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데드풀과 울버린 (Deadpool & Wolverine, 2024) 리뷰

본문

 

모처럼 극장이었다고..

 

 

0. 들어가며

 

5 / 10

 

소문난 환갑잔치에 설레어 발을 디뎠는데, 싫어하는 음식만 마주한 그 기분

 

 

데드풀 1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라 다소간의 기대를 안고 있었는데.

사실 기대치가 크다는건 인생에 있어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로 흘러간다.

 

새로 계약한 집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라던지, 다음날 8% 거뜬하겠지 싶은 마음에 주식앱을 켰을 때라던지. 

사실 8%면 합리적인 기대 아닌가 아무리 되뇌여도 10% 떨어져있는 꼴을 보면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관측하기 전에는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직접 관측해봐야만 우리는 그 사건이 가지는 가치를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물론 기록 또한 풍화되고 그 시점의 인상이 흐려지곤 하니, 그 체험이라는 것도, 본인이 가지는 판단이라는 것도 사실 유지하기 어려운 관측값이 아닐까.

다음날 주가가 다시 14%를 곤두박질 친 걸 본다면, 전일 10%는 큰 하락폭이고 지대한 손실이었을까, 빠르게 도망칠 수 있는 기회였을까.

 

삶의 본질이, 그 편린이 보이는 듯한 이런 유레카의 순간, 데드풀3편은 또한 마찬가지의 인상을 안겨준다. 

아, 이건 -10의 파도 그 너머의 영역임을.

 

 

물론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나에게 맞는 장소, 맞는 영화가 아니라는 느낌이 유독 강했는데, 간략히 남겨둔다.

 

 

1. 반가운 얼굴과 쟤는 왜 여깄냐는 한 끗 차이

 

 

블레이드 반갑고 채닝 테이텀 반갑고 울버린 버전들 다양하게 보는게 처음에는 흥미진진했는데, 다양한 버전의 데드풀이 튀어나오자 클라이맥스가 아니고 지치더라. 영화의 종반부 뭔가 터져나와야할 장면이 이제는 식상할 300, 올드보이 마냥의 구도와 느린 액션 연출로 소모적으로 사용되니 씁쓸했다. 킹스맨1 교회 장면만을 철저히 BM했으면 좀 더 기억에 남지 않았을가 싶기도 한데.

 

필요한 장면, 의도한 장면을 최대한 구겨넣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지만 그래서 되려 아쉽다.

데드풀의 예측불가능함이나 재생능력을 보여주기위한 전투장면이라기보단, 이런 전투장면 하나 있어야지 하고 기획되고 적당히 액션 시퀀스가 짜여있는 느낌이랄까.

 

종반의 이 피로함은 철저히 앞단에서 지나치게 머리 굴려야하는 인물들이 산발하여 튀어나온게 문제였지 않나 생각된다. 데드풀 군단이 임팩트 있으려면 최소한 다른 사람들은 도플갱어 만나면 소멸하는데 힐링팩터 있는 분들은 재생해서 살아남는지 정도의 과감한 설정은 풀어주던가 했어야지, 온갖 영화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튀어나오니.. 딱 한명, 한 인물이 주목받지 못하고 집중이 분산 되어버렸달까.

 

 

2. 서사보다 지나치게 무거운 인물 하나도 쉽지 않다

옆옆 동네에서 유명한 스피드웨건. 온갖걸 설명부터 하고보니..

그런데 온갖 인물에 각각의 무게가 실려있다.

 

캡틴 아메리카일줄 알았던 인물이 휴먼 토치 였다던지, 예전 엑스맨 시리즈의 파이로가 나와 손쉽게 제어한다던지. 이런 각각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트리거들은 좋긴 하지만, 너무 중구난방이다. 그 모든 각각의 등장에 대해 데드풀의 추임새와 해설이 들어가다 보니, 인물 소개만 하다가 영화가 끝나버렸다고 해야하나.

 

물론 각 인물이 등장한 영화가 시간차이가 있어서, 설명 없이는 너무 난해한 이야기가 되었을법하다. 블레이드도 못알아본다던지, 엘렉트라나 갬빗 잘 모르고 영화를 본다면, 휴먼 토치로 등장했던 크리스 에반스의 과거 작품을 몰랐다면 감독이 준비한 재미를 놓치긴 했겠지만..

그정도는 놓치고 봐도 몰입감 있는 스토리여야 맞지 않나 생각은 든다.

 

삼다수 마실때 매번 옆에서 제주도에서 가져온 청정 화산암반수라고 설명해줘서 마시는게 아니고, 물맛이 나쁘지 않잖아.

 

 

 

3. 결론

드라마로 나와서 각각의 울버린과 데드풀의 에피소드가 좀 더 있었다면, 좀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은 든다.

물론 그 캐스팅 비용이 만만치 않았겠지만, 굳이 이야기의 매력을 따진다면 그랬겠다는 싶은거지.

 

5점도 뭔가 아쉽다.

 

상기 인물과 서사의 균형이 무너지며, 불필요하게 과도한 색드립이나, 애매한 시각효과 (*휴먼토치 끔살은 뭐지 싶었다) 등이 부각되어 정서적으로도 거부감이 생기고, 몰입도도 떨어진다.

 

로키가 정말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려 노력했던걸까. 평행우주가 아직은 온갖 대목의 치트키로만 쓰이고 있어, 단점이나 리스크가 좀 더 강력하게 잡히기 전까지는 멀티버스 영화는 일련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듯 하다.

인피니티 건틀릿으로 핑거스냅 한번 했을 뿐인 아이언맨만 생각해도 죽지 않았나.

 

결국 위기 없는 영웅 버디물은, 여기가 한계일 따름이다.

저 나이대에도 대단한 몸을 유지하는 맨중맨 형님께 찬사만이 남을 뿐이지 뭐.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