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by 2024. 3. 2. 17:24

군입대가 무색한 매력있는 영화. 매번 관객수 인증짤에 배우 한분이 빠져서 아쉽긴해.

 

0. 들어가며

7 / 10

 

서양과 일본의 공포 소설을 변주한 듯한 한국식 오마카세 맛집

 

 

맛집의 기준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구글 맵 기준 4.1 이상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맛집을 알려주는 창구가 있긴 하다.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같은 지도앱. 그리고 예약과 음식점 검색에 특화된 캐치테이블 같은 앱도 있기도 하고. 다른 방면으로는 여행에 특화된 앱에서도 여행이라는 서사, 그 연장선상에서 맛집을 잘 추천하기도 하니. 보다 많은 리뷰어를 바탕으로 탄탄한 사진과 설명까지. 대개는 저기서 찾아갈법하다.

 

그럼에도 구글맵인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인이 가장 처음, 무심결에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약간 음식점 정보가 늦게 갱신되고 리뷰가 드문 드문 쌓여도, 하나하나에는 리뷰어의 진심어린 경험이 남긴 듯한 발자욱을 따라 걷는 감각. 영어로 쓰인 낯선 후기들에서 선이 아닌 면으로 다가오는 가게의 형체. 소셜마케팅이니 뭐니 하는 공격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한국에서 가장 안쓸법한 지도앱에 담겨있는 리뷰들은 역설적으로 진실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데 심지어 5점 만점에 4.1이상이다? 여기가 맛집이거나, 앞으로 내가 찾아가게 될 로컬 맛집 같은거지.

 

이 영화는 딱 그런 선에서 한국을 담아내고 또 공포영화를 조명한다.

뭐랄까. 어라, 구글맵에 리뷰는 몇 개없는데 평점은 4.1인 곳이 마침 집 근처였네. 한번 가볼까? 해봤다가

와. 세상에. 이게 바로 내가 사는 거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맛집이구나 하는 이국의 시선에 대한 찬사와 감탄.

 

짧게 기록 남겨본다.

 

 

1. 매력있는 장르물, 저변에 갖는 탄탄한 친숙함

나는 미래에 무당이 되고 싶어요가 나올법 하지 않을까. MZ무당이 주는 임팩트는 대단했다.

 

영화 내 가장 강렬한 울림이 있는 대사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파묘요, 하는 두려움어린 외침 아니겠어.

무당이며 굿판이며 직접 본적은 없으면서도 어렴풋이 아는 이 친밀함은, 다시 더 생소할 파묘요 하는 외침에서 잡고 흔들린다.

 

마찬가지로 이 생소함과 친근함을 오가는 여러 요소들 사이, 영화의 강점을 하나 꼽자면 이 친근한 방식의 전개가 아닐까 생각든다.

부잣집 의뢰주로 인한 4인 파티의 집합. 명탐정 코난 시리즈나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나 보았을법한 익숙한 미스터리 소설의 플롯이 여실없이 효과를 드러낸다. 6개의 문단으로 영화를 나누며 이 서사, 책과 같은 구성은 보다 강조된다. 2개의 분단된 듯 연결된 다소 길고 지칠 수 있는 영화의 호흡을 작은 제목으로 떠먹여주니 아, 이제 뭐가 더 나오겠구나 하는 기시감에 가까운 흡인력. 물 속에서 숨쉬듯 영상으로 소설을 보는 감각이다.

 

이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서술로 모아낸 인물도 매력있고 어딘가 친숙하며, 또 어딘가 거리감 있는 면면들이다. 무당에, 지관에, 장의사라니. 살면서 자주 마주할 일은 아닌데, 또 듣고보니 그렇게 낯설진 않단 말이지. 이 오묘하게 친숙한 단어들이, 영화의 설득력에 또 다른 다리를 놔준다.

거 왜, 형사가 살인사건을 쫓다가 귀신을 마주해서 원한을 해소 해준다보다, 무당과 장의사며 풍수지리 보는 분들이 귀신 마주하는게 좀 더 그럴듯하잖아. 귀신 퇴치하는 숨은 조직이 있었다면 지나쳐 보였겠지만 굿을 열고 땅을 파먹는 일상에서, 엄습하는 불운 또는 미지를 막기위해 긴급하게 화장을 마무리하는 것 까지. 관습과 공포영화를 적절히 배분한게 영화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2. 굳이 변명하자면 외국을 노린 영화가 아니었을까 

중간 중간 보이는 한국의 산에 대한 묘사도 상당하다. 매력있는 전망이며 산의 음습한 분위기까지.

 

개봉한지 좀 지나고 사람들의 평이 쌓여가자, 드러나게 호불호가 쌓이는 부분은 몇 군데 있다. 

 

작은 예로는 한반도내 철침론. 이건 뭐 장의사의 입을 빌려 이미 지난 이슈가 아니냐 하는 언급도 있었다손 쳐도, 전반부와 후반부의 맥락이라고 해야할까 영화의 결이 달라지니 평이 갈리는 듯하다. 특히 귀신의 정서는 한국의 무수한 공포영화에서 다루어져왔지만, 그 너머의 크리쳐물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만한 정서가 있는지는 아직 부족하다 이거지. 아, 그래도 할로윈(2018) 같은 작품은 한국에서도 나름 흥행하지 않았나 싶긴한데. 나무위키를 다시 보니 한국에서 혹평이었구나. 그럼 그럴만하지.

 

 

귀신 소리를 듣건 머릿속을 읽건, 프로페서 X가 되건 만국 공통의 제스처다.

정작 서양 공포영화를 몇 편 더 떠올려보고 그 연장선에서 이 영화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봉길-화림 무당페어는 컨저링의 워렌부부의 합을 떠올리게 하는 묘미도 있고. 오니에 나무 말뚝을 박는건 뱀파이어를 퇴치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도깨비불에 홀리며 빠른 씬 전환은 몇몇 폐쇄된 감옥이나 스릴러 영화에서 보여주던 세뇌를 묘사할 때 줄곧 쓰이던 방법이기도 하고. 봉길이 귀신 눌리는 장면은.. 이건 또 일본 영화에서 보았던 듯한 연출이긴하네.

아, 이건 꼭 기록 남겨야 겠다. 여기까지 보곤 아 이 스님이 알고보니 기순애인지 뭔지 일본 풍수사거나 숨은 흑막일 줄 알았지. 이렇게 죽고나서도 죽음의 메아리랄까, 다잉 메세지로 경고 남겨줄줄은 몰랐지.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마냥 한국 관객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 생각한다. 한국의 토속적인 문화 저편을 잘 녹여내, 서양 공포영화에서 쓰이던 문법을 다듬어 적용해본 실험작처럼 보인다고 해야할까. 

 

 

 

3. 결론.

개인적으로는 이 포스터가 정말 멋지더라. 배경 색감도 그냥 화이트가 아닌 미묘한 한지의 색감과 재질이다.

 

가장 한국적인게 세계적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그 수명이 다한지 오래다. 

저 캐치 프레이즈로 얼마나 많은 한국 문화가 부관참시를 당했던가.

그런데 유사하게 한국적인 요소가 크게 변주된 것 같진 않은데.. 하다가 어라 인기를 끄네 하는 요소들이 있다.

 

멀찍이서 오징어게임이 한국인의 치열한 삶을 세계에 전달했다며 자조하기에 앞서, 작게 음식으로 돌아와보자.

말린 김, 그냥 김, 조미된 김, 김부각이 잘 팔린다는 뉴스가 퍼뜩 떠오르지 않는가?

조금 더 세계화를 한답시고 어설프게 김치 초콜릿을 만들게 아니라, 한식을 다이어트 식으로 접근했더니 생각보다 잘 팔리는 것이다. 사실 누가 의도하고 그렇게 마케팅했겠어. 그냥 먹어보니 어라 나쁘지 않네 하는 거지.

 

이 영화도 그려내고 보니 슴슴하게 잘 녹아든 느낌이다.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겠다고 조금만 더 무리 했다면 영화의 몰입감은 쉽게 바스라졌겠지만, 헤드셋을 끼고는 운동하는 MZ무당 씬이 특히 이 간극을 잘 잡아준 느낌이다. 

 

그 하나하나를 그려내는 방법은 개별 재료를 섬세하게 조리한 듯한 매력이 있다. 

전반부의 귀신 요소는 동남아시아의 옛 귀신 영화들을 답습한듯 했고, 빙의나 정령의 언급은 일본의 공포영화를 그대로 표현하지만 또 그 형체는 서구권의 크리쳐 영화에서 다루던 그런 느낌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전반의 할아버지 귀신도 프레디나 13일의 금요일을 떠올리게 하는 씬들이 몇몇 있는 것 같네.

 

막타는 화림이 해도 좋지 않았을까. 도깨비와 오니에 칼을 꽂는 오마주도 좋았을거 같은데

 

이렇게 한 땀 한 땀 처리하여 버무리고 나니 무당, 지관, 장의사 등 이 모든게 생동감을 얻게된다.

다른 영화, 다른 감독이었다면 이 매력있는 요소들이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풍수사가 귀신이 기가 약해지는 곳으로 유인해야 한다하고 판을 깔고 장의사가 가짜 시체로 귀신을 속여 꾀어낸뒤 봉인할 관을 가져올게! 하면 무당이 원맨쇼를 할 때구나 하고 자자, 선수 입장 같은 대사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끔직하다. 이 영화가 별로였다 하는 사람들, 특히 후반부 오니씬이 싫다하는 분들은 제발 선수입장 영화 3편 연달아 마주하길 바란다. 

 

 

결론적으로는 돼지 김치말이 보쌈을 먹느냐, 숙성된 염장 배추로 감싼 수비드 포크를 먹느냐의 오묘한 차이와 같다.

비슷한 재료로 보여도 한입 씹었을 때 나오는 생동감. 거기에 속을 열어보니 보이는 깍두기 김치소, 엄선한 육젓과 제 때 조달한 고랭지 배추라던지 하는 그런 생동감들. 배우들의 연기력도 반복되어 언급되고는 있지만, 그에 앞서 공포영화의 다양한 서술에 대해 한국 이외의 공포영화를 찾아보고 한국적인 요소로 요리해낸 감독의 의도가 좀 더 찬사 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은 든다.

 

이 고민을 거듭해 만들어낸 맛의 레이어. 파묘의 기록은 7점으로 매듭짓는다.

공포영화로 생각하면 7점 정도의 무난하고 볼만한 영화다 하는 생각이지만, 상업 영화로서는 8점이나 더 위가 맞지 않을까.

매력있잖아.

 

여러모로 한국을 새롭게 담아내 소개하는 방향은, 이 영화가 보여준 애정어린 시선들이 멋진 선례를 남기지 않았나 생각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