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과 리뷰작성, 합쳐서 하루 4분의 1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Star Wars : The Rise of Skywalker, 2019) 리뷰

Traby 2019. 12. 29. 09:25

0. 들어가며

 

역사적인 망작이다. 이야

2 / 10

 

디즈니 프린세스 물을 스타워즈 세계관에 접목시킨, 2019년의 끝을 장식하는 시대의 혼종. 그냥 나가서 폭죽놀이나 보는 게 낫다.

 

잠시 외국에 나오게 되었는데, 방문한 국가가 또 스타워즈 개봉일이 한국보다 빨랐다. 

세상에 신이시여 그래 이거지,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관람했는데.

이야. 세상에. 신이시여.

 

엄밀히 평하자면,  

오락 영화로는 무난할 뻔 했다. 

다소 지치는 전개와 끝임없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빠른 퇴장의 반복 사이에서 정신이 혼미해지긴 한다만 그래도 무난할 여지는 있었다.

자본이 투입된 특유의 웅장함, 새로운 시각적인 요소들, 약간 개선된 광선검 전투... 아니, 마지막 말은 취소하자.

2시간 21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에 더해 앞선 좋지 않은 요소들이 더해지며, 상당히 지치는 결과물이 나왔다. 러닝 타임은 매우 길게 느껴지고, 기나긴 트릴로지의 마지막에 어울리는 품위는 부족하다.

 

철저히 팬의 시각으로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물론 스타워즈에도 다양한 팬의 유형이 있다보니, 그 중 기존 캐넌이라 불리던 영화 세계관을 아껴주던 이들의 시각에서 기록해본다. 레전드라 불리는 세계관도 아우르며 사랑해주는 이가 혹여나 있거든, 이번 영화를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잠깐. 다들 거기까진 모를거 아냐.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북미 쪽 비평가들의 평가를 아우르기 위해선, 스타워즈 2차 창작물의 흐름 또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건 기회가 되면 남기도록 하고. 스크린 및 근래 상영되는 tv 시리즈만 묶어 캐넌이라고 부르는 정식 스타워즈 세계관이 있다, 정도로만 기억하자. 그리고 이번 리뷰는 그 세계관의 작품을 본 이의 관점으로만 작성한다.

 

이후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읽어도 상관없다.

읽어야 기대를 덜하고 영화를 볼테니 내상이 덜하지 않을까. 

제발 읽고 영화 보세요, 제발. 제발...

다들 힘내시고.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시리즈가 tv시리즈로 북미에서 큰 흥행을 거두고 있다니, 아직 희망은 있다.

저항군은 정말 희망 뿐이다. 이제. 휴.

 

짧게 리뷰를 시작한다.

 

 

1. 보다 강력해진 메리수

3편은 대개 1편과 2편의 특징을 보다 강화하며 마무리 짓는다곤 하는데,

하필 골라도 이걸 강화 시킬줄은 몰랐다.

 

메리수 논란은 꾸준해왔다. 잠깐 짚고 넘어가자.

메리수는 팬픽 등에서 작가가 특정 인물에 몰입하여, 자신의 대리인과 같은 존재를 투영시킨 행위나 인물을 가리킨다.

대개는, 시작이 저렇다 보니 과도한 활약상 및 먼치킨적인 힘을 갖게 된다. 사실 영웅 설화의 주인공들이 다 그런거 아니냐 하면 미묘하게 다른 것이, 1) 원작이 있는 작품에서 2) 팬픽에 등장한 특정 인물이 3)과도히 뛰어나게 됨을 특정한다. 알고보니 주인공은 숨은 조력자가 있으며, 그 조력자는 주인공이 가진 모든 능력을 주었다! 라던지. 모든 일은 그 조력자가 해결한게 주인공이 한 일로 와전된거다! 라던지. 

이처럼 다른 독자들이나 팬들이 보기에 원래의 세계관과는 이질적인 인물이, 기존 주인공들을 압도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작위적으로 느껴지면 메리 수 아니냐, 과몰입 아니냐, 하는 핀잔을 듣는 정도다.

 

다스 베이더 코스프레 전담 역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Star Wars: The Force Awakens, 2015) 에서 부터 이 메리수 논란은 시작되었다. 정식으로 제다이 트레이닝을 받지도 않은 어느 고아 소녀가, 제다이 마스터인 루크와 시스를 계승한 스노크에게 사사받은 카일로 렌을 검술과 포스로 압도한다? 그럴거면 제다이 기사단은 왜 만든거야. 그냥 동네 자경단 꾸리면 시스고 나발이고 다 잡힐 건데. 거기에 대뜸 마인드 트릭을 사용해? 이야. 그럼에도 이 때까지는 지난 스타워즈 영화들에 대한 향수로 인해, 모두가 허용하고 아껴줬다는 느낌이었다.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Star Wars: The Last Jedi, 2017)에서는 보다 심오해졌다. 5편의 오마주로 트레이닝을 시작한 레이는 제다이의 규율 3개 중 2개밖에 듣지 못하고 탈주했으며, 탈주닌자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가뿐히 동굴을 가로막는 돌을 들어올리며 요다 뺨치는 포스 사용능력을 보여주었다. 아 물론, 스노크는 사랑과 협력의 힘으로 뚜드려 패고 왔다. 여기서 레이가 크나큰 패배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겠지. 

 

 

본작에서는, 그게 더 고도화 되다 못해 심각해졌다.

갑자기 레이는 포스 라이트닝에 대해 눈을 떠 카일로 렌과 대치 중 라이트닝으로 우주선을 터뜨리며, 자신의 본질에 대해 자각한다.

거기에 더해 시도 때도 없이 알 수 없는 직감과 계시를 통해, 단독 행동을 하며 팀을 위기에 빠뜨리거나 혹은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난다. 흡사 잔다르크 이야기를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보는 듯하다. 아니 그래도 그 잔다르크도 어릴적 읽은 책에 따르면 처음에 계시를 받았다는 말을 다들 안 믿어줬잖아. 하물며 레이는.

그리고 이를 조명하기 위한 구도 또한 매우 훌륭하다 못해 처절하다.

 

다음 사진들의
공통점을
찾으시오

그렇다. 주인공이 레이인 것은 잘 알겠는데, 잘 알겠는데, 이건 좀 과도하다.

모든 구도, 모든 화면에서 레이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시점 위치가 바뀌거나, 매우 가깝게 줌을 당기거나, 하면서 그 여느 스타워즈 영화보다 인물과 인물관의 관계, 서사의 흐름이 아닌 개인의 내면 묘사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감정선은 보는 이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인물상에 대한 고찰이 너무 옅게 묘사된다. 갈등이 만들어지고 풀리거나, 특정 사건들을 통해 성격을 구성하는데 이미 실패했던 만큼,  모두 주어진 능력이고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감정도 그냥 이런 감정이구나 하고, 그렁그렁한 눈과 냉철한 표정으로 설명한다. 되려 포를 위주로 앞선 변화의 모습이 묘사될뻔 하지만, 전작에 이어 그냥 찡얼되는 어른이 일뿐이다.  

지난 트릴로지들에 나온 작품들은 때때로 난잡하다며 욕을 먹더라도, 인물간 대비 혹은 복수의 주인공, 매우 압도적인 빌런과 인물간 대화를 활용하여 '보여줌'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그게 과도해서 스타워즈 :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협 (Star Wars : Episode I - The Phantom Menance, 1999)와 같은 작품이 남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건 광선검 결투에 더해 비로소 온전한 제다이로 거듭나는 오비완의 심적 성장도 묘사 되었다. 반면 이번 작품은, 시도 때도 없이 레이의 표정만 보여준다. 그 표정으로 모든게 설명 가능하다는 마냥.

 

영화의 전개 방식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 반복된다. 레이가 어떤 느낌 또는 계시를 받았고, 그래서 무언가 단독 행동을 하며, 그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동료들이 그에 맞게 행동을 하고), 다시 레이는 단독 행동을 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는 굳이 좋게 평가하자면 8편의 문제였던 3개의 병렬적인 사건 진행을 개선하여, 나름 일관성있게 묶으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표현 방법이 훨씬 더 조잡하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말한 메리수 논란에 더해, 이 지나친 분량 및 중요성 집중은 사람에 따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아니 하다 못해 패배하거나 물러설때 팔 한 쪽은 잘리면서 도망치면, 좀 더 몰입되었을텐데. 클리셰라 욕먹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피로한 서사적인 구성은, 이후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 레이로 돌아오자.

레이는 정말 다재다능하고 패배가 없다. 그리고 새로운 능력을 유력한 설명도 없이 바로 사용하는데, 그것도 그래, 그러려니 한다 치자. 그럼에도 전작의 문제를 심화 시켜보자 하는 욕구에 감독이 패배하고 말았는지, 이 권능의 사용은 보편화 되고 만다. 다시 말해 모든 등장인물들이 과도하게 강해져버렸다. 

 

 

2. 선을 지키지 않는 묘사

무협 영화나 SF 영화의 공통점이 뭘까.

적절한 선을 지키며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협 영화는 적절한 파워 밸런스나 무공의 특성, 실전은 다르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주며 상상할 여지를 남겨준다. A와 B가 싸워서 누가 이겼던데, A의 제자와 B의 제자가 싸운다면 어떨까 라던지. 같은 문파인 C 와 싸우면 어떨까. 라던지. 

SF는 이제 이 상상력에 세밀함을 더해서, 계속 더 상상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여느 모선의 함재기인 A 기체는 고속 이동이 가능하고 폭격 후 이탈이 가능하니, 제국군의 저 함선의 쉴드를 충분히 부술 수 있다. 하지만 제국군에는 많은 전투기가 있으니 요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럼 핀포인트 폭격만 하고 이탈하는 게릴라 전을 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등등. 

 

이런 상상의 핵심은, 선을 지키는 것이다.

선. 선. 제발 선. 정도란게 있지.

이런 생각이 안 들게 만들면 이기는 것이다. 최소한의 합리성을 보장하는 것. 이게 SF라 불리는 영화들의 생명선이다.

선을 매우 기묘하게 지킨 영화로는 아이언맨 1편 정도가 있겠고. 포괄적으로는 무협지까지 건너 생각해보자. 네이버 웹툰 들어가서 용비불패나 고수만 봐도 댓글에서 누가 더 쎄네 약하네 하며 이야기가 나온다. 왜 이런 것이 가능한가? 선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전작의 바로 그 장면, 허세용 군대.

본작은 그 선을 넘다 못해 철저히 부숴서 가루로 만들었다. 

물론 전작에서부터 이런 선을 부수는 시도는 나타났다.

그 레아 스카이워커의 뜬금 맞는 우주 유영이라던지, 포스의 영체로 나타난 요다가 번개를 요 디제이 드랍 더 비트 하는 장면이라던지. 포스로 환상을 만들다가 탈진해서 죽은 루크 스카이워커라던지. 아니 다시 생각하니까 화나네.

그런데 이번작은 더 심하다.

그 몇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팰퍼틴은 뜬금맞게 부활해서는 힘을 회복 중이었는데, 아무 맥락이 없다. 스노크는 알고보니 팰퍼틴의 클론인지 뭔지 몰라도 양산되고 있는 생명체였다. 아니, 스노크 스스로도 포스를 이용해 원격 통신을 하고 물리적 위해를 가할만큼 강했는데. 팰퍼틴이 굳이 힘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다스몰이 부활한 것도 그렇게 욕을 먹었는데, 팰퍼틴 부활하고는 그냥 사악한 비술이 있다 이게 끝이다. 이야.

 

그리고 팰퍼틴이 으리얍! 하자 포스 라이트닝이 쾅쾅쾅 몰아치며 애써 모인 레지스탕스의 전 우주 동맹군이 순식간에 EMP 맞은 마냥 마비 된다. 이게 농담같다고? 제발 농담이었으면. 물론 이런 묘사는 스타워즈의 다른 세계관, 다른 시점의 시스 로드들은 보여준 능력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혹 북미 쪽의 리뷰 중 팬보이가 영화 망쳤다고 비난하는 글이 보이는데 이건 정말이지, 이제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겨진 확장 세계관을 영화의 적으로 돌려버리는 어이없는 책임전가가 아닐까 싶다. 가뜩이나 전작에서 팬픽 차용한거 아니냐 욕을 먹었는데, 심지어 이런 내용을 가감없이 영화에 투입했다는 것에서 감독을 욕해야 제정신 아닐까. 아니면 디즈니한테 돈을 받았거나. 더러운 자본주의의 나팔수들 같으니라고. 

다른 팬들이 납득 가능한 선에서 이미 세계관의 확장, 영화나 tv 시리즈로의 개편은 이미 스타워즈 : 반란군 tv시리즈라던지, 클론워즈와 같은 시도가 충분히 있어왔다. 그런데 이걸 여기서 팬탓을 한다는게 얼마나 가소로운가.

 

물론 메리수 논란을 가속화 시키기 위해, 이제 레이는 포스로 대상을 치유한다. 자신의 포스를 나눠줘서 뭘 했다 이러고 있는데 이야. 그럴거면 말야. 아니 그럴거면. 콰이곤 진은 허접해서 다스몰과 싸움 끝에 죽고 끝난거 아니잖아. 이 신세대의 포스 사용자들에게 학습이란 보고 배우는 것인 만큼, 카일로 렌도 갑자기 생명을 나눠준다. 

 

그리고 주인공 둘 만의 특이점은 가속 되다 못해 심각해진다. 카일로 렌과 레이는 원격 통신에 더해 이제 물체를 송수신한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고? 나도 모르겠다. 

막연한 포스라는 개념에서 보다 막연하게 나아가서, 이제 서로 공간을 넘어 물리적으로 충격을 주고 또 무기며 도구를 전송한다. 레이가 대치하며 들고 있든 광선검을 이제 눈 깜빡하니까 멀직이 떨어진 카일로 렌에가 건네준다. 아니 이게 뭐하자는거야 대체. 

물론 포스나 제다이가 처음 튀어나왔던 스타워즈 4 정도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갑자기 광선검으로 빔을 튕겨내질 않나, 사람 앞에서 손 까딱하니까 뭔가 설득되질 않나.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라고 하니깐. 하지만 세계관을 넓히던 스타워즈 1 에선, 미디클로리언 한번 언급했다가 그렇게 욕먹지 않았던가. 관객에게 최소한의 설명, 적절한 합리성의 부여는 욕을 먹더라도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게 무협지에서는 비급이나 문파로 나오는거고, 스타워즈에서는 포스라는 개념을 고안해낸거고. 그런데 이 합리성의 벽을 단 영화 두 편만에, 아무런 설명없이, 철저히 부숴낸다면 글쎄. 면죄부를 주기 보단, 적절한 비판의 장이 열려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3. 여기에 쐐기를 박는 대책없이 난잡한 전개

메리수와 모든 인물의 대책없는 권능 행사. 이것만으로 이 영화는 만족하지 않았다. 

전작에서 다뤄진 모든 설정들을 정리하고, 추억을 살려줄 인물들도 투입해야 했으며, 무엇인가 등장인물의 균형을 맞추고자 새로운 인물들도 나타나야 했고,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서사가 늘어난다. 스타워즈 전통의 텍스트로 지난 이야기. 하고 글을 통해 설명하는 시작은 이번작에선 제일 쓸모 없이 사용 되었다. 

 

이제는 몇 안 남은 친구, 란도 옹

 

그리고 이 넘쳐나는 인물의 등장은, 어쩔 수 없이 조잡해진다. 대개 이런 식이다.

- 음산 음악과 함께 인물이 짜잔하고 등장하더니

- 알고보니 숨은 조력자다.

- 그리곤 두둥 하는 음악, 북소리와 함께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이게 반복된다.

이렇게 반복되며 포의 옛 전우가 나타나고, 핀에 대응 되는 전 스톰트루퍼(혹은 퍼스트 오더 트루퍼) 출신 게릴라가 나타나고, 카일로 렌의 정예 호위 무사가 나타난다. 위의 란도 옹도 저렇게 등장했고. 헉스가 숨은 스파이로 위와 같이 등장하며, 헉스의 대체자가 될 인물이자 어딘가 윌허프 타킨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새로운 사령관으로 부각된다.

인물이 많다 못해, 드로이드도 새롭게 추가해준다.

아니, 왜, 굳이 또. 

그러면서 대사로는, 드로이드를 과소 평가하지 마라 이런 것을 강조하는데. 극 속에서 드로이드들에 대한 처우는 형편없기 그지 없다.

R2-D2나, 적어도 그 캐릭터성을 이어받은 BB-8. 혹은 괜찮은 스타워즈 작품이었던 로그원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9)의 K-2SO는 각각 고유한 인물성이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조력자로 나온다던지. 기계어를 인간이 알아서 해석하는 밈이 있다던지. 그런데 위의 신규 드로이드는, 애완동물 같은 포지션으로 나와 레이가 심지어 드로이드의 감정도 교감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대상으로 소모된다. 레이가 아니고 예수 정도로 이름을 잡았다면 좀 더 납득이 쉬웠을텐데. 한 솔로 영화(Solo: A Star Wars Story, 2018)에서 다시 한 번 드로이드 해방을 외치던 L3-37을 찬양하자. 그가 (혹은 그녀가) 옳았다. 인간의 위대함을 어필하기 위해 드로이드와의 교감 능력이 조명 받는게 옳은 방법인지, 기존 스타워즈 작품 처럼 자연스러운 조력자이자 종잡을 수 없는 친구로 묘사되는게 옳은 방법인지는 자명하다 믿는다. 이렇게 소모될 바에야 뜬금 맞게 드로이드 독립 외치는게 나았지.

 

드로이드를 위하여. 생긴건 로보캅 닮았다. 혹은 레스큐 특스 구조대. 본작엔 안 나온다.

그리고 이 허무한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소모는 드로이드로 끝나지 않는다.

제일 어처구니 없는 건 각자 이상한 무기를 들고 스산하게 카일로 렌을 호위하는 친위대. 영화 내내 무게만 잡다가, 츄이 연행해갈 때 한번 튀어나오고는 정작 격투씬은 카일로 렌과 싸우는게 전부다. 그나마 격투씬도 강렬하지 않고 무슨 뮤직 비디오 보는 느낌이다. 아니, 불후의 명작 리얼(REAL, 2016)의 그 유명한 격투씬을 보는 듯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등장 시키고 싶은 인물은 많고, 등장을 하려다 보니 각각의 사건은 끼워넣어야 되겠고.

그러다 보니 영화 전체적으로 5분 ~ 10분짜리 단편 클립들을 대충 기워낸 느낌이다. 

뮤직 클립 1 - 팰퍼틴의 부활

뮤직 클립 2 - 레이의 비밀

뮤직 클립 3- 고독한 카일로 등.

짧은 이미지의 강렬함, 혹은 각각의 영상 속 풍부함을 바란다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다. 우주를 뒤덮는 강렬한 포스라이트닝 이라던지. 레이의 반짝이는 눈망울이라던지. 바닷물을 온통 맞고 미역을 머리에 감고 있는 카일로 렌이라던지.

다만 그런 취향이라면 영화를 보지 말고 뮤직비디오 20편을 연달아 보면 되잖아.

 

이 남자의 고독함이 보이는가. 그냥 드라큐라 단편 영화를 찍는게 더 어울린다. 스네이프 닮았다 그리고. 

 

 

4. 어머니 이름이 마사가 그리워지는 이야기

인물 설정도 개판이고, 세계관 확장도 개판이고, 영화 내적으로 표현 방식도 난잡하다.

그래도, 그래도 아직 스타워즈는 가진 무기가 있다.

더 풍부하고 깊은 이야기. 관객의 머리를 후려치는 이야기 전개. 비극. 

그래, 스타워즈는 그 불후의 명대사 I am your father이 나온 맛집 아니던가. 

 

물론 이번 작품은 여실히 그 한 줄기 희망 마저 부숴낸다.

 

카일로 렌은 전작에서 레이에게, '넌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했다. 여기에는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방법이 세련되지 않아서 아쉽지 클리셰를 부수고 나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이 마지막 영화에 이르러, 그것을 스스로 부정하며 말을 건넨다. 사실 넌 특별하다고.

뒤 이어 레이는 팰퍼틴의 손녀였음이 밝혀지고.

그 다음 카일로 렌은 레이에게 말한다. 이것은 운명이다. 스카이워커의 손자인 나와 팰퍼틴의 손녀인 너가 힘을 합쳐서 팰퍼틴을 무찌르자.

어딘가 이상한 팬픽냄새가 다시 스믈거리는 것 같다. 이야. 그냥 난 널 사랑해 정도 말하는게 차라리 공감 되었을 텐데.

 

떠나자 악을 무찌르러, 나는 흑기사라네.

그런 의미에서 옆동네의 마사? 어머니 이름이 마사라고? 는 훨신 세련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표현 방식을 욕하면, 마치 부모와 자식간의 애정을 욕하는 듯한 죄악감을 안겨주지 않던가. 너와 내가 황제와 영웅의 후손이니 같이 세상을 뒤집자라니. 어머니 이름 공유와 같은 세련됨도, 청년들을 설레게 만들 로맨스 또한 없다.

왜 스타워즈에 이러는거야. 선을 많이 넘었다. 그냥 여기서 반지를 꺼내서 청혼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운명이 엮였다는 연출 또한, 뭔가 최대한 오글거리게 보여준다.

곧 영화를 보게 될 이들은 알겠지만, 종장으로 달려가는 카일로 렌의 모습은 마치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흑기사의 모습처럼 묘사된다. 전작은 클리셰를 피하기라도 했지. 

그래서 좋게 평가하면 파워레인저의 그레이 정도 되는 느낌이고. 보다 엄밀하게 평하자면...

 

 

이 분이랑 똑 닮았다. 세일러문의 턱시도. 차라리 저분이 낫다. 일관성이라도 있잖아. 

다시 위의 미역머리와 아래의 세련된 턱시도 및 마스크를 비교해보자.

승자는 자명하다. 세일러 문은 시리즈를 거듭하고 인물이 추가되어도 각각의 역할이 있고, 힘의 근원에 대한 설명 또한 나름의 짜임새가 있다. 따라서 세일러 문을 보자. 이름도 달의 항해자다. 하늘을 걷는 이와 가히 자웅을 겨룰만하다. 하늘을 걷는건 마이클 조던에게만 허용해주자 이제.

 

 

영화 전반의 서사는, 팰퍼틴의 등장과 함께 일그러진다.

팰퍼틴을 기만하고 레이를 찾아 함께 세상을 뒤집으려는 순정파 남자 주인공 카일로 렌, 그리고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며 자신에 대해 또 다시 고민하는 레이. 문제는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팰퍼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결말 또한 비참하기 그지없다. 자신에게 사실 숨은 조력자 - 세상 모든 제다이와 동료의 힘으로 각성하여 팰퍼틴을 쓰러뜨리고, 힘이 쇠진하여 죽는 레이. 극적으로 생환하여 돌아온 카일로가 자신의 생명을 바쳐 레이를 부활 시키고, 마지막 키스를 남긴채 포스의 영으로 사라진다.

이거 약간 팬픽에 나올 법한 내용인데. 키스는 또 왜 하는데 지금 와서. 루크랑 레아로 욕 먹는 것으로는 부족 했던 것일까.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니냐고?

그냥 라푼젤(Tangled, 2010) 보면 되는거 아닐까. 아니면 겨울왕국. 아니면 모아나. 아니 왜 멀쩡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핵심인 본편에서, 굳이 디즈니 프린세스 풍의 인물을 온 설정과 맥락을 부숴가며 우겨 넣어야 했을까. 그렇게 나온 혼종은 놀랍도록 세일러 문, 웨딩 피치, 천사 소녀 네티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빈약한 상상력과 소모 되는 주변 인물, 기존 세계관의 철저한 붕괴로 인해 여느 디즈니 프린세스 보다 내적으로 빈약한 공주를 탄생시키고 말았다.

 

 

5. 결론

어떤 영화에는 목적이 있다.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새로운 별, 또 다른 함선과 외계인, 또 다른 문명들을 계속해서 보여줬던 점에서, 스타워즈 프리퀼 트릴로지 (1편 보이지 않는 위협부터 3편 시스의 복수까지.) 는 욕을 먹고 시작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 덕에 이후 클론 워즈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다시 아나킨 - 다스 베이더의 캐릭터 묘사는 깊고 풍부해졌으며 오비완 또한 재조명 될 수 있었다. 

스타워즈: 반란군 시즌4의 한 장면. 북미에선 흥행했고 한국은 근래 번역되어 방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랑해주자.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위와 같은 멋진 장면도 다시 연출될 수 있었다.

저 광선검의 조잡함이 아닌 세련됨이 느껴지는가. 저게 제다이였다. 

 

 

그러나 스타워즈 7편, 8편을 거쳐 9편에 도달한 최근의 트릴로지는 이 목적이 흐려져있다.

매력적인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인물의 내면에 대해 깊이 설명하고 파고 들어가는 것 또한 없다.

2012년 10월 30일,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고 이후 새로운 3부작에 대한 기획이 바로 진행되었으며, 첫 촬영이 이어 14년에 시작되었다.

시기적으로, 이번 트릴로지의 목적은 지극히 상업적일 수 밖에 없다. 인수를 했으니 이익을 뽑아야되고, 그러다 보니 기획이 들어가고.

기획을 하다보니 새로운 고객층을 파헤쳐야겠고. 어느 경영진 레벨에선 이제 남자의 판타지를 채우는 스타워즈가 아닌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를 파헤쳐야 한다, 어벤져스와는 다른 층을 공략하자 라고 말한게 아닐까. 상업적인 기획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SWOT분석이니 Segmentation 이니 이래서 다 개소리다. 이 계산된 기획에는 작품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돈과 프로파간다, 그 뿐이다. 

 

결과물로 나온 것은 새로운 세계가 아닌, 디즈니가 보여주는 어딘가 익숙한 냄새의 스타워즈. 그게 전부다.

디즈니 풍의 제다이인 주인공을 만들어 보긴 해야겠으니, 레이가 짜잔하고 등장한거고. 그러다 무게가 저쪽으로 더 쏠려서 스타워즈보다 디즈니 향이 짙어진게 아닐까. 당시 루카스 필름의 지휘자였던 케슬린 케네디도 단단히 한 몫 하셨었고.

 

그래서 처참하다 못해 비참하다.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거대한 갈등은 없으며, 이야기는 너무 단순해지고 상상은 빈약해졌다.

위험한 일이 있으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급으로 포스가 함께한다. 던져버린 광선검은 루크의 영이 다시 주워주고. 죽여버린 카일로는 살려내고. 이러려고 포스를 만든게 아닐텐데 말야. 여기에 더해 드로이드는 주인공의 뛰어남을 묘사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했고, 성별 및 민족 균형을 맞추고자 인물들은 분량 및 극중 중요도에 상관없이  투입되고 소모된다. 이걸 보고 난잡한 영화라고 하지 않으면, 어디에 난잡하다는 말을 사용해야할까 싶다.

 

레이는 실패와 수련이 영화 내내 한 번도 제대로 조명이 되지 않은 것도 인상 깊다. 이는 근래 여성운동의 방향성이 어느정도 투영된게 아닐까 생각되지만, 정말 그런 의도였다면 패배를 극복한다던지, 고된 수행이 나온다던지 하는게 클리셰라 욕먹더라도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패배를 이겨내고 나아가는게 클리셰라 하면 할 말이 없다. 뭐든 가능하다는 말은 공감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으로 뭐든 가능하다는 다소 과하다. 아나킨이 뛰어난 재능을 어둡게 각성해서 다스베이더로 도달하기까지 3편의 장편 영화를 필요로 했다. 루크 또한 광선검을 만지던 소년에서 제다이로 각성하기까지 3편을 필요로 했고. 레이는, 글쎄.

 

 

같이 본 친구들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해 생소한 친구들이었던지라, 짧은 영어로 1 2 3 4 5 6 7 8에 이르는 플롯을 다시 설명하며 

영화의 문제점을 더 절절히 느꼈지 않았나 싶다.

평점은 1점을 주기도 아까웠지만, 그래도 오락영화로서의 가치를 고려하여 2 / 10 으로 기록을 마무리 짓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차라리 적당한 90년대 애니메이션 붙잡고 정주행 한 뒤 나가서 불꽃놀이를 보고 오는 걸 권장한다.

 

 

끝으로,

그럼에도 세계관에 변화를 주고 클리셰에 점철되지 않았으며 영화를 마무리 지었다 등등 온갖 방법으로 이 영화를 변호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상상해보자.

 

자기 방 한편에 본인의 취미에 맞게 꾸며진 아늑한 방이 있다. 게이밍 환경을 구성하든, 농구 코트를 만들었든, 상관없다.

그런데 어느날, 가정의 세대주가 바뀌더니 내 방을 새로 꾸며주겠다더라.

어라 뭔가 더 해주나 싶어서 기대하고 봤더니, 온통 알록달록한 벽지로 도배되고 내가 사랑하던 소품들은 간 데 없고, 안나 엘사 라푼젤 뮬란들이 뛰노는 방으로 바뀌어 있다. 세상에.

당황해서 저기 이게 뭔데요 물어보니 이제 레이 방이라고 한다. 밖에는 새로운 스타워즈라 큼직하게 써져있다. 약을 팔아도 이것 보단 정직해야지.

 

스타워즈는 이제 tv시리즈 및 애니메이션으로 즐기라는 디즈니의 큰 그림에 감사를 표한다. 

 

아, 말미에 레이는 자기 성을 스카이워커라고 말한다. 도둑질도 정도껏해야지 성을 도둑질하네.

가지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