐을 보자.

매드맥스는 이런 주인공의 매력이 산산히 흩어져 있다.

차라리 초반에 잡혀서 얼굴에 큰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액션씬을 소화할 때는, 어딘가 배트맨에서 나온 베인의 향수가 나면서 이야 이 친구 과묵한 안티 히어로스러운 주인공이구나 싶은데 정작 마스크를 벗고 극이 진행 되어가며 캐릭터 내면에서 방향을 잃는다. 초중반 까지는 따로 도망치기위해 투닥이지만 정작 퓨리오사와 첫 대치에서 힘을 잃고, 차량 운전도 넘겨줬지만 총구를 들이미는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진짜 퓨리오사가 까딱하면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은채, 어딘가로 가는지 모르는 기차에 탑승해버린 승객, 이게 이번 작품의 매드맥스다.

그러다보니, 막상 자유를 얻어도 갈 곳이 없고 뜬금없이 퓨리오사에게 돌아와 빈 기지를 급습하자며 설득을 한다. 그리곤 눅스의 희생과 함께  기나긴 추격전이 끝나자, 슬그머니 떠나간다.

이 주인공의 내면의 흐름이 짐작 안되서 매드맥스라고 이름 지은거면 뭐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건 의식의 흐름 이전에 이처럼 매력없는 주인공을 그려낼 수 있을까의 문제다. 중간중간의 소 같은 눈빛으로 꿈뻑이며 갈등하고 위협하는 톰 하디의 모습은, 왜 배트맨의 베인으로서는 괜찮았지만 베놈으로서는 괜찮지 못했는지 알게 해준다. 이 영화를 보고 베놈으로 다시 캐스팅한게 사실 문제다. 광인 연기보다는 선동가로서의 연기가 뛰어나고, 마찬가지로 얼굴을 드러내기 보단 묵묵히 수행하는 게 더 멋이 깃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액션을 수행할 때는 묵직한 타격감과 과묵함이 돋보이는데 조금만 줌이 가까워져도 매력이 뚝뚝 떨어진다. 거기에 더해 퓨리오사가 사상, 고뇌, 주인공의 갈등, 그 모든 극적 요소를 가져가며 주인공이 누구더라..하는 감각만 안겨주게 된다. 인물의 갈등 묘사로는 눅스보다 적은데, 심지어 그 눅스도 의식의 전개가 말짱하진 않단 말이지.

 

 

이렇게 인물 한 명 한 명에 분석을 넓히다 보면, 영화가 담는 인물상이 생각보다 허술하고 익숙한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의 향이 짙게 난다. 그 영화의 끝에 나이든 백인 지도자를 몰아내고 젊은 여성이 공화제를 건설할 듯한 새로운 지도자가 되는 것 또한 이제는 익숙한 맥락이다. 영화 촬영시기에는 아직 테라노스가 떡락하기 전이었던가.

그리고 조금만 더 생각을 이어보면, 약간 위험하지 않나 싶은 대목들이 있다. 발할라. 하얀 분칠과 빡빡머리. 설마? 싶은 대목이다. 

 

 

3. 나치즘에 아슬아슬하게 줄타는데, 이거 괜찮은거 맞아?

좌측의 눅스. 은근 허약한 느낌으로 나온다.

보면서 내내 아슬아슬하다 생각했다만, 물론 긍정적으로 묘사가 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기록을 하면서 우려와 걱정을 기록 안할 순 없잖은가. 이 영화가 대중과 평론가들에게 찬양받은 만큼, 더 위험하다 생각한다.

 

아리안이라고 영화에서 언급되었는지 명확히 기억되진 않으니 넘어가고, 극중 임모탈의 전사들은 민머리에 괴기한 문신, 하얀 분칠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스킨헤드를 떠올리는 것이 무리한 사고의 확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극중에 나오는 발할라, 죽은 뒤 내 자리가 있냐는 대사들은 보다 명확해진다. 북유럽 신화의 발할라, 전사들이 죽은 뒤 간다고 여겨지는 전당으로 그 아리아인들의 배경 신화 인데 말야. 스킨 헤드에 이 북유럽 신화의 조합은 이론적으론 납득이 되지만, 다소 위험하다 느껴진다. 나치즘에 대한 괜한 영상화와 포장이 되진 않을까 싶으니까.

 

거기에 더해 임모탈의 행동 동기 또한 영화에서 드물게 던져주지만 메세지는 뚜렷하다. 유전적으로 문제가 없는 여성들을 다시 찾으러 나서는 여정. 그래서 자신의 아이가 죽을까, 죽지 않을까에 대해서 또한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요한 순간에 퓨리오사를 쏘지 못한다. 이게 좋게 말해도 방사능 피폭자에 대한 유전적인 격리고, 나쁘게 말하면 우생학까지도 닿는 대목이 아닐까 싶은데 말야. 여러모로 혼란스럽다. 아, 동양인 쿼터가 없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대목도 있지만 넘어가자. 이미 살아남은 여성의 특성은 명확하니까.

이 외에도 영화 속의 작은 디테일들 - 눅스가 허약한 모습으로 묘사되며 배신하게 되는 대목이라던지 - 는 사상의 한 쪽 극단에서 여성을 지지하는 이들이 약한 남자들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듯 하여 그렇게 찬사를 받아도 되는 영환가 싶었다. 단순히 말하면 사상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져있고, 보다 깊이 말하면 저들이 악인이니까 괜찮다라고 면죄받을 영화는 아니다. 온갖 사회적 편견과 구시대의 사상을 화려함으로 꾸며 설득해주는 영화가 제작될 순 있어도, 경고 없이 찬사 받아선 안되는 것 아닐까.

 

 

4. 결론

내용적으로는 다시 돌이켜봐도 폐기물이다.

무너진 주인공과 키다리 아저씨 클리셰. 나이든 백인 지배층을 무너뜨리는 젊고 아름다운 백인 여성들. 그 저변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사상 또한 의미심장하고.

액션만 보는 영화가 아니냐고 되묻는다면, 나치 미화 영화나 일제 미화 영화가 사랑받아도 되냐는 질문과 맥이 닿는다. 그런 전쟁영화를 뽑아내거든 강렬하고 멋들어질 수도 있고, 투입 자본도 많아질 테니까. 누군가는 된다고 답할 것이고, 누군가는 안된다고 답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제작 단계부터 조심스러울 대목이라 말하겠지만. 결국 대답하는 이의 지역과 민족이 어디였는지에 따른 이야기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괜찮았던 것은, 이제 모두가 잊어가는 세대라는 것을 대변하는게 아닐까.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이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의도만 있었다면 개선할 법한 지점이 조금 더 보인다. 과도할 순 있어도 디즈니스러운 민족 구성도 있을테고, 임모탈이 쫓는 여성 그룹에 대해서도 조금 더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 모든 것을 덮어두고 영화는 직관적인 메세지를 주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렇기에 추격전에 몰입감은 주지만, 보고 나니 남은게 사막의 먼지보다도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으니. 

 

 

공정히 말하면 2015년만 하더라도, 이렇게 시리즈의 주인공과 주된 화자를 잡고 살살 흔들어 흐릿하게 만든 영화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은 포스트 라스트 제다이이자 포스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시대이기에, 영화의 서사를 지켜보며 의구심이 커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주인공과 감독이 그려낸 주인공은 일치하는가? 사회적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과도한 장치를 준비하진 않았나? 배경되는 문화적 맥락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등등.

 

장점은 잘 살리고자 했지만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영화로, 감독 이름 앞에는 매드를 수식해줄만 했다.

평점은 6점으로 남기지만, 조금 더 낮게 주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남는다.

속편이 같은 감독이라면, 더 큰 논란을 일으키되 한국에선 흥행 실패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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