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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The Suicide Squad, 2021)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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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6 / 10

 

어라? 끝나버렸습니다. 영화도, 속편도.

 

이사한 후 영화 한편이 목마른 순간이 도래했다.

새로운 책상, 새로운 모니터 구조, 새로운 암실환경. 

무언가 책상 조립과 선반 조립에 지친 이 시점에, 짜릿하게 다 부술 것만 같은 영화 한 편과 맥주 한 캔. 

그렇다. 이 즈음에서 이미 영화는 결정되어 있었다.

 

그 자살 특공대라면 이사 후의 이 혼란한 마음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운명같은 이끌림과 함께, 몇 가지 부비트랩을 놓치고선 덜컥 결제해버렸다. 영화를 개별로 결제하는건 너무 손해보는 행위인가? 는 안전장치를 간과한 것도 모자라, DC라는 마크를 놓치다니. 왜 꼭 가장 중요한 요소를 뒤늦게 깨닫는걸까, 하는 작은 탄식 한 줄 더하고.

 

막상 보고 나니 어딘가 애매한 감각이 남아, 리뷰까지 한 호흡에 달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리뷰라도 잘 정리해놨다면 인생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그나마도 남지 않은 영화.

당시 남긴 짧은 파편들을 이어 기록 남겨본다.

 

 

1. 뇌비우고 보기 좋은 속도감

크로커다일 ppl인가

주말 저녁을 책임질 수 있는, 가파른 속도감이 있다.

무언가 저 우람한 근육질 트리오가 숄더 태클로만 밀고 지나가도, 영화의 절반은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지 않은가. 

넘어가자.

 

2. 그런데 거리감각이 좀 멀찍하다

 

문제는, 또 뛴다.

어딘가 아까 뛰지 않았어? 아까 쫓기지 않았어? 아까 멋지게 싸움하지 않았어? 하고 있었는데,

또 뛰는 것이다. 총알을 난사하며 복도를 지나는 할리퀸을 보며, 이야. 뱅글뱅글 잘 도시는구나 하고 있다가, 또 저렇게 건물 무너진다고 달리기를 하다가, 다시 또 무너진 건물에서 어떻게 살아나와 스타피쉬의 눈으로 다이빙하는걸 보면 비로소 깨닫는다.

이 영화, 필요 이상으로 길게 늘였네.

 

사실 전체적으로 돌이켜보면, 할리퀸만 배역에서 사라졌다면, 납치되거나 해안에서 생포한 존재가 없었다면 영화의 플롯은 보다 직관적이고 간결해졌을 것이다. 피스메이커와 블러드스포트의 대립을 강조해도 되고. 킹샤크와 랫캐처, 다시 블로드스포트 간의 유대감을 좀 더 끈끈히 조명하고 말야. 할리 퀸을 안고가야지에서, 영화의 거대한 줄기가 나뉜 느낌이다.

 

이런 것만 줄였어도, 영화의 시간감각은 조금 압축되지 않았을까.

거기에 더해 씬을 구분짓는 위와 같은 장면들이 삽입되며, 만화였으면 유려하게 보였을 장면들이 영화로 녹아들며 호흡을 끊는 듯한 느낌도 이 길이감에 한 몫 더한다. 시민 걱정하는 악당들까진 그렇다 쳐도 말야, 동료 걱정하는 악당들은 볼 때마다 새로운 감각을 안겨다 준다.

사실 마고로비도 비슷한 평가를 남기지 않았을까. 정말 쉬지않고 뛰시던데 말야. 야구배트 들고 휘두르던 때가 조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3. 어딘가 매운 향은 나는데, 감칠맛은 부족하단 말이지

이 대사를 보고 깨달았다. 이건 k- 머시기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며 느껴지는 결정적인 부족함은, 바로 영화를 관통하는 감칠 맛 아닐까.

상기 대사의 언어유희는 한국의 여느 영화들에서 본 듯한 친근감이 있건만, 정작 k-신파의 알싸한 눈물 뽑는 감칠맛을 담아내지 못했다.

정확히는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선이 있느냐, 혹은 주제의식이 있느냐 정도의 문제인데. 

예를 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가족을 항상 초점에 두잖아. 그 정도의 느낌만 있어도, 딱 그 정도의 가이드만 있어도 영화가 늘어지네.. 하는 감각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쌓아놓은 감정과 갈등을 해소시키는 과정이니까. 

 

반면 이번 영화는, 어딘가 혼란스럽다. 사건이 터지고 술 마신 뒤 뇌에서 조각을 꺼내 맞추는 감각이라고 해야할까.

할리퀸이 처음 군부의 수장을 죽일 때 아이까지 죽인다니 라던지. 블러드스포트가 내 딸을 가지고 협박하냐고 열을 올리는 장면이라던지를 보면 세계 아동의 날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제임스 건을 돌려까는건가? 넘어가자. 각각의 트라우마, 혹은 그에 준하는 감각을 극복하며 얻어가는 유대와 회복도 분명 있는 듯 하다. 과도한 정의에 대한 집착을 피스메이커를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경계하는 듯 하기도 하고. 물론 존시나는 매우 강해보이지만, 강한게 또 정의는 아니잖아.

이렇게 모아보니 더더욱 혼란스럽다. 그냥 모조리 부수고 싶었던거 맞겠지? 로 결론을 짓자. 부수고 싶은 영화에서 부쉈으니 충분한건가? 하기에는 그럼에도 2프로 부족함이 있다.

 

하다 못해 블러드스포트의 동기부여를 위해 딸을 어찌저찌 요툰하임에 보낸다던지, 조금 더 작위적이라도 한국적 감칠맛이 감도는 전개는 가능했을텐데 말야. 딸이 저 연구소에 있었다면, 블러드스포트에 좀 더 감정이입도 되고, 딸을 구하고자 하는 감정과 쥐에 대한 트라우마를 충돌 시켜 조금 더 극적인 장면도 나왔을 듯 하고. 그렇게 여느 인물에 초점을 맞춰가며 리더로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던지 서사의 강약에 변주는 생기지 않았을까. 이렇게 쓰고보니 태극기 휘날리며와 할리우드 영화 간 안전거리 확보는 필요해 보이긴 한다만.

 

감칠맛 빼고 후추만 뿌리고 나니, 대화도 어딘가 적당하고 추상적인 선의 대사만이 공허하게 오간다.

저 위에 자살특공대보고 자살행위야, 그 뒤에 이어지는 그게 우리 일이다의 대사를 돌이켜보자. 이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극의 긴장감도, 그 해소도 온전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저게 웃기겠어? 웃기겠냐구..

 

4. 결론.

네이버 영화, 영화 설명 중 발췌

살고 싶다면 무조건 성공시켜야할 것은, 하나가 더 있었다.

 

이 영화는 속편을 딱히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블러드스포트와 할리퀸과 렛 캐처와 킹샤크들의 다음 케미가 기대되냐고 묻는다면 음 글쎄, 각자 개성이 좀 더 강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남고. 사실 렛캐처가 과도하게 모든걸 하지 않았나, 이럴 바에 처음부터 쥐로 덮었으면 해결이 되는게 아니었나 등의 사유로 기대는 낮아진다.

 

그럼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만들어야 했을까. 데드샷과 블러드스포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등의 이유를 이어보다 보면, 저 뒤에 큰 그림 하나가 보인다.

바로 피스메이커 드라마가 예정되어있다!

나무위키 참고.

결국 피스메이커의 데뷔무대, DC 세대 교체, 제임스 건의 영입과 조커와 거리두기 등.

지극히 전략적인 판단을 해오던 DC의 수뇌부 답게 전략적인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다만 이름과 성격이 이어지는 영화들은 배우와 배역이 갖는 시간흐름의 차이를 어떻게 메꾸는지가 영화의 몰입감을 결정짓곤 한다.

괜히 007에서 배역 바뀔 때 마다 그렇게 파란이 일어나던게 아니잖아. 배트맨도 그렇고. 스파이더맨도 그렇고 말야.

 

그런 관점에서야, 이렇게 유연하게 사람을 바꿔 조립해나갈 수 있는 자살특공대는 경영자 측면에서는 매력적이다. 비슷한 배역, 비슷한 캐릭터면 어때. 배우바꾸고 이름 바꿔서 출연시키면 되는 것을. 물론 딱 그정도의 고민에서 멈춘다면 속편을 찾는 이도 없어질 것이고, 그런 영화를 다시 만드려는 이도 없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같은 이름을 달기 위해 최소한의 요소만 유지한 채, 블러드스포트의 총마냥 알록달록 조립한 영화로만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아마 속편이 나오진 못할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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