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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那些年, 我們一起追的女孩, You Are the Apple of My Eye, 2011) 리뷰

Traby 2021. 10. 4. 11:17

 

 

 

 

0. 들어가며

7 / 10

 

그럭저럭 학창시절의 로맨스 영화네. 어라 그런데 왜 눈물이 나지

 

가을 초입이 되면, 어딘가 가보지도 않은 곳에 대해 향수가 일렁인다.

그리곤 머릿속을 되짚으며 저긴 뭐하는 곳일까, 그 때 그곳은 걷기 좋았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정도의 생각이 이어지면, 가장 그리운 장소로 마음이 옮겨가곤 하는데 가을이라는 계절의 특수성이 아닐까. 

 

아마 이 영화는, 그런 그리운 장소와 같은 형태로 관람객 모두에게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창시절의 작은 추억들 하나 정도에 더해, 나이들어가며 쌓여가는 현실적인 기억을 접이어 담아내면 이 영화가 나오니까. 굳이 영화의 플롯을 제외하더라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영화인 만큼 막연하게 알고 있다! 하는 감각도 남아있긴하다. 늦은 90년대생에게 중국어와 로맨스 영화 라는 키워드 두 개를 전달하면, 바로 아, 그 이름 긴 영화? 하고 말문이 트이지 않을까. 

 

짧게 기록 남겨본다.

 

 

1. 책으로 연애를 배웠습니다의 결말

션자이는 과연 연애를 무엇으로 배웠는가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단서는 지진 이후 커징텅과 전화를 할 때 대화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그러는데,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시작하기 전 설레는 감정이라고. 그렇다. 이 말을 하는 그 순간은, 아마도 대학에서 남자친구를 만나 함께 걷다 잠시 전화를 하러나온 그 순간이다. 어느 정도 세상을 겪은 뒤 자기 주관이 명확해지기 전의 연애관에 대해 덤덤히 말하는 션자이의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이는 지극히 타인, 다른 문서를 통해 참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 때의 션자이의 모습은 지극히 우회적이고, 또 되묻는 느낌이다. 굳이 남아서 공부를 하라던지, 고백해주면 좋을텐데로 학창시절을 고스란히 보내는 그런 대목들 말야. 커징텅의 보다 직선적인 전달에 비하면 소통의 차이는 있지. 

 

쉽지 않다.

이는 션자이의 이후 사고관이 지극히 현실주의자로 나아감과 이어진다. 짧게 자신을 찾아 기회를 달라는 아허와 연애도 겪으며 인생은 로맨스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직관한게 아닐까. 결혼식에서 션자이와 함께 나타나는 사람은, 그 지적 결론의 종점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 아허를 뛰어넘어, 어딘가 가장 유치함과 거리가 있고 안정적인 생활망을 구축했을 사람이 손을 잡고 나타나니까. 처음 보고는 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말이지.

예전에 처음 보았을 때는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라는 말의 정석적인 사례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연애를 글이나 타인으로 학습했던 션자이가 가장 즐거운 순간을 만들어갈 사람이 아닌, 보다 정서적으로 닮고 아늑하게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을 찾아낸 순간으로 와닿는다고 해야할까. 보다 어린 날에는 이게 진정한 사랑이냐 아니냐 고민을 해왔다면, 지금 즈음에는 필요한 사랑의 형태가 달라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쓰고보니 결국 같은 말이네. 

 

2. 연결되었다는 감각이 주는 먹먹함

서양에는 썸머가 있고, 동양에는 사과가 있다.

그럼에도 그 다음년도 한국을 강타한 꺼져줄래의 주인공, 건축학개론(Arcitecture 101, 2012)과는 명확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션자이 또한 커징텅을 좋아했을 거라는 점에, 어딘가 아쉬움이 드러난다는 점을 모두 명확히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결혼식에 가는 것 또한 신화의 너의 결혼식 마냥 숨은 의도가 담겨 보이지가 않는다. 어딘가 이어져온 인연을 작게 매듭 짓고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한편으로는 다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년 동안 전화를 하지 않을 만큼 소식을 닫고 살지만, 그럼에도 지진이라던지, 멧돼지 도심 출몰이라던지, 자동차가 카페를 덮쳤다던지 할 때는 어딘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게 되는 그런 일렁임. 그리고 전화하며 작게 추억을 나누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 지점에서는 더 가까워질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그런 순간들.

이 이야기가 주는 먹먹함은 운명적으로 헤어지거나 다시 만나게 되는게 아니라, 이 희미해져가는 연결에서 다가온다. 뭉클하네.

 

풍등 날리는 곳은 아직도 대만 여행의 정식 코스같은 느낌.

3. 결론

 

전체의 짜임새 보다는,

왜 멀어졌는가에 대한 변명을 담는 영화. 그래서 보다 현실적이다. 

 

평행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대목은, 그 작은 실수와 부족함을 더 채웠다면 되짚으며 서로 아쉬워하는 듯하여 마음에 닿는다.

다만 딱 그 정도 아닐까. 그 시기에 채우지 못했던 행동과 마음들은, 결국 그렇게 지나간 사건이니까. 아니면 인간이 시간축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갖추기까지 기다려야지. 물론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 

영화가 끝난 뒤 커징텅의 시선과 함께 영화의 제목을 다시 보면, 울림이 다르게 전해 온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라니. 그 시절이 이렇게 무게감 있는 단어일 줄은 몰랐는데.

 

평점은 7점으로 매듭 지어둔다.

세 얼간이스러운 남자의 묘사를 위해 보다 직관적인 성적인 묘사가 있긴하다만. 국가도 다르거니와 2011년의 분위기는 또 다르지 않았을까 싶긴하다. 우리도 투사부일체(My Boss, My Teacher 2006) 정도의 시기에는 보다 직관적인 묘사들을 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렇다고 개그의 소재로 받아들이느냐, 약간 선넘은거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갖고 보는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다.

 

모든 서사에는 교훈이 있다.

이 영화의 교훈은 어정쩡한 연애감정이 끝났다면, 적어도 2년은 연락하지 말고 자중해라 임을 잊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