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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Upgrade, 2018)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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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5 / 10

 

강렬한 이미지로 일단 덧칠하고 본 현대의... 로보캅? 

앞서 영화가 고프던 시절, 마침내 볼만한 영화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뭔가 화려하고 일단 자극적인 영화라며 평이 자자했는데.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에야 넷플릭스를 통해 보게 되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봤으면 이 정도 아쉬움은 아니지 않았을까, 아니면 베놈으로 인한 내상이 깊어지지 않았을까 등등.

 

1년도 더 지나고서야, 이제야 넷플릭스를 통해 봤지만 기록 남길 지점은 있었다.

평점은 5로 남겨본다. 평작이라기엔 살짝 아쉽지만 뭐. 더 주기엔 아쉬운 지점이 많았으니.

작게 글을 시작해본다.

 

 

1. 그래, 이걸 바란거지? 하는 과감한 투척들

 

가차 없는 영화였다, 초반에는.

적당한 너드 이미지의 CEO와 다정한 부부로 부터 출발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단순한 목적지를 제시해주며 관객에게 외친다. 이거 너가 알법한 내용의 복수극 영화니까, 최대한 바라는 장면들을 우겨 넣어줄게.

 

그래서 엘리시움(Elysium, 2013)의 장면이 군데군데 떠오르게 하는 '스템' 시술 장면에 닿자, 징그러움과 섬칫함은 잠시고 그 다음의 장면들을 기다리게 만들어주었다. 대망의 격투장면, 추격장면. 그렇게 트레일러로 자랑하던 바로 그 장면.

그리고 이 전투 장면들은 음...

몰입감과 산만함의 경계에서 독특한 전율을 안겨준다. 조잡한 CG가 아닌, 목 밑으로는 기계에게 조종당하는 사람의 기묘한 전투 장면을 최대한 성실히 보여줬으니까. 이를 위한 카메라 워크도 인상적이었다. 흔히 옛적 격투씬 하면 떠오를 법한 배우들의 머리 바로 뒤쪽이라던지, 가까운 측면에서 찍지 않고 화면 한 쪽에 주인공을 핀 해둔채 이어간다.

해서 단순한 카메라의 구도만으로, 격투장면은 새로워지고 여기에 배우의 표정 연기까지 더해져 정말 조종당하구나 싶게 만든다. 자기 몸의 관측자가 된 그레이의 시선을 쫓는 느낌도 들고.  

 

여기에 더해 수위도 상당하다.

아주 유혈이 낭자 하진 않지만 소리, 비명, 스템의 절제 없는 폭력 행위며 간혹 고어한 장면까지 담아내며 긴장감을 적절히 안겨준다. 첫 결투 상대는 정말 잔혹하게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죽었는데, 이후 두번째 상대와 대치 시에는 앞선 이미지를 교묘하게 관객이 연상하도록 유도한다. 감독의 짖궃은 연출이 돋보였달까. 

물론 이는 영화를 절반 정도 봤을 때까지만의 이야기다. 

 

 

절반 정도 지나가면, 이 영화는 소닉을 보는 것과 유사한 감각을 준다.

 

영화의 한계는 명확했던 만큼 빨리 다가온다.

단순한 플롯, 예상 가능한 전개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이고 새로운 장면들로 채워넣어야 했다. 자극적까지는 그럭저럭 합격점인데, 결국 새로움에서 자본의 한계인지 상상의 부재인지 벽에 부딪히고 만다.  

차량은 화려하게 등장해줬지만 되려 전투장면에서 다채로운 무기 사용이나 연출이 약해져 가며, 무언가 방향을 잃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빌런 중 한명이 재채기로 사람을 암살하긴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영화주인공은 스페이스바 하나로 세계를 평정하는 소닉인걸.

과거 엘리시움 또한 다양한 이미지의 구성과 외골격 슈트의 명확한 차별 요소, 새로운 총기와 비행선을 제시했지만 지루함이 있었는데. 하물며. 어느 순간부터 스티븐 시걸과 스템 장착 인간을 비교하며 영화를 쫓아가게 되고, 몰입감은 사라져간다.

 

 

2. 숨 쉴 때마다 약해지는 이야기의 동력

 

이제 남은 건 하나다. 

아니, 그럼에도 하나 남은 것이 있다 하자.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 스토리. 서사. 이야기.

여기에서 상상력을 자극해주면 SF장르로 성공적인 작품이 되는 것이고, 가족 정서를 자극하면 성공한 한국 영화가 되는 것일텐데. 답은 앞서 나와 있었다.

 

너무나 상상하기 쉬운 소재다. 지킬과 하이드 박사스러운 전개. 개인의 내면에서 오가는 셜록과 왓슨의 상호작용. 

아내의 복수를 하기 위해 떠난 여행은, 중도 스템의 보안 해제라는 새로운 이슈에 직면하며 다른 지점을 맞이한다.

 

스카이넷이라던지
아키텍트라던지

 

딱히 놀라울 것도 없이, 사실 흑막은 나였어! 하는 이야기다.

AI가 대두하는 시대에, 디스토피아의 발단이 될 이야기를 다루면 흥행성은 있겠지! 하는 배경이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이 영화, 베놈(Venom, 2018) 보단 좋은 평을 받았잖아. 판단은 유효했다. 인간의 친구 우주 괴생명체보단 AI지 역시.

 

다만 이 예상가능하고 필연적인 전개로 인해, 영화의 크고 굵직한 줄 알았던 서사의 흐름이 여지 없이 흔들린다.

일단 흑막이 스템인데 그럼 왜 보안 장치가 있었으며, 해커는 왜 굳이 따로 구해야 했는지 하며. 영화 초반에 잠깐, 후반에 들며 좀 더 명확히 주변 전자기기에 개입하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그럼 그런 기능을 좀 더 잘 쓰지 그랬어 하는 생각도 남는다.
그리고 AI 스스로의 진화를 위해 인체를 필요로 했다 하는데, 어차피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통행으로 통제할거면 굳이...? 하는 의문에 더불어. 그 작은 칩에 원격 통신과 적절한 배터리까지 내장된건가 등등. 아니 발열은 커버되는거야?

물론 기술이 보다 발전한 미래 모습을 그리긴 했다만, "AI가 내장된 작은 칩이 인체와 융합하면?" 이라는 발상을 고집하다 매몰되어버린 느낌이다. 외골격 슈트는 심지어 작중에서 언급도 되었는데, 너무 흔한 탐정물이 될까 걱정한걸까.

 

친구의 배신, 그 너머에 자신을 돕던 AI가 최종 보스였다는 반전은 정말 허술했다.

이에 영화에 대한 설렘과 예찬들은 마지막 10여분 동안 고스란히, 정말 고스란히 차갑게 식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보려고 여기 앉아있었나.

그나마 숨은 숙주가 많았다던지 해서 명확히 디스토피아를 보여줬으면 속편 고민도 하고 스산했을텐데 말야. 

 

 

3. 결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그래도 다행인건, 베놈 보단 낫다.

 

지킬 앤 하이드 기믹은 클리셰라 말하기도 어설플 만큼 식상해져 버렸다.

해서 조금 더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갈등하는 자아를 비춰 준다던지, 거대한 갭을 보여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줘야 그나마 기억에 남는 인물이 그려진다.

이 영화에서는, 갈등의 정도가 약한 주인공이 설프게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하며 인물의 구성에 실패해버렸다.

남는건 액션 장면 뿐이고, 그나마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며 묘한 기시감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작게 배우의 연기는 담아 둔다.

초반의 사지 마비 이후 처음으로 팔다리를 움직일 때, 세밀한 호흡이며 떨림은 경이로웠지만, 영화가 끝나감에 따라 설프게 로보캅스러운 움직임은 매우 아쉬웠다. 영화에 대한 몰입의 시작도 배우의 움직임에서 왔지만 그걸 깨는 것도 배우의 연기였으니, 담아둬야지.

 

여러모로 과거의 이미지와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러다 보니 표현을 제한한 느낌이다.

조금 더 감정을 죽이면 터미네이터, 인간이 숭고해지면 매트릭스. 너무 깨부수면 헐크고. 너무 잔인하면 그냥 연쇄 살인마가 되니. 외골격을 달면? 일리시움이나 스타크래프트지 뭐.

 

그래서 남기는 평점은 5 / 10.

트레일러로 대체 해도 충분한 영화지만, 그래도 베놈 보단 나으니 작게 덧칠해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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