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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2023) 리뷰

Traby 2023. 6. 26. 00:09

 

 

 

0. 들어가며

 

6 / 10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네.

 

 

영화 구성에 있어 여러 가지 문법을 가능한 존중하고 좋아하고자 노력 중이다.

 

삼부작의 가운데 편이라던지, 2편으로 나뉘어 구상된 영화의 1편이라던지 오묘한 애들. 필연적으로 스토리를 쪼갠 영화들이 몇몇 있다.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렇게 쪼갤 거면 그냥 TV드라마 시리즈나 장편 다큐멘터리를 찍을 것이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여러모로 애착과 애증이 공존하는 영역에 걸쳐가는 작품들이 간혹 있다.

매트릭스를 좋아해도, 매트릭스 2편을 좋아하긴 힘들다던지. 반지의 제왕을 좋아해도, 반지원정대를 고스란히 집중해서 봤다고 말하긴 민망한, 딱 그 정도의 영역.

그래도 각 편은 어느정도의 종결성 있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상호 간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믿는다.

요즘들어 생각나는 타농부. 그립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어벤져스3 - 인피니티 워를 생각해 보자. 타노스의 이야기는 완결성 있지 않았던가? 묻는다면 나름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생각하고 4편과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만 독립적인 영화로도 만족스러웠다. 반지의 제왕 2편도 헬름협곡이라는 거대한 전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않았나? 생각하면 또 수긍되고. 보다 근래 영화라면 존윅도 각각 최대한 독립적인 서사 한 줄씩은 담아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암살자 세계 룰을 어기고, 생존을 위한 전투를 하고, 마침내 해방되는 그러한 각각의 이야기들.

 

이 영화는 그 선을 못지켰다. 그런데 그 정도가 좀 많이 넘어서, 종결된 이야기 하나도 없이 심하게 만들다 만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서사에는 세밀한 리뷰나 기억할 메모를 남기기 어려우니,

짧게 몇 줄만 남기고 기록을 마무리해 본다.

 

이하 기록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는 무슨. 그냥 읽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어차피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데.

그래도 보니 반가운 스파이더맨들.

 

1. 세상의 온갖 개성을 모아서 버무리면 대충 이런 느낌이겠지

호비는 확실히 마스크를 벗으니 좀 더 쿨했다.

 

드럼으로 시작하는 그웬의 씬도 인상적이지만, 각각의 캐릭터와 초반 벌쳐와의 전투씬도 매력적이었다.

그렇다, 분명 매력을 갖추고 시작한다. 시작하고 20분 정도는, 오, 마침내 또 대작을 마주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일련의 희망을 엿보았다.

 

인물들도 나름의 개성과 역사를 갖추고,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긴 한다.

위의 호비도 그렇고, 본작의 주된 적과 같이 드러난 미구엘도 그렇고 나름 영웅이 갖추어야 하는 사상 혹은 신념을 여실히 보여주긴 한다.

 

그럼에도, 이 온갖 개성이 조화되고 버무려지는 큰 볼에서 나는 맛은 시큼하고 쓴 맛뿐이다.

전작에서 음악이나 각 장면의 미묘한 프레임 변형이 안겨주는 자유로움, 독특한 리듬이 본작에서는 도드라지지 못한다.

일관성의 문제인 걸까, 아니면 영화의 테마가 조금 바뀌었나? 어쩌면 보다 시각적인 요소가 현란해지거나, 그웬과 마일즈가 러닝타임을 나누어 갖게 되며 음악적인 모티브가 나뉘어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저 큰 해방감을 분리하고 보니, 남은 이야기는 혼란과 혼돈, 그나마도 그 파편뿐이다.

당신이 옳았습니다. 조부 투바키. 이건 쉽지 않아요.

도입부의 빌런은 보다 강대해져서 마일즈의 세계로 침입하고,

마일즈는 옆 세계에서 포박되어서 일어났더니 프라울러가 된 또 다른 본인을 마주하고,

이를 구하려고 스파이더맨 분대가 하나 출동하고, 또 자신을 막으려고 스파이더맨 분대가 출동하고,

그나마의 이야기도 일어나야 할 일을 일어나야 한다 vs 그걸 막고 내가 바꾸겠다 하는 지난 플래시에서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또 튀어나온다.  선택과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이런 이야기 밖에 안 나오는 거지? 다들 뇌가 멀티버스에 절여졌나? 사실 미국은 더 이상 자유주의의 국가가 아닌 자가 검열의 국가가 된 게 아닐까? 창작물들의 고유한 이야기와 설정이 모두 100L들이 쓰레기통에 처박힌 느낌이다.

 

 

마일즈는 돌아온다는 문구를 보는 순간에도, 영화가 끝났음을 믿지 못했다.

그냥 프라울러한테 얻어맞는 순간 양자 폭발이라도 일어나서 하나로 합쳐진다던지, 우주로 갈지언정 최소한의 결말이라도 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니잖아.

 

 

2. 결론

그웬은 어장을 치는 것인가, 진짜 좋은 친구를 두는 것인가? 이는 엄격한 유교의 나라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논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레딧도 불타네

매력 있는 인물들을 모아두고 그려낸 미완성의 이야기.

매트릭스 2도 이것보다는 노력했다 이놈들아.

 

무수하 많은 주인공들을 무대 위에 올리는 데에만 2시간 20분이라는, 길다면 긴 러닝타임을 그냥 철저히 소모했다.

무언가 영화 한 편에서 하나의 쾌감이나, 하나의 스토리를 읽고 나온 고뇌와 고찰이 쌓이는 게 아닌 악기를 튜닝하고 이제 막 연주를 시작하는데 현이 끊기고 스틱이 부러지는 느낌. 

 

영화의 빈번한 주시 대상의 전환도 심상치 않다. 그웬을 주시했다가, 다시 마일즈로 넘어오고, 또다시 오가고. 아니 대체 왜?

전작과는 다른 변주를 주려 노력한 게 보이긴 하지만, 불필요한 변주였지 않나 생각한다. 분명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영화의 표면에 올라오고 주시되는 건 이 시리즈, 이 프랜차이즈 만의 특색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불과 2편, 속편인데? 차라리 2편은 마일즈를 위주로 이야기를 풀었다가, 3편은 마일즈를 구해내는 그웬을 위주로 간다던지 하는 화자에 대한 통일성도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중간중간 영화화된 스파이디 언급도 사실 좋았다. 그래. 돌이켜보면 다 좋은거지 뭐.

그래도 스파이디 유머는 나름 좋았다.

스팟을 스팟한다에서 나만 뿜었나. 좋았는데. 

스파이더맨들끼리 서로 지목하는 건 예고편에서 너무 강조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임팩트가 약했다.

 

 

매듭지어지지 않은 영화의 기록일지언정 일단 매듭은 지어야지.

영화는 항상 서사, 이야기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애매한 이야기는 평점을 못주지 않나 싶다가, 그래도 6점 정도로 기록은 종결해 둔다.

 

뭐, 속편이 잘 나오면... 아니 잘 나올 순 있나?

아무리 봐도 소니 헤드셋과 나이키 조던 광고 작품 같았는데. 무서운 자본주의 세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